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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14 - Uluru

 쿠버 피디에서 계속 북쪽으로 올라간다. 호주 대륙 북쪽으로 올라감에 따라 날씨가 더워진다. 첫 캠핑은 쏟아지는 빗속에서 옷을 껴입고 담요로 몸을 말아서 잤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옷을 얇게 입고, 담요조차 덮지 않고 바닥에 깐다.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니, 그와 Travelmate들은 또 한 번 호주의 행정 구역을 넘어간다. Northern Territory(NT), 호주 북부다.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로 이동하면서는 행정 구역이 바뀐 줄도 몰랐지만, South Australia(SA)에서 Northern Territory(NT)로 바뀌는 때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지평선과 도로 밖에 없던 풍경에, 커다란 돌로 조각한 표지판이 떡하니 서 있다. SA와 NT의 경계를 표시하는 돌조각이다.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그와 Travelmate들이 달려온 방향에서 보이는 면은, 이곳에서부터 NT가 시작된다고 적혀 있다. 그가 사진을 찍다가 돌조각 반대편으로 돌아가 보니, 써 있는 글씨가 다르다. 이곳에서부터 SA가 시작된다고 적혀 있다. 경계에 세워놓은 경계석이니, 남과 북에서 올 때 보이는 면의 글씨가 다른 것이다.

 

 

 Victoria(VIC ), South Australia(SA)를 거쳐 Northern Territory(NT)에 진입한다. 로드 트립의 목적지인 다윈도 NT에 속한다. 로드 트립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태다.

 

 NT에 진입해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호주 대륙 정중앙이다. 그리고 호주 대륙 정중앙에는 Uluru(울룰루)가 있다. 호주 대륙의 배꼽인 셈이며, 혹자는 울룰루를 지구의 배꼽으로 부르기도 한다. 울룰루는 거대한 바위다. 너무나도 거대해서, 도착하기 약 2시간 전부터 저 멀리 거대한 모습이 보인다. 척박한 미개척지인 아웃백의 지평선을 끊는 유일한 바위다.

 

 

 울룰루는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하나는 Uluru, 다른 하나는 Ayers Rock[에어즈 롹]이다. 호주 백인들은 울룰루보다는 에어즈 롹이라고 말해야 더 잘 알아듣는다. 그의 발음 때문이기도 하다. 울룰루의 스펠링은 Uluru로, 두 번째 음절 '룰'의 ㄹ은 l이고 세 번째 음절 '루'의 ㄹ은 r이다. 영어에서 l과 r은 미세하지만 발음이 다르다. l은 한글 ㄹ과 같지만, r은 한글 ㄹ보다 더 혀를 굴려야 한다. 한글처럼 '울룰루'로 발음하면, Ululu가 되는 것이다. 철판요리 레스토랑 남사장은, 그가 울룰루라고 하자 전혀 못 알아들었다. 스펠링을 적어서 보여주자, 그제야 알아차린다. 남사장이 발음하는 Uluru는, 울러ㄹ루에 가깝다. 이때부터 그는 영어의 r 발음을 한글로는 쌍ㄹ로 이해하고 발음한다.

 

 남사장은 그의 발음을 교정하는 것에 더해, 울룰루를 에어즈 롹이라고 부른다. Ayers, 호주 초대 수상인 헨리 에어즈의 이름을 본떠 에어즈 롹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영어권 국가들의 지명 짓기는 이런 식으로 사람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필립 아일랜드, 조지타운, 윌리엄스타운 등이다. 

 

 

 울룰루는 원주민들이 붙인 이름인 Uluru와 호주 백인들이 붙인 이름인 Ayers Rock 두 가지 이름을 지니고 있다. 원주민들을 대하는 호주 정부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공식적으로는 Uluru가 채택되었고 백인들 사이에서만 Ayers Rock이 통용된다. 

 

 울룰루라는 이름은 한눈에 봐도, 영어식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식 이름은 '우'나 '루' 발음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호주 원주민들의 언어는 '우'나 '루' 발음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 대륙 전체를 구글 맵으로 살펴보면, 수많은 지명이 보이는데 영어식 지명과 원주민 언어식 지명이 비교적 쉽게 구분된다.

 영어식 : Sydney / King Island 등.

 원주민식 : Wooloongabba 울릉가바 / Wollongong 울릉공 / Warrnambool 워남불 / 쿠버 피디 등.

 

 그가 지명을 보고, 무언가 영어로 발음하기 어색하고 영어스럽지 않다 느껴지는 이름은 대부분 원주민어다. 그는 언어의 신비를 느낀다. 영어스러운 이름, 원주민어스러운 이름이 구분된다. 그는 워킹홀리데이 생활 중 원주민어를 접하는 일이 아예 없었다. 유일하게 원주민어를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바로 지명이다. 원주민어 지명도 모두 뜻을 갖고 있다. 바다의 소리, 목초가 무성한 수로, 커다란 바다의 향연, 구덩이 속 백인 등이다.

 

 

 울룰루는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며 위용을 과시한다. 도로를 운전해서 가까워질수록, 지평선 위에 조그맣던 울룰루가 조금씩 커진다. 울룰루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며, 울룰루 주변에도 여러 기암괴석과 돌덩이들이 있다. 호주 정부는 울룰루 포함 주변 지역을 울룰루-카타 추타 국립공원으로 묶었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던 울룰루를 볼 생각에 가슴이 뛴다. 그와 Travelmate들은 이틀간 울룰루를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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