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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13번째 기업, 15번째 면접 (붙어도 애매하다 1)

 12번째 기업의 면접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새로운 기업이 면접 안내 메일을 보낸다. 13번째 기업이다.

 

 13번째 기업은, 매출은 1000억 미만의 조그만 기업이다. 상장을 하지 않아서, 재무제표도 공시하지 않는다. 재무제표가 없으니 불안하기도 하지만 면접 준비하기엔 편하다. 기업 규모도 작겠다,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대강 회사 홈페이지만 훑는다. 13번째 기업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다. 그는 오랜만에 재무회계로 지원을 했다.

 

 

 면접 당일, 그는 13번째 기업으로 가는 길이다. 면접 시작 20분 전, 면접 장소에 거의 도착한 그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아보니, 13번째 기업 인사팀 직원이다. 직원은, 오늘 면접을 참석할 것인지 확인차 전화했다고 한다. 그는, 참석할 것이며 거의 다 왔다고 답한다.

 인사팀 직원의 목소리나 어투로 보아, 왠지 다른 면접자들이 펑크를 많이 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그다.

 

 

13번째 기업, 재무회계 신입

 

면접자 : 총 3명으로 모두 남자

 검은 피부의 면접자 1

 그

 비교적 하얀 피부에, 약간 마르고 머리를 세운 면접자 3

 

면접관 : 총 4명, 모두 남자

 맨 왼편, 특색이 없어 기억나지 않는 면접관 1

 왼쪽에서 두 번째, 옆머리가 짧고 흰머리가 많은, 이마를 드러낸 면접관 2

 안경을 끼고,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면접관 3

 면접장으로 면접자들을 인솔한 뒤 그대로 맨 우측 자리에 앉아버린 인사팀 직원

 

 

 그는 10번이 넘는 면접을 경험했다. 개별 기업을 제대로 만났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13번째 기업이 왠지 다른 기업들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인사팀 직원의 행동거지다. 인사팀 직원은 피부가 약간 얽은 얼굴에 안경을 낀 키 큰 남자다. 면접자들에게 안내를 하는 목소리나 말투를 보았을 때, 사람이 나쁘다거나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인성적으로는 좋은 사람에 속하리라. 문제는, 인사팀 직원으로서 면접자들을 인솔할 때 왠지 모르게 전문성이 결여된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주어진 일이라 하고 있기는 하나, 면접자들보다는 자신의 상사인 면접관들의 눈치를 상당히 많이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사팀 직원은, 면접자들을 면접실 앞에 세워두고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다.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가 면접관들에게 허락을 받는 모양새가, 약간은 허둥대는 듯하다. 인사팀 직원의 업무 전문성이 부족한 것일 수도, 아니면 13번째 회사가 유달리 권위적인 상하 관계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그다.

 

 인사팀 직원은, 면접자들을 면접장까지 인솔하고 자신도 면접관 자리 하나를 꿰차고 앉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는 약간 쎄한 느낌을 받는다. 인사팀 직원은 동등한 면접관으로써 면접에 참석한다기보다는, 다른 면접관들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팀 직원은 면접이 진행되는 내내 다른 면접관들의 눈치를 살핀다. 다른 면접관들은 궁금한 것만 짤막하게 질문하고는, 대부분 말이 없다. 어색한 분위기를 억지로 풀어가며 면접을 어떻게든 굴러가게 하는 것은 인사팀 직원의 몫인데, 그가 보기에는 인사팀 직원도 그리 말주변이 좋지 않다.

 

 

  면접자 일동 : (선 채로) 안녕하십니까!

  인사팀 직원 : 아 그래요 그래요. 편하게 앉으세요.

  면접자 일동 : (자리에 앉는다)

  인사팀 직원 : 네, 면접에 앞서, 요즘은 면접 시작 전에 다들 자기소개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면접자 1부터 해주세요.

