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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12번째 기업, 14번째 면접 (보험업에 대한 관심, 준비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맞춰 그는 12번째 기업 본사에 도착한다. 매출이 조 단위인 보험사라 그런지, 대로변 한복판 커다란 빌딩에 건물 외부와 내부가 번쩍번쩍하다. 인사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로 들어가니, 자리가 50개도 넘어 보이는 커다란 강의실 같은 장소다. 이미 도착해서 면접을 기다리고 있는 지원자가 여럿, 면접을 진행 중인지 가방과 짐만 놓여있는 자리도 다수다.

 

 그는 눈으로 직접 보이는, 무언가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동경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보험이나 금융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보험과 금융은 많은 지원자들, 특히 경영학도들에게는 꿈의 직장 중 하나다. 벌써 10번이 넘는 면접을 경험해서인지, 애초에 그 자신이 가치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보험사여서인지, 그는 별로 긴장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대기실에 감도는 분위기는 꽤나 무겁다. 인사팀 직원들은 친절하고 편안하게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주려 하지만, 자리에 앉아 대기하는 지원자들의 얼굴은 상당히 얼어 있다. 그는 대기실 내의 분위기, 얼어있는 지원자들을 보며 12번째 기업이 꽤나 선망받는 직장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시에, 이렇게 널널한 마음가짐으로 앉아 있는 자신이 저런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12번째 기업, 일반관리(지원,기획) 신입 면접

 

면접자 : 그를 포함해 3명 (남2 / 여1) 

  안경을 끼고, 약간 마른 체구의 남자 면접자 1

  포니테일 머리, 키는 보통에 마른 듯한 체구의 여자 면접자 2

  그

 

면접관 : 총 3명, 모두 남자

  좌측, 안경을 끼고, 희끗희끗 흰머리와 이마가 보이는, 인상 좋은 면접관 1

  중앙, 별 특색이 없어 잘 기억나지 않는 면접관 2

  우측, 안경을 끼고 검은 머리, 그가 속으로 잘 생겼다고 생각한 면접관 3

 

 

  면접자 일동 : (입장하며)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일동 : 네, 반가워요. 편하게 앉으세요.

 

면접자들이 자리에 착석한다.

 

  면접관 3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면접 시작에 앞서, 한 가지 말씀드릴 점이 있어요. 오늘 자리는, 저희가 여러분을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여러분들도 저희를 평가하는 자리입니다. 저희가 이력서를 보고 질문을 드리는데, 조금 민감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을 드릴 수도 있어요. 그런 질문들은, 저희가 여러분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력서 상으로 보았을 때 확실치 않은 부분들은, 저희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질문을 하는 거니까요. 이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혹시라도 대답하시기가 껄끄럽거나 하시면, 부담 없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면접자 일동 : 네, 알겠습니다!

 

  면접관 3 : 네, 그럼 면접자 1부터 자기소개해주시겠어요?

  면접자 1 : 네, 안녕하십니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지닌 지원자, 면접자 1입니다! 저는~...

 

  면접관 3 : 네, 잘 들었습니다. 다음 면접자 2님께서도 자기소개해주시겠어요?

  면접자 2 : 네 안녕하십니까!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는~...

 

  그 : 안녕하십니까! 12번째 기업 일반관리에 지원한 하.얀.얼.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인 공놀이를 통해 친화력을~...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2번째 기업에 기여하고 싶은 지원자 하.얀.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12번째 똑같이 반복하는 그의 자기소개다)

 

 

  면접관 1 : 네, 잘 들었습니다. 먼저 면접자 2께 질문드릴게요. 공모전 입상 경험이 있어요. 어떤 공모전이었나요?

  면접자 2 : 네, 서울시 공공 프로젝트로,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공모전이었습니다.

  면접관 1 : 어떤 방안을 제시했나요?

  면접자 2 : 저는 자동차나 버스 등의 배기가스와 매연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설치해서 시민들의 자전거 사용을 촉진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면접관 1 : 혼자서 상을 받은 건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받았나요?

  면접자 2 : 함께 제안한 이들과 공동 수상했습니다.

