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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08 - 장보기, 샌드위치

 애들레이드에 도착했으니, 본격적으로 장을 본다. 그와 Travelmate들은 쇼핑센터 식료품점인 Coles와 Woolworths로 향한다. 그는 항상 혼자서 장을 보다가,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장을 보니 느낌이 새롭고 신이 난다. 피부색도 외모도 달라서 약간 거리감을 느꼈는데, 그들도 먹을 것을 사러 가는 곳은 똑같다는 점이 확인되자 조금 친근해진다.

 

 

 장을 보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주로 만들어 먹을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잠깐의 상의 끝에, 샌드위치로 의견이 모인다. 그와 Travelmate들은 샌드위치를 만들 재료들을 찾기 시작한다. 냉장고가 없어 아이스박스에 재료를 보관할 수 있어야 하고, 가스를 아껴야 하므로 되도록 불을 덜 쓰는 음식을 생각하다 보니 나온 결론이 샌드위치다. 그와 Travelmate들은 로드 트립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샌드위치다. 매일같이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샌드위치로 메뉴가 정해졌으니, 재료를 찾아 카트에 담는다. 그는 다른 Travelmate들이 어떤 재료를 고르는지 살핀다. 야채류는 토마토, 오이, 새싹 채소, 샐러드 팩을 산다. 단백질은 햄으로 섭취하는데, 얇게 슬라이스 되어 포장한 햄으로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끼워먹을 슬라이스 치즈와 발라먹을 스프레드 소스를 산다. 그는 스프레드 소스라는 것을 사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다. 호주인인 차주가 추천한 스프레드 소스를 사는데, 'Eggplant'라고 적혀 있다. 그려진 그림과 영어 사전을 보니, Eggplant의 의미는 가지다! 그는 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은 가만히 있는다.

 

 

 그와 Travelmate들은 다들 암묵적으로, 로드 트립 기간 동안 돈을 아끼는 데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소비를 삼가고, 식료품점에서 식재료도 가장 싼 것을 골라 담는다. 프랑스인은 가끔씩 비싼 과일, 아보카도, 과자 등을 사자고 졸랐지만 실제로 카트에 담은 적은 없다. 과자는 아침에 먹을 에너지바 위주로, 과일은 저렴한 사과나 바나나 위주로 구매한다. 

 

 샌드위치는 점심 메뉴다. 샌드위치 재료 외에도 아침과 저녁 식사 재료가 필요하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우유와 시리얼, 에너지바 과자를 먹는다. 저녁으로는 간단한 파스타나 볶음밥 등을 먹을 예정이다. 금액이 너무 커지지 않는 선에서 피망, 당근, 감자, 버섯, 약간의 고기 등을 구매한다. 후에 여유가 있을 때는 가끔 아보카도를 사기도 한다. 그와 Travelmate들이 장을 보는 주기는 3~6일이며, 한 번에 60~80불 정도의 식재를 구매한다.

 

  

 장보기가 끝나고, 그와 Travelmate들은 바다가 보이는 잔디밭으로 이동한다. 초록색 잔디밭에, 나무로 된 커다란 벤치와 테이블이 있다. 완벽한 피크닉 장소다. 화창한 햇빛 아래, 잔디 위 나무 테이블에서 샌드위치를 만든다. 차주는 트렁크에서 도마와 식칼, 접시와 컵이 들어있는 서랍장을 꺼내온다.

 

 샌드위치의 주된 재료는 바게트 / 각종 야채 / 햄 / 치즈 / 스프레드 소스가 기본 골자로, 만드는 법이 간단하다. 기다란 바게트 빵을 자르고, 속에 치즈 / 햄 / 채소와 야채를 넣고 스프레드 소스를 발라 먹으면 끝이다. 그야말로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먹는 'Subway'인 셈이다. 그는 스프레드 소스의 재료가 가지인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스프레드 소스는 제조 과정에서 크림치즈 등을 넣었는지 가지의 모양과 식감이 전혀 없다. 부드러운 버터처럼, 칼로 떠서 빵에 바르면 된다. 남은 재료는 봉투에 담거나 포장을 그대로 덮어서 아이스 박스에 고이 넣어둔다.

 

 기다란 바게트 빵 두 개를 4 등분해서, 인당 샌드위치가 2개다. 그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 자신 몫의 샌드위치를 크게 한입 베어 문다. 식료품점에서 가장 저렴한 재료들을 엄선해서 만든 샌드위치인데도 맛이 좋다. 적당히 질긴 빵, 신선한 야채들, 짭조름한 햄과 치즈, 부드러운 스프레드 소스와 치즈 향이 어우러지는 환상의 조합이다. 재료 선택부터 샌드위치 제조까지 직접 해서인지, 맛이 더욱 배가된다. 그는 자기 몫인 샌드위치 2개를 만족스럽게 먹는다. 신기하게도 배가 조금 부른 느낌이다. 바다와 잔디밭이 있어 경치가 좋고, 날씨가 화창한데 바닷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 이때 피크닉을 즐기며 만족스럽게 먹었던 샌드위치로 인해, 그의 기억 속 에들레이드는 더욱 좋은 인상으로 남는다.

 

 

그와 Travelmate들은 애들레이드에서 돈을 내고 숙박할 생각이 없다. 차주는 애들레이드 북쪽의 캠핑 장소를 벌써 정해두었다. 애들레이드는 황량한 내륙 지역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도시다. 그와 Travelmate들은 샌드위치 피크닉을 끝마치곤, 곧바로 물을 찾는다. 마침 피크닉 장소에 공용 수도꼭지가 있다. 차에 실려있던 말통과 물을 담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가져다가 물을 가득 채운다. 그가 물통을 채우고 있는데, 옆 수도꼭지에서 물이 튄다. 그는 옆에 있던 Travelmate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곤, 즉시 반격한다. 너나 구분 없이 수도꼭지를 틀어막고 서로에게 물장난을 한다. 다들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는지, 그리고 다가올 여행이 기대되는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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