 

  면접자 1 : 안녕하십니까! 13번째 기업에 지원한 면접자 1입니다. 면접을 보게 돼서 굉장히 떨리고... 긴장이 됩니다. 하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 (면접자 1은 약간 사투리를 쓴다)

  

  그 : 안녕하십니까! 13번째 기업 재무회계 직무에 지원한 하.얀.얼.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3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하.얀.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3 : 아, 네, 안녕하세요. 면접자 3입니다. 저는... 어... 대학교에서 회계를 공부하면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면서... 어... 직장에 소속되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그런 와중에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다가 지원했습니다. ...

 

 13번의 면접 동안 똑같은 자기소개를 기계처럼 달달 외워서 똑같이 말하는 그도 남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가 듣기에 면접자 1과 면접자 3의 자기소개는 상당히 부실하다. 둘 다 면접을 처음 보는 것인지, 아예 자기소개의 틀이 없다. 그는 내용은 똑같더라도, 어쨌든 구색과 형식은 갖춘 자기소개를 한다.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은 자유로운 것인지, 준비가 안 된 것인지, 전혀 색다른 자기소개를 선보인다.

 

 

  인사팀 직원 : 네, 잘 들었습니다. 다들 너무 긴장하시지 말고, 긴장 푸세요. 예, 그럼 제가 먼저 질문을 드릴게요. 면접자 1께서는 고향이 지방인가요?

  면접자 1 : 네, 맞습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면서 올라왔습니다.

  인사팀 직원 : 지금 어디 살고 계신가요?

  면접자 1 : 회사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

 

  인사팀 직원 : 네, 이번에는... 하얀 얼굴 씨. 하얀 얼굴 씨는 어디에 살고 계시죠?

  그 : 저는 OOO에 살고 있습니다.

  인사팀 직원 : 아, 자취하고 있나요?

  그 :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인사팀 직원 : 아 그렇군요. 오늘 면접장까지 오는 데는 얼마나 걸렸나요? ...

 

  인사팀 직원 : 네, 이번에는 면접자 3. 면접자 3께서도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신가요?

  면접자 3 : 자취하고 있습니다.

  인사팀 직원 : 아, 언제부터 자취를 하셨나요?

  면접자 3 : 대학교를 집에서 먼 곳으로 가게 되면서부터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

 

 

  인사팀 직원 : 자, 네 이제 다들 긴장이 조금 풀리신 것 같아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면접 질문을 드릴게요. 각각 지원자분께 다른 질문을 드릴 거에요. 먼저 면접자 1님,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그는 영어 질문의 타이밍이 굉장히 뜬금없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재무회계 직무가 영어를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면접자 1 : 아.... 영어 자기소개요? 아....

  인사팀 직원 : 괜찮습니다. 편안하게, 하실 수 있는 데까지만 해주세요.

  면접자 1 : 아... 알겠습니다. ... Hi, My name is 면접자 1. ... Nice to... meet you. ... I ... studied ... management in.... University. .... 아 .... Sorry, I can't remember... .... 아 .... 죄송합니다...

  인사팀 직원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인사팀 직원과 면접관들의 눈빛은 꽤나 싸늘하다. 그도 속으로는, 자신의 면접 경쟁자가 영어로 자기소개조차 끝마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재무회계 신입 면접에서 영어 자기소개를 왜 시키는지가 더 의문스럽다.

 

 

  인사팀 직원 : 네, 하얀 얼굴 씨. 재무회계 직무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그는 앞의 면접자 1처럼 영어 자기소개를 시켜주기를 바랬는데, 인사팀 직원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튄다.)

  그 : 네, 저는 기업이 경영학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숫자에 친숙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숫자 관련된 수업을 들었고, 특히 그중 회계 관련된 수업을 들었습니다. 취업을 준비할 시기가 되어, 그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회계 직무에서 13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지원했습니다.