  면접관 1 : 그렇다면, 공동으로 이 공모전을 진행할 때, 본인이 맡았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면접자 2 : 음.... 저는... 같이 작업을 하는 팀원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습니다. 해당 아이디어도 사실 처음 제안은 제가 했지만, 다른 팀원들과 이야기를 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수정이 됐거든요. 저는 서로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는 면접자 2의 커뮤니케이션 답변이, 별 특색 없이 그저 그런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3 : 자전거 서비스를 제안해서 수상을 했다고 하셨죠? 지금 어디서 운영이 되고 있나요?

  면접자 2 : 아 그게.... 해당 공모전에서는 제안까지만을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운영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면접관 3 : 그래도 제안할 때, 어떤 식으로 운영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지 않았나요?

  면접자 2 : 아, 네이버 지도를 보면서 거리를 계산하고, 자전거를 탔을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계산해서 제안에 첨부했습니다.

  면접관 3 : 대단하군요. 알겠습니다.

 

 

  면접관 1 : 음, 하얀 얼굴 씨, 호주에서 3가지 목표를 이루고 돌아왔다고 적으셨는데,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그 : 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 3가지 목표를 설정했고, 모두 이루고 돌아왔습니다. 3가지 목표는 돈, 경험, 영어입니다. 1년간 일을 해서 1만 불이라는 돈을 저축해 돌아왔고, 10가지가 넘는 job을 경험했으며, 호주 대륙을 종단하는 로드 트립과 일을 통해 영어 실력도 향상시켰습니다.

  면접관 1 : 잠시, 1만 불을 저축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는 얼마인가요? 1200만 원인가요?

  그 : 호주는 미국 달러가 아닌 호주 달러를 씁니다. 현재 정확한 환율은 800원대이므로, 정확하게는 800만 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주로 20대 초중반인 호주 워홀러들은 1만 불을 그냥 1000만 원으로 인식하고, 그래서 목표로 삼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면접관 3 : 하얀 얼굴 씨, 해당 금액을 모을 때, 따로 목표를 잡았나요? 그러니까, 한 달이나 일주일 단위로 목표를 정해놓고 기록을 하기도 했나요?

  그 : 음.... 호주 워킹 시기에 제가 가계부를 신경 써서 작성하기는 했습니다. 핸드폰 가계부 어플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핸드폰이 고장나면서 8개월 가량의 데이터가 전부 날아가버렸습니다. 이 점은 정말 아쉽게 생각합니다.(면접관들이 살짝 웃는다)  일주일 목표는, 이런 식으로 설정했습니다. 1만 불을 저축해야 하는데, 1년은 52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하기는 힘들 테니, 첫 2주는 적응기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50주로 잡고, 1만 불을 50으로 나누면 200불이 됩니다. 즉, 1주일에 200불씩 모으면 1년 뒤에 목표액을 모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후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목표가 꾸준히 달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면접관 3은 그에게 관심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것인지 질문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이전의 병풍 면접과는 달리, 이번 면접에서 그는 질문 세례를 받기 시작한다.

 

 

  면접관 3 : 하얀 얼굴 씨, 자기소개서에 '개인적으로 보험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다고 적으셨어요. 어떤 경험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혹시 이야기하기 좀 그러시면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 : 아, 아닙니다. 해당 경험은 제가 '하지정맥류 수술'을 했을 때의 경험입니다. 당시 저는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려 했는데, 아주 어렸을 적에 진단받았던 기록이 남아 보험사에서 보험을 가입시켜주지 않았습니다. 하지정맥류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받는 미용적 목적이 강한 수술로 분류가 되어서,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비급여 항목에 해당합니다. 당시의 저는, 미용 목적이 아니라 계속해서 쥐가 나고 아프기 시작해서 수술을 하려는 것이었음에도 보험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검사비와 수술비가 꽤 많이 나왔던 때의 경험을 적은 것입니다.

  면접관  3 : 그런 경험을 통해 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신 것 같은데, 우리 회사에 지원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나요?

