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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23 - 도착, 로드 트립 종료

 그와 Travelmate들은 계속해서 유명한 장소를 들르고, 텐트를 설치해서 캠핑을 하고, 캠핑장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다.

 

 로드 트립의 일상은 이렇다. 차를 타고 달리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테이블을 꺼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점심식사와 정리가 끝나면 다시 차를 타고 달린다. 달리다가 볼 만한 곳이 있으면 들르고, 쉬고 싶을 때는 잠시 세우고 쉰다. 계속 달리다가, 저녁때가 오면 캠핑장에서 저녁을 해 먹고 텐트에서 잔다. 수도꼭지가 있는 야영지에서 그냥 캠핑을 하는 경우가 많고, 가끔씩 마을이 나오면 마을 캠핑자에서 캠핑을 한다. 아침이 일어나면  우유와 씨리얼, 에너지바 과자로 허기를 달랜 뒤 양치하고 텐트를 걷는다. 모두들 준비가 끝나면, 다시 차에 오르고 북쪽으로 향한다. 재밌기도 하지만, 지치기도 한다. 어느덧 로드 트립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다윈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 지역의 캠핑장에 도착한다. 이 캠핑장에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있어서, 사람들이 이 나무 테이블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와 Travelmate들은, 수염이 멋있는 중년 남성과 대화한다. 남성은 캠핑장 주변에 위치한 농장의 주인이며, 초등학생 아들 3명이 남성 근처에서 뛰놀고 있다.

 

 그는 대화 중, 농장주의 세컨드 비자 관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농장주가 소유한 농장은 세컨드 비자 발급 여건을 채울 수 있는 농장이라고 한다. 농장주는 자신이 고용주이긴 했지만 워홀러들과 똑같이 일했으며, 많은 워홀러들의 세컨드 비자 발급을 도와주고 페이도 많이 주었다고 한다. 그는 만일 자신의 비자가 많이 남았다면, 여기서 로드 트립을 중단하고 이 농장주의 농장으로 들어가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컨드 비자도 세컨드 비자지만, 캠핑장 주변의 경치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다윈에서 가깝기는 하나 그래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건물이 전혀 없고 지평선이 쭉 펼쳐진다. 그는 이런 농장에서 한 번쯤은 일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비자는 이미 만료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와 Travelmate들은 다윈 근처의 한 국립공원에서 텐트를 친다. 물놀이, 카누 타기 등을 즐길 수 있게끔 조성되어 있는 국립공원이다. 여러 즐길 거리가 있고, 다윈 근처라 그런지 캠핑장 이용료가 비싸다. 그는 별로 내키지 않지만, 다른 Travelmate들은 이미 물놀이와 카누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로드 트립 이전에 돈을 극단적으로 아낀 습관이 몸에 배어 남아 있다. 로드 트립을 하다가 외딴 야영지를 가면, 캠핑장 이용료가 한구석에 적혀있긴 하나 건물 하나 없고 관리인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밤중에 슬그머니 들어가서 빈자리를 이용하고 아침 일찍 출발한다면 아무도 모를 터다. 하지만 Travelmate들은 고지식하다 싶을 정도로 관리인의 전화번호를 찾아내서 이용을 알린 뒤 돈을 지불했다. 그는 가끔은 부정행위를 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으나, Travelmate들에게는 일말의 여지도 없다. 그는 Travelmate들의 이 모습에서만큼은, 더 나은 시민의식과 책임감에 대해 배운다.

 

 그와 Travelmate들의 분위기는 이전처럼 한없이 명랑한 상태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물 좋고 경치 좋은 국립공원에서 웃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도 오랜 여행이 지쳐서, 속으로는 은근히 로드 트립이 어서 끝나길 바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로드 트립 막바지 때의 사진들을 보면, 끝나길 바랬던 순간이었음에도 표정이 밝다.

 

 

 마침내 다윈에 도착한다. 호주 대륙 북부 정가운데에 위치한 해안 도시다. 다윈에 가까워질수록 아웃백의 황량한 느낌이 점점 사라졌고, 다윈에 들어서서는 완전히 없어진다. 화창한 날씨, 작은 도심 등을 보고 그는 언뜻 브리즈번을 떠올린다. 하지만 브리즈번과 확실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 바로 야자수다. 어릴 적 레고를 갖고 놀 때 보았던, 전형적인 야쟈수다. 야자수를 보자 그는, 자신이 열대 기후 지역에 도착하긴 했구나 생각한다. 다윈에는 야자수가 많다.

 

 그와 Travelmate들은 다윈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내리고 체크인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여권 번호를 적으라고 하는데, 프랑스인과 독일인은 개인 정보라고 하며 불만 가득한 표정이다. 그래도 결국은 다들 적어서 낸다. 방은 모두가 다른 방에 배정되었으며, 며칠 지나지 않아 다들 다른 게스트하우스로 옮겨간다. 차주는 바로 다음날 다른 장소로 옮긴다.

 

 

 체크인과 짐 정리가 끝난 뒤, 그와 Travelmate들은 로드 트립이 무사히 끝났음을 축하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그는 어느 정도의 고급 식당을 기대했는데, Travelmate들과 함께 방문한 식당은 거리의 한 태국 음식점이다. 마지막 식사가 그의 생각보다 조촐하다. 다들 먹고 싶은 것을 시킨다. 그는 팟타이를 주문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특히 마지막에는 다들 지치고 냉랭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던 로드 트립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끝날 때가 되면 아쉽다. 이 식사가 끝나고 나면, 그와 Travelmate들은 다시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는 식사를 하고 있는 Travelmate들을 바라본다. 차주와 독일인은 비교적 말이 없고, 프랑스인은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먹고 있다. 그는 팟타이를 먹다 말고, 핸드폰으로 Travelmate들의 모습을 찍는다. 3주 가까이 함께한 그와 Travelmate들의 로드 트립이 무사히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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