 

 그는 회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며, 수업만 많이 들었을 뿐 성적은 엉망이다. 하지만 이전에 두세 차례 정도 회계 직무로 면접을 본 경험이 있는 그다. 입에 침이 발린,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오는 그의 거짓말은 인사팀 직원의 귀를 사로잡은 듯하다. 그가 말을 하며 면접관들을 둘러보니, 면접관 중 유일하게 인사팀 직원만이 그의 말을 들을 때 고개를 끄덕거리며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인사팀 직원 : 네, 잘 들었습니다. 지원자 3께서는,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요?  (이번에도 갑작스러운 급선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질문이다)

  면접자 3 : 네? 존경하는 사람 말씀이신가요? 아....

  인사팀 직원 : 네, 평상시 존경하거나, 동경하는 사람을 한 사람만 말해주세요.

  면접자 3 : 아.... 그게.... 없습니다.

  인사팀 직원 : 네? 무슨 말씀이시죠?

  면접자 3 : 존경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사팀 직원 : 한 명도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요즘 면접 때 이런 질문을 해서 다들 준비를 한다고 하던데.

  면접자 3 : 네, 진짜로 존경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인사팀 직원 : 음....

 

 면접자 3은 자아가 확고한 것인지, 존경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영어 자기소개를 완전히 망쳐버린 면접자 1과 존경하는 인물이 한 명도 없는 면접자 3 사이에 낀 그는, 조심스레 면접관들의 분위기를 살핀다. 면접관들은 포커페이스를 잘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관심조차 없었는지, 그다지 미동이 없다. 다만 얼굴에 표정이 그나마 잘 드러나는 인사팀 직원은, 처음보다 면접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감소한 듯하다.

 

 약간 허둥대는 듯한 인사팀 직원, 면접자들에게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는 듯한 나이 든 면접관들, 영어 자기소개를 끝마치지 못한 면접자 1, 기어코 끝까지 존경하는 사람이 없다고 답한 면접자 3.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는 13번째 기업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면접 프로세스는 물론, 면접에 참여하고 있는 모두가 부실한 열정과 귀찮음마저 풍기고 있다. 만일 이 면접에 합격하더라도, 그는 13번째 기업에 별로 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어서 빨리 면접이 끝나길 바라는 그다.

 

 

 면접이 시작하고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면접관 2가 드디어 입을 연다.

 

  면접관 2 : 그래요, 지원자들은 재무 회계에 지원했으니, 직무 관련 질문을 할게요. 지원자 전체에게 물어보는 것이니, 아는 사람이 먼저 답하세요. EBITDA가 뭡니까?

  그 : 법인세 차감 전의 영업이익으로 알고 있습니다.

  면접관 2 : 그게 다인가요?

  면접자 3 : 이자까지 차감해야 합니다.

  면접관 2 : EB, I, T는 는데, 다(DA)는 어디 갔나?

  그 : 아, 감가상각비도 차감한 영업이익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회계 지식이 부실하다)

 

 면접관의 계속된 힌트로 인해, 결국 답을 맞히긴 했으나 면접관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면접관 2 : 음. 연결회계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보세요.

  그 : 연결회계는, 두 기업의 재무제표를 연결하는 회계입니다. 보통 지분으로 엮인 모회사와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쳐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수업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두 기업의 재무제표를 합치기 위해서는 우선 장부가를 모두 더합니다. 이후, 그대로 더해버린 장부가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나 중복된 부분들을 제거합니다. 재고를 세는 법이 서로 다르거나, 감가상각이 다르게 되어 있는 경우 등에 포함될 때 이러한 연결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면접관 2 :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다)

  면접자 3 : 제가... 추가적으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연결회계를 할 때는, 지배지분과 비지배지분에 대해서도 나누어서 인식을 해주어야 합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이런 식으로 지배지분과 비지배지분을 인식해주어야 하는데요. ...

 

 그는 면접자 3의 대답을 들으며, 회계 공부를 꽤 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명확하진 않으나, 면접자 3은 회계 관련 무슨 자격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관 2 : 그래요. 저는 이쯤 하겠습니다.

  인사팀 직원 : 네, 다른 면접관 분들은 더 물어보고 싶으신 질문이 있으신가요?

 

 인사팀 직원은 면접관 하나하나에게 다 물어보며 그들의 반응을 살핀다.

 