  그 : 맞습니다. 학교에서 보험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보험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보험금 지급을 해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가입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험 수업을 통해, 보험업이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저의 오해가 풀리게 되었습니다. 보험은 언젠가는 발생할 위험을, 대수의 법칙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위험을 전가하면서 그 위험을 이겨냅니다. 약간의 보험료를 받아 보험금을 만들고, 그 위험이 실제로 도래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며 해당 위험을 극복하게끔 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처럼 진료 기록이 남아있는 사람을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보험금 수령 측면에 있어서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면접관 3 : 학교에서 보험 관련 수업을 통해, 이전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했다는 답변인 것 같아요. 하얀 얼굴 씨의 이러한 경험이, 일을 할 때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그 : 제가 지원한 직무는 일반 관리로, 영업직 선배들을 지원하는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보험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고객들이 약간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럴 때, 제가 수업을 통해 배웠던, 보험에 대한 오해를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면 고개들의 오해를 풀고 그들의 미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면접관 3 : 음... 알겠습니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자격증 목록에 특이한 것이 있네요. 해당 자격증은 어떤 이유로 취득하게 됐나요?

  그 : 아... 해당 자격증은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취득한 것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포상 휴가를 준다고 해서, 취득했습니다.

  면접관 일동 : 아 그래요? 하하...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지금 제 앞에는 하얀 얼굴 씨의 AI 면접 결과표가 있습니다. 여기 보면, 하얀 얼굴 씨는 전략적 사고 능력이 강하다고 나와 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는 여기서, 보험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어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는 보험에 관심이 없다.

 

  그 : 아 네, 감사합니다. 제가 전략적 사고력이 강하다니... 호주에서 있었던 보험 관련 경험을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저는 차를 구매한 상태였고, 차량 보험을 가입하려고 했습니다. 여러 보험사들과 상품들을 조사해본 결과, 저는 호주의 차량 보험을 3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더 말씀드려도 될까요?

  면접관 1 : 네

 

 

  그 : 호주에서는 차량에 대한 보유세를 내지 않습니다. 대신, 차량을 등록하면서 번호판 비용을 받습니다. Rego라고 합니다. 차량 가격에 따른 보유세를 내지 않으므로, 호주 도로에는 BMW, 벤츠 등의 비싼 외제차가 꽤나 많습니다. 돈이 없는 워홀러들도 똑같은 번호판 비용만 지불하면 되므로, 처음의 차량 값만 지불할 수 있다면 비싼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차량을 처음 등록하고 번호판을 받을 때, 강제적으로 보험에 가입이 됩니다. Compulsory Thrd Party, CTP라고 불리며 이 CTP는 대인 보험입니다. 즉, 제가 사고를 냈을 때 사고당한 사람에 대한 보험입니다. 이에 더해, 다른 사람의 차량까지 커버해주는 보험이 있으니 바로 대물 보험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인, 대물, 저의 자차까지 포함하는 보험이 바로 Comprehensive Cover입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호주 워홀러들에게서 나타나는 차량 보험 가입 양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차량 등록 시의 강제 대인 보험 CTP만 드는 경우

2. CTP에 대물 보험까지 드는 경우

3. Comprehensive를 드는 경우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돈이 없는 워홀러들은 보험료도 아깝기 때문에, 강제 대인 보험만 들고는 아예 보험을 들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1번의 경우는, 만일 운전하다가 길거리의 벤츠나 BMW를 들이받을 경우 상대방 차량에 대해서는 커버해주는 보험이 없습니다. 이럴 경우 그냥 도망을 다니는 경우도 종종 존재합니다. (면접관 1이 탄식한다) 대물 보험까지 든 2번의 경우는, 남의 차량과 인명에 대해서는 커버가 되지만 자차와 자신에 대해서는 커버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 워홀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보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자차와 제 몸까지 생각해서, Comprehensive Cover를 선택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호주의 차량 보험에 대해 정리를 하고 나니, 이후 저는 카톡방 같은 곳에서 차량 보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가 정리한 내용을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돈이 아까워 보험을 들지 않으려던 이들도, 저의 말을 듣고 나면 적어도 대물 보험까지는 가입을 해야겠다는 이들이 있고는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AI가 저의 전략적 사고 능력이 높다고 평가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면접관 1 : 음.... 알겠습니다.

