본문 바로가기

회상/호주

204 - Travelmate

차주의 친척네는 10분 거리로 멀지 않다. 차주는 친척네 넓은 마당에 차를 주차한다.

차주는 친척 집으로 다 같이 들어가 인사하자고 한다. 만난 지 30분도 안 되었기 때문에, 그와 Travelmate들은 다들 몸놀림이 어색하고 말이 없다. 차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친척이 나와 반긴다. 친척은 나이가 꽤 많은, 삼촌뻘로 보인다. 차주의 친척은, 부엌에서 과자와 물 등을 가져와 거실 테이블에 놓는다. 그와 두 명의 Travelmate들을 내버려 둔 채, 차주와 친척은 할 이야기가 있는지 여러 방을 돌아다니며 분주하다. 대강 들어보니, 로드 트립 경험이 있는 친척이 차주에게 몇몇 팁을 알려주는 듯하다.

거실에 남아있던 그와 Travelmate들은, 과자를 먹고 물을 마신다. 그가 집을 살펴보니, 전형적인 멜버른의 개인 주택이다. 1층 건물이며, 내부와 외부를 구분 짓는 것은 두껍지 않은 벽 하나와 창문뿐이다. 내부에서도 신발을 신는다. 그는 친척네에 들어오자마자, 거실 가장 넓은 벽면에 붙어있는 커다란 호주 대륙 지도를 보았다. 커다란 호주 지도 옆에는 호피인지 무엇인지 털로 된 동물 가죽도 펼쳐져서 걸려 있다. 그는 커다란 호주 지도와 가죽을 보며, 차주의 친척이 여행을 좋아하고 경험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물은 모두 마시지만, 과자는 조금만 먹는다. 가만있다 보니 어색해져서, 그는 슬쩍 밖으로 나온다. 호주 지도와 가죽이 걸려있는 거실 바로 옆의 문을 열고 나오면 밖이다. 그가 나오고 잠시 뒤, 두 명의 Travelmate도 안에 있는 것이 어색했는지 밖으로 나온다.

어색하긴 하지만, 함께 여행을 할 Travelmate들과 인사하고 대화한다. 그가 채팅방과, 직접 만나서 한 대화를 종합해 얻은 정보는 이렇다.
차주 - 호주인, 20대 중반 푸른 눈의 백인이며, 대학원 진학을 위해 다윈으로 가는 듯하다.
Travelmate 1 - 프랑스인, 20대 중반의 라틴계열. 만화 심슨 가족의 등장인물과 닮았다.
Travelmate 2 - 독일인, 20대 초반의 금발 백인. 키가 190이 넘는 듯하다. 키가 너무 커서 말라 보인다.
그는 새로운 인연도 인연이지만, 같이 여행하는 이들 중 한국인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기쁘다. 그 이외에는 전부 외국인이다. 난생처음 외국인들과 여행하며 추억을 만드리라는 기대로 가슴이 부푼다. 그의 바램대로 진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Travelmate들과 대화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차주와 친척이 집에서 나온다. 작별 인사와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난 듯하다. 차주는 짐 정리를 하자고 말한다. 트렁크를 열고, 짐을 다 빼서 깨끗하게 만든 뒤 차곡차곡 쌓기 시작한다. 차주의 짐이 가장 많다. 차주는 배낭, 이불과 베개는 물론 버너, 조리 기구와 접시들을 담아놓은 서랍장, 아이스 박스 등 도움이 되는 로드 트립에 필요한 물건들을 철저히 준비해두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Travelmate들은, 준비해야 할 공용 물품이 적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망치, 식용유, 소금과 후추 등을 함께 공유할 생각이다. 정리해야 할 짐은 이렇다.

그 - 배낭 1개 / 조그만 캐리어 1개 / 잡다한 것을 넣은 주머니
독일인 - 길이가 거의 160cm는 되어 보이는, 전형적인 유럽 워홀러들의 기다란 백팩
프랑스인 - 큰 배낭 1개, 조그만 배낭 1개
차주 - 개인물품을 담은 커다란 캐리어, 주머니 / 로드 트립에 필요한 공용 물품 다수

맨 안쪽에는 꺼낼 일이 없는 짐부터 쌓는다. 그는 자신의 짐이 도둑맞을까 염려돼서, 티 나지 않게 자신의 캐리어를 제일 안쪽에 밀어 넣는다. 꺼낼 일이 없는 짐을 쌓고, 바깥쪽 손이 닿는 곳에는 자주 쓸 물건들을 놓는다. 각자 가져온 텐트, 이불, 세면용품, 버너와 조리도구 등이다.


트렁크 한쪽에는 말통도 있다. 친척은 차주에게 물을 가져가느냐고 물었지만, 차주는 호주 중앙 내륙으로 들어갈 때 채울 것이라 말한다. 친척은 여행을 떠나는 그와 Travelmate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이다. 친척은 마지막까지도 차주에게 이것저것 챙겼냐며, 조심하라고 말한다. 트렁크 정리가 끝나고, 모두 차에 탑승한다. 운전은 차주가 한다. 친척과 작별 인사를 하고, 차는 멜버른 바깥 지역으로 달린다. Road Trip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6 - Timboon, 타코  (0) 2021.10.07
205 - 첫 캠핑  (0) 2021.10.07
203 - 집합, 출발  (0) 2021.10.06
202 - 텐트  (0) 2021.10.06
201 - 페이스북  (0)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