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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11 - Coober Pedy

 Flinders Range의 밤이 지나고, 여정은 계속된다. 그와 Travelmate들은 오전에, 국립공원 내에 있는 산을 한 번 더 오른 뒤 국립공원 바깥으로 나온다. Flinders Range와 작별이다. 다시 남쪽 Port Augusta까지 되돌아가서 물을 보충한 뒤, Outback을 향해 차를 몬다. 이제 북쪽의 해안 도시 다윈에 도착할 때까지는 바다를 볼 일도, 다시 되돌아올 일도 없다. 호주 내륙  Outback 정중앙을 가로지른다.

 

 그와 Travelmate들을 태운 차량은 하얀색의 도요타 RAV4다. 차주의 설명에 의하면, 이 차는 4WD(사륜구동) 모드가 있다. 평상시에는 2륜 구동으로 달리다가, 오프로드나 언덕이 심할 때는 4WD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캠리와 같은 도요타 브랜드라는 점에서 이 차에 친근감을 느낀다. 차주는 처음에는 혼자 운전했지만, Flinders Range에서 숙박한 이후로는 Travelmate들에게도 운전을 맡긴다. 독일인은 운전을 잘했고, 그도 운전을 하며, 프랑스인은 운전을 거의 못한다. 처음에는 프랑스인에게도 운전을 맡겼지만, 프랑스인의 운전은 어딘가 불안하다. 차주는 자신의 차량을 아껴서, 운전을 미숙하게 하는 프랑스인에게는 더 이상 운전을 맡기지 않는다. 독일인, 그, 차주 이렇게 셋이서 돌아가며 운전한다.

 

 

 어느새 멜버른에서 다윈까지의 총 거리 중 약 3분의 1을 주파했다. 빠른 것은 아니다. 남부는 도시가 많은 해안 위주였고, 관광지는 많지 않다. 남은 3분의 2 거리에는 엘리스 스프링스, 울룰루 등 Outback 한가운데 자리 잡은 명소가 많다. 그와 Travelmate들은 이제 수많은 명소를 볼 예정인데, 그 시작은 눈 앞의 Coober Pedy(쿠버 피디)다.

 

 쿠버 피디가 위치한 지역은, 호주 Outback 한가운데의 사막이다. 낮에는 기온이 치솟지만, 밤에는 기운이 뚝 떨어져 일교차가 심하다. 쿠버 피디는 굳이 이런 가혹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그 이유는 쿠버 피디가 세계 최대의 오팔 광산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적 했던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오팔이 보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호주 대륙의 넓은 땅덩어리는 척박하지만,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오팔도 호주 대륙의 광물 자원 중 하나로,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때는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호주인들이 오팔을 찾아 쿠버 피디에 많이 왔다고 한다. 현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오팔이 채굴되고 있다. 쿠버 피디 주민들은 오팔 채굴이 끝난 폐광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고 관광 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쿠버 피디에 도착하면, 높은 받침대 위에 차량이 올라가 있고 'Welcome to Coober Pedy'라고 적혀 있다. 차량은 폐차량일 테지만, 검은색으로 칠을 다시 해서 깔끔하다. 이 차량은 쿠버 피디 전역에 여기저기 녹슬고 방치되어 있는데, 트럭 뒤에 원통형의 무언가가 달려 있다. 해당 트럭은 광산을 파낼 때 원통형의 관을 설치해서 흙을 지상으로 퍼 나르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쿠버 피디에는 폐광도 많고, 수명이 다해 버려진 트럭과 온갖 쇠로 된 기계장비들이 널려 있다. 그는 폐차량 위에 올라가서, 프랑스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차를 세우고, 쿠버 피디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커다란 폐광 안을 역사 박물관처럼 꾸며놓은 곳이 있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입장객에게 하얀색 안전모를 준다. 관광객들을 위해 몇몇 공사를 했겠지만, 그래도 폐광은 천장고가 높지 않다. 그와 Travelmate들은 다 같이 안전모를 쓰고서 셀카를 찍는다. 

 

 폐광 안쪽에는 마네킹을 이용해 광부들을 재현해 놓았다. 옛날 광부들을 표현한 것인지, 마네킹들은 하나같이 키와 몸집이 작다. 그야말로 개미집처럼 여기저기 땅굴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아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굴도 많다. 쿠버 피디의 광산은 석탄을 채굴하는 광산과는 달리, 벽과 천장이 노르스름한 색을 띤다. 이 점은 그가 영화에서 봤던 시커먼 광산보다 조금 낫지만, 마네킹들로 구현해 놓은 광부들로 보아 노동 환경과 노동 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광부들이 일하는 현장 외에도, 광부들의 숙소를 재현해 놓았다. 광부들은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아예 광산 내부에서 살기도 했다. 지금도 쿠버 피디 주민들은 사막의 날씨를 피해 동굴을 파고 사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쿠버 피디를 지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깥의 기온과는 달리, 광산과 지하 동굴의 온도는 일정하게 유지돼서 시원하다. 하지만 광부들의 주거 시설을 재현해 놓은 모습을 보면, 고된 삶이 느껴진다. 

 

 

 그와 Travelmate들은 박물관을 보고 나와, 오팔 상점도 찾아간다. 오팔 광산인 만큼, 관광객들을 상대로 오팔 세공품을 파는 상점들이 여럿 있다. 상점 주인들과 이야기해보니, 저 뒤에 산처럼 쌓인 돌덩어리들은 오팔 광산에서 파낸 돌덩어리들이라고 한다. 만일 그 돌덩어리를 뒤적이다가 오팔을 발견하면, 발견한 사람의 소유라고 한다. 그는 돌덩어리에서 오팔을 발견해 인생을 역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이내 포기한다.

 

 Travelmate들은 교회도 가보자고 한다. 쿠버 피디의 교회는, 동굴 속에 위치해 있다. 그가 교회를 가느냐고 물으니, Travelmate들은 그가 교회를 모른다고 받아들인 듯하다. 그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친 뒤, 교회라는 것 자체를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마침 교회에서는 예배가 진행 중이어서, 그와 Travelmate들은 조용히 들어가서 앉아 있다가 나온다. 노르스름하면서도 갈색이 섞인 듯한 동굴, 노란 촛불 아래서 이뤄지는 예배를 보며 그는 사회 시간에 배웠던 카타콤이 떠오른다.

 

 

 쿠버 피디 관광이 끝나고, 다시 차에 오른다. 그가 운전할 차례다. 그는 무언가 장난을 치고 싶다. 차를 몰고, 커다란 언덕들이 즐비한 곳으로 올라간다. Travelmate들은 뭐 하는 거냐며, 차가 떨어질 것 같아 무섭다고 말한다. 그는 장난스럽게, 후진 기어를 넣고 차를 후진한다. 뒤는 꽤 경사가 깊다. 조금 후진하니, 차가 기우뚱하면서 뒤로 기울어진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프랑스인은 소리를 지르며 앞자리로 넘어오려 한다. 그는 즉시 전진 기어로 바꾸고 액셀을 밟아 차를 다시 언덕 위로 올려놓는다. 그는 Travelmate들의 표정을 보며 웃는다. 그는 장난스럽게 한 행동이지만, 매우 위험한 장난이었다. 만일 기어를 바꾸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차가 뒤로 고꾸라지면서 아예 뒤집혔을 수도 있다. 그는 후에 이때를 다시 생각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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