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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09 - Flinders Range

 애들레이드를 떠나 북쪽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해안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바다가 가끔 보인다. 몇 시간을 달리면 Port Augusta라는 곳이 보인다. 포트 아우구스타를 기점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면 바다가 보이지 않는 완벽한 호주 내륙 지역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미개척지이자 오지, 'Outback'이다.

 

 Outback의 사전적 의미는 호주 내륙 지방의 미개척지이자 오지다. 호주는 캔버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도시들이 해안가에 발달해있다. 내륙지방은 열대우림 / 사바나 / 사막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나 전반적으로 토양이 척박하다. 가뜩이나 인구도 적기 때문에, 호주의 내륙 지방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가 많다. 그러한 호주 내륙 미개척지를 Outback이라고 통칭한다. Outback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량의 연료를 가득 채우고, 충분한 물을 준비해야 한다. 걸어서 아웃백을 통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가끔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들이 있긴 하나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호주 현지에서 쓰이는 Outback의 의미와는 별개로, 그를 비롯한 한국인들에게 아웃백은 스테이크하우스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한국에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상륙했던 시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빕스 / 베니건스 / 애슐리 / T.G.I.F 등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 시대를 열었다. 한국에 상륙한 패밀리 레스토랑 1세대 중 많은 브랜드가 사라지거나 철수했지만, 아웃백 스테이크는 현재까지 견고히 남아 있다. 한국인들 중에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식사를 해본 적은 없어도, 브랜드 이름과 대강의 로고는 아는 사람들이 많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TV 광고 등을 통해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로고는 붉은색 글자 위에, 산맥 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 다른 버전의 로고에는 캥거루가 대놓고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웃백을 호주 브랜드라고 생각하곤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는 미국 회사이며, 호주에서 영감을 받고 컨셉을 잡은 것이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유명 메뉴인, 투움바 파스타의 '투움바'는 호주 지역 이름이다. 하지만 컨셉을 잡고 이미지를 구축하기만 할 뿐,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는 호주와 전혀 무관하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는 미국 브랜드이며, 그는 호주에서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를 본 적도 가본 적도 없다. 호주에도 지점이 있기는 하다.

 

 

 그와 Travelmate들은 아웃백을 달린다. 그는 혹시나 차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혼자 있는 것은 아니니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차주는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차주의 차는 그의 캠리와는 달리 비싸고 튼튼하다. 차주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다. Flinders Range 국립공원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호주 대륙 중앙 아웃백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차주는 그중 한 곳인 Flinders Range 국립공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자고 한다. Flinders Range를 가면 전체 경로를 우회하거나, Port Augusta 쪽으로 되돌아왔다 가야 해서 거리를 약간 손해 본다. 상관없다. 급할 것이 전혀 없으므로, 다들 동의한다.

 

 아주 가끔 보이는 표지판에 쓰여진 Flinders Range 국립공원 방향으로 달린다. 한 시간쯤 지나자, 도로가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차주는 타이어가 상할 수 있다며, 모래와 돌이 섞인 비포장도로를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국립공원이다 보니, 반대편에서 가끔 다른 차량이 보인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뿌연 흙먼지가 피어난다.

 

 

 Flinders Range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표지판에는 대강의 이름만 써 있을 뿐, 국립공원의 경계가 모호하다. 입구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내륙 한가운데에 떡 자리 잡은, 커다란 국립공원이다. 차주는 계속해서 차를 몰아 들어간다. 가끔 국립공원에서 하룻밤을 지낸 듯한 차량들이 공원 밖으로 향하는 것이 보일 뿐, 이외의 인적은 전혀 없다. 국립공원 안에는 도로가 없어서, 이전 차량들이 남겨놓은 바큇자국을 따라 운전한다. 경사가 심하고, 물이 고인 곳은 빠르게 돌파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 같은 느낌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적갈색의 흙바닥, 저멀리 적갈색의 산맥, 초록색 나무가 전부다. 나무가 꽤 많긴 하지만, 띄엄띄엄 떨어져 있으며 바닥의 적갈색이 너무 강렬해서 숲보다는 사막에 비슷한 느낌이다. 그와 Travelmate들은 나무가 없는 트인 곳에 차를 세우고, 언덕 위를 한 번 올라가 본다. 다들 등산이나 트래킹을 좋아하는지, 누구 하나 군소리 없이 올라간다.

 

 

 다시 내려와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공원이 너무 넓어, 자연 그대로 놔두었으며 명소를 따로 정해놓지도 않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풍경이 전부 명소다. 풍경이 차츰 눈에 익숙해지자, 풍경 한구석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생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왈라비다. 왈라비는 조그만 캥거루라고 보면 된다. 캥거루이긴 하지만 토끼와 다람쥐 같은 느낌이며 귀엽다.

 

 대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국립공원의 장대한 풍경도 계속해서 보면 질린다. 그와 Travelmate들은 캠핑할 장소를 찾아다닌다. 거대한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 구석에 캠핑을 했던 흔적들이 남아있다. 아예 캠핑을 유도하는 듯, 쇠로 된 커다란 화로를 놔둔 평지가 있다. 화로는 꽤 넓고 깊다. 다른 곳 말고 화로 안에 불을 피우라는 것이다. 그와 Travelmate들은 천천히 운전하다가 눈에 띈, 오래된 화로가 있는 평지를 캠핑 장소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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