  면접관 3 : 아, 잠시만요. 하얀 얼굴 씨, 지금 면접관분들이 하얀 얼굴 씨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드리고 있는 이유는, 하얀 얼굴 씨에 대해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얀 얼굴 씨의 이력서를 보면, 저희 보험사에 관심이 있어왔다고 보여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정말 보험에 대해 관심이 있어왔는지, 저희 회사에 관심이 있어 지원을 한 것인지가 명확하지가 않아요. 질문을 드려도 이 부분이 명확하게 해소가 되지 않을 경우, 저희가 계속해서 질문을 드리는 거예요.

  그 : 아, 알겠습니다.

 

 

 계속되는 질문 세례에, 그는 방어를 하다가 조금씩 지친다. 지치다 못해 조금씩 짜증이 나려고도 할 지경이다. 당연하다. 그가 관심이 전혀 없고 가치를 두지도 않던 보험업이다. 그랬던 그가, 자신은 보험업에 관심이 있어왔고 가치를 느낀다고 거짓말을 해야 하니 불일치가 생기는 것이다. 12번째 기업의 면접관들은, 친절하긴 하지만 그의 이러한 불일치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면접관 1 : 면접자 1님은, 특허도 있고 특이한 경험이 많네요. 그리고 이건... 사는 지역을 말씀드려도 되나요?

  면접자 1 : 아 네, 공모전 말씀이시군요. 제 고향이 전라도입니다.

  면접관 1 : 네, 전라도 시에서 진행한 공공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으시네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면접자 1 : 네, 해당 공모전은, 지방 홍보를 활성화하고 관광업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내라는 공모전이었습니다. 저는 저희 고향의 유명한 지점들을 방문하는 버스 코스를 만들어서 제안했고, 이 아이디어가 발탁되어 수상했습니다.

  면접관 1 : 실제로 버스가 운행되었나요?

  면접자 1 : 네, 맞습니다.

  면접관 1 : 면접자 1은, 이외에도 특허 경험도 있고, 특이한 경험이 많아요. 그런데 가장 최근에는 보험 판매원을 했었네요?

  면접자 1 : 네, 맞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성향상 보험판매원을 선택해서 일을 했습니다.

  면접관 1 : XXX사면 보험업계에서도 나름 큰 메이저 회사인데, 왜 3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었나요?

  면접자 1 : 일을 하면서, 보험을 실제로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보다는 영업직 직원들을 상대하며 지원을 하는 것이 더 저에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보니,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면접관 1 : 확실히, 영업을 해보셨으니 영업직들의 애환이나 애로 사항을 잘 아실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그만두셨다는 점이, 약간은 의문스럽습니다. 그만두시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요?

  면접자 1 : 아니오, 그 부분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그는 면접자 1이 신기하다. 공모전 입상에, 특허에, 보험 판매원 경험까지 있다. 하지만, 왜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다른 직무로 옮기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리 명쾌하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점점 면접에 망해가고 있는 것 같은 자신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면접관 3 : 면접자 2께서는, 현재 금융권에서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면접자 2 : 네, 제2 금융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면접관 3 : 일을 하시면서, 어떻던가요? 잘 맞으시나요?

  면접자 2 : 네, 제2 금융권에서 일하면, 대출을 받으러 상담을 오시는 고객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고객분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가 알맞은 상품을 소개시켜드려 도움이 될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면접관 3 : 혹시 가장 최근에 진행한 상담은 뭐가 있나요?

  면접자 2 : 아, 주택담보 대출 OOO이 있습니다. (안락보금자리? 같은 느낌의 이름이었던 것 같으나 명확하지 않다) 해당 상품의 경우, 아무래도 주택담보이다 보니 이자율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얼마 전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께 상담을 해드렸는데, 신용 조건 등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를 상담해드렸습니다.

  면접관 3 : 음... 맞습니다. 해당 상품의 경우 쉽지 않죠. 이자율이 얼마나 됐죠?

