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호주의 아웃백이나 자연 환경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울룰루 - 카타 추타 국립공원은 호주 정부가 보호하는 구역으로, 비교적 통제가 많다.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거나 등반을 자제해달라는 등의 권고사항이 있으며, 해가 떨어지면 국립공원에서 즉시 나가야 한다. Flinders Range에서는 넓은 국립공원 내 어디서나 캠핑이 가능했지만, 울룰루 - 카타추타 국립공원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해가 떨어지면, 울룰루와 카타 추타를 구경하던 관광객들은 모두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유명 관광지이니, 국립공원 바깥에 커다란 캠핑장이 조성되어 있다. 캠핑장은 크고, 사람도 많고, 야외 바베큐 등 편의시설도 많다.
그는 이 캠핑장에서, Travelmate들을 위해 요리한다. 그가 준비한 요리는, 짜장이다. 가족 여행 당시 그의 어머니가 짜장 가루를 두 개 샀는데, 하나가 남아 계속 보관하고 있던 참이다. 그는 밥과 짜장, 약간의 면을 삶아서 준비한다. 다들 맛있게 먹으며 특히 프랑스인이 짜장의 달달함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짜장은 오뚜기 짜장이다.
Travelmate들을 위해, 후식으로 숭늉을 준비한다. 밥을 한 냄비 표면에는 밥풀이 눌어붙어 있다. 그는 요리를 제대로 배우진 않았지만, 눌어붙은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면 숭늉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때까지 냄비에 달라붙은 밥을 그냥 긁어서 버렸는데, 숭늉을 끓이며 왜 이걸 이제야 생각했나 싶다. 물을 넣고 끓이니, 누룽지가 물에 불면서 고소하고 친근한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다.
Travelmate들은 숭늉을 한 국자씩 컵에 떠서 마신다. 그는 Travelmate들에게 숭늉의 맛을 설명하고 싶다. 그런데, 알맞은 영어 단어가 도저히 떠오르질 않는다. '맛이 구수하다'를 표현하고 싶은데, 영어로 해당 표현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결국 Travelmate들에게 물어보지만, Travelmate들도 '맛있다'라고 표현할 뿐 구수하다는 느낌의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영어로는 숭늉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짜장 가루 외에도, 그는 된장과 고추장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프랑스인과 독일인이 된장과 고추장에 관심을 보더니 젓가락으로 찍어 맛본 적이 있다. 뜻밖에도, 된장이 너무나도 맛있다고 한다. 해당 된장은, 그가 한인 마트에서 사고 오랜 기간이 지나 숙성됐기 때문이기도 할 터다. 하지만 프랑스인과 독일인이 된장을 입에 맞아할 줄은 몰랐다. 이후 프랑스인과 독일인은, 식사를 할 때 된장을 반찬처럼 퍼놓고 젓가락으로 찍어서 먹는다. 한국인인 그도 고추장은 몰라도, 된장을 이런 식으로 직접 찍어서 밥과 함께 먹은 적은 없다. 그는 자신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프랑스인과 독일인의 행동이 놀라우면서도 재밌다.
해질 무렵부터 모두들 국립공원을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울룰루는 일몰이 유명하다. 해의 위치,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 색깔에 따라 울룰루의 색깔도 변하기 때문이다. 캠핑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국립공원 밖에서 울룰루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 나온다. 여기서 울룰루 옆으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차주는 울룰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Flinders Range에서의 반응과 상반된다. 차주는, 이런 식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산책로와 국립공원은 별로라고 말한다. 그래서 차주는 대표적인 것만 볼뿐, 굳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심지어 카타 추타도 겉만 보고 먼저 돌아갔다. 차주는 울룰루 너머로 일몰을 보자는 말에도 심드렁하다. 그와 프랑스인, 독일인은 울룰루에 머무는 동안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본다. 차주는 일출 때만 동참한다.
울룰루가 보이는 전망대에 이르니, 관광객이 많다. 울룰루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장소다. 그래서인지 일본인 관광객이 많고, 중국인 관광객도 많다. 그와 프랑스인, 독일인은 관광객들 틈에 섞여서 자리를 잡는다. 울룰루 왼쪽 지평선으로 저무는 해를 바라본다. 거대한 돌덩어리 옆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울룰루의 색은 형용할 수 없는 신비함을 풍긴다.
해가 떨어지는 방향에는 울룰루가 있어서, 일몰과 울룰루의 스케일에 압도당한다. 그는 사진을 찍다가, 문득 뒤를 바라본다. 모두들 울룰루를 바라보고 있어서 외면당한 풍경인데, 그의 눈에는 이 풍경도 마음에 든다. 울룰루 반대편이라 압도당할 스케일의 물체가 없고, 해가 지나간 후의 잔잔한 빛만이 맴돈다. 남색 빛깔에 노란 빛깔이 강한 대비를 이룬다. 그는 울룰루 방향보다, 반대 방향 풍경이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더 적합한 배경이라 생각한다. 잔잔하고, 사람의 존재감을 압도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 프랑스인과 독일인이 그의 뒤에 있다. 그는 울룰루를 등지고, 울룰루 반대편을 배경으로 프랑스인과 독일인을 찍는다. 울룰루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수평선이 모두 보이고, 해가 거의 저물어 그림자 위주다.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이건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독일인과 프랑스인의 그림자는 마치 그림처럼 찍힌다. 그는 자신도 이렇게 찍어주는 사람도 있었으면, 하고 잠시 기대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독일인과 프랑스인을 찍고, 혹시나 놓칠세라 뒤돌아서 일몰 직전의 울룰루를 바라본다. 그렇게 앞뒤로 번갈아가며 그는 계속 바쁘다. 울룰루와 일몰을 최대한 눈에 담고, 반대편 풍경도 사진으로 남긴다.
이후 독일인과 프랑스인은 그의 사진을 보며, 정말 잘 찍었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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