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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9번째 기업 (비영리 단체)

 그에게 면접 안내 메일을 보내온 9번째 기업은, 엄밀히 따지자면 기업이 아니다. 비영리 단체, 협회, 재단으로 분류되어 있다. 비영리, 즉 이익을 내는 것이 1순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익이 1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매출도 적다. 9번째 기업은, 매출이 200억도 되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 같았으면, 최저 조건만 맞으면 서류를 넣었을 터다. 하지만 9번째 기업은 그가 처음으로 접한 비영리 단체였기 때문에, 서류를 지원하기 전에 그도 약간의 조사를 했다. 주로 잡X레닛에서 정보를 취득했는데, 그가 9번째 기업에 서류 지원을 결심하게 한 것은 긍정적인 기업 리뷰들이었다. 이익이 최우선인 집단이 아니어서인지, 9번째 기업 재직자들은 나름 우호적인 리뷰를 남겨 두었다. 연봉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는 높다느니,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다느니, 일에서도 공공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는 등의 리뷰들이다. 그는, 공공에 기여하는 자부심이 무엇인지는 알 바 아니나, 연봉과 기타 복지에서만큼은 9번째 기업도 다니기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에 서류를 넣는다.

 

 9번째 기업은, 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놓지 않았다. 정해진 이력서 양식, 자기소개 질문도 없다. 사람X이나 잡X리아에서 클릭 한 번만 누르면, 미리 작성해놓은 표준 이력서로 지원할 수 있다. 그는 표준 이력서를 클릭 한 번에 복사-붙여넣기해서 지원한다. 그의 표준 이력서 자기소개서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과 다른 많은 경험을 했다는 짤막한 자기소개가 적혀 있다. 이에 더해, 그가 직접 만든 읽은 도서 목록도 첨부해서 보낸다.

 

 

 서류 합격 및 면접 안내 메일을 받고 난 직후부터 그는 면접 준비를 시작한다. 비영리 단체인 9번째 기업은, 일종의 인증 업무를 한다. 일반적인, 영리 단체인 사기업이 설립되기 위해서는 몇몇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비영리 단체인 9번째 기업이 하는 인증이라고 한다. 9번째 기업 홈페이지의 직원 인터뷰에서는, 자신들의 업무가 일반 사기업 및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내용이 많다. 그는, 잘은 모르겠지만, 9번째 기업이 하는 일을 보았을 때 아주 가망이 없는 집단은 아닌가 보다 생각한다.

 그가 지원한 직무는 '일반 행정'이다. 9번째 기업의 이런 인증 업무의 행정을 담당하는 것이리라.

 

 9번째 기업은 비영리 단체이며, 기업이라기보다는 재단이자 협회이므로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는다. 재무제표를 강박적으로 정리하는 그로서는, 재무제표가 없다는 점이 편하다. 하지만 동시에, 9번째 기업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 인터넷 검색이나 잡X레닛 리뷰에서만 정보를 유추해야 하는 것이다. 9번째 기업도 자신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면접 후기 중, 9번째 기업이 하는 일에 대해 알아온 내용을 말해보란 질문을 받았다는 이가 대다수다. 그는, 9번째 기업 홈페이지의 직원 인터뷰를 꼼꼼하게 읽으며 이 질문에 대비하고자 한다. 물론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은 직무 인터뷰를 읽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준비에 불과하지만, 이외에는 딱히 정보를 얻을 통로가 그에게는 없었다.

 그는 그동안 면접을 보았던 다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면접에 임한다. 그가 9번째 기업에 대해 아는 내용은, 네이버 검색과 홈페이지에서 본 것이 전부다. 대략적인 매출액(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른다), 하는 일, 잡X레닛 리뷰로 추측한 어렴풋한 사내 분위기 정도다.

 

 

 면접 당일, 그는 안내받은 시간에 맞춰 9번째 기업에 도착한다. 캐쥬얼 정장을 입은 인상 좋은 인사팀 직원이, 하얀 얼굴 씨 맞으시냐며 면접 대기실로 안내한다. 9번째 기업 내부는 아주 넓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밝아 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안내받아 도착한 대기실은, 일반적인 학원 강의실 같은 느낌이다. 그보다 먼저 도착한 면접자들이 6명 정도 있는데, 대기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앉아 있다.

 

 이윽고, 인사팀 직원이 들어와 대기실 앞쪽 화이트보드에 일정을 적으며 안내한다. 9번째 기업의 오늘 면접은, 총 3개의 절차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1. 영어 스피킹 면접

 2. 영어 Test

 3. 실무진 면접

 세 가지 면접의 순서는 지원자마다 상이하지만, 어쨌든 지원자들은 이 세 절차를 모두 끝낸 뒤 퇴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9번째 기업이 왜 굳이 영어 관련 테스트를 두 번이나 하는지 의문이 생기려 하지만 생각을 접는다. 그는 영어라면 꽤나 자신이 있는 편이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 뒤, 다가올 면접을 생각하며 준비 태세에 돌입하는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