  면접자 2 : 최근에 조금 올라서 O%가 되었습니다. 상담받으시는 분들이 많아 저도 대출을 해드리고 싶은데, 아무래도 이자율 때문에 쉽지가 않아 그럴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면접자 2가 갑작스럽게 제2금융권에서 일한 것을 어필하며 치고 나온다. 그는 숫자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면접자 2가 전문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면접 시간은 어느새 40분이 가까워진다. 면접 시간의 절반 이상은 오롯이 그에게 질문이 퍼부어졌으며, 그는 주어진 질문에 답을 명쾌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느낀다.

 

 

  면접관 1 : 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만 듣고,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 말은 하얀 얼굴 씨부터 해주세요.

 

  그 : 알겠습니다. 오늘 면접에서 제가 질문은 많이 받았지만, 면접관님들께는 확신을 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면접관 1 : (웃으며) 그 부분을 뒤집으실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그 : 알겠습니다. 저는 보험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갖고 있었고, 이력서에도 나와 있듯 보험과는 관계없는 활동과 아르바이트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호주에서 몸을 쓰는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깨달은 것은, 결국 제 자신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그나마 제가 갖고 있던 것은, 초중고등학교 기간 동안 공부하며 얻은 경영학과 학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모조리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느니, 그동안 해왔던 것부터 열심히 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학교에서 경영, 보험 관련 수업을 들으며 숫자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자 했고, 이렇게 오늘 면접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부디 면접에 합격해서, 12번째 기업이 그리는 미래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반의 진심과, 절반의 거짓말이 섞인 어필이다)

  면접관 1 :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아까 하얀 얼굴 씨가 답변하신 것보다, 지금의 답변이 더 전략적 사고에 부합하는 답변인 것 같네요.

  그 : 아, 감사합니다.

 

 

 이후 다른 지원자들도 무난하게 마지막 말을 하고, 면접이 끝난다. 그는 면접관 1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의 거짓 어필을 눈치채고, 전략적으로 머리를 굴린다고 젠틀하게 돌려서 깐 것인지, 절반인 진심이나마 면접관 1에게 닿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면접관 3 또한 그에게 시종일관 친절하게 대했으며 그의 이야기에 반응이 가장 좋고, 그에게 가장 호감을 가진 면접관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 혼자만의 느낌일 뿐이며, 면접관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면접이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길, 함께 면접을 본 면접자 1이 갑작스레 그에게 말을 건다.

 

  면접자 1 : 후아... 수고하셨어요. 면접관님들께서 지원자분을 엄청 압박하시네요.

  그 : 네? 아... 이력서 상으로 진실성이 의심됐나 봐요.

  면접자 1 : 그래도 답변을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 : 아 그런가요. 지원자분께서도 경력도 있으시고 답변도 잘하시던데요.

  면접자 1 : 아 저는 너무 떨려서....

 

 

 그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압박 면접을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이 보기에, 또한 면접관들은 그에게 압박 면접을 진행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대기실에 도착해서, 그는 인사팀 직원이 주는 면접비와 상품을 받는다. 밖으로 나와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면접비가 5만 원이다. 5만 원, 면접비로는 정말 큰돈이다. 그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면접비로 5만 원을 받는 일은 없다. 12번째 기업이, 그가 면접 본 기업 중 면접비를 가장 많이 지급한 곳이다. 역시 보험사인가,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12번째 기업은 5만 원이라는 거금에, 주위의 유명한 빵집에서 산 듯한 쿠키 세트를 예쁘게 포장해서 면접자들에게 나누어준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며, 쿠키를 하나씩 집어먹는다. 자신도 모르게 압박을 당해서인지, 말을 많이 해서인지, 어떻게든 어필하려 머리를 써서인지, 그의 입에 들어간 쿠키는 꽤 달다.

 

 

 약 일주일 뒤, 12번째 기업으로부터 결과 메일이 도착한다.

1차 면접 불합격

 

 그는 어느 정도 예상했기도 했거니와, 면접 당시 면접관들이 대놓고 이야기를 해주어서인지 그리 충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가 된다. 있지도 않은 보험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어필하는 데 실패한 것이리라. 비록 면접에는 탈락했지만, 그는 12번째 기업 면접관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좋은 기억이 남는다. 면접관 1과 면접관 3은 한번 사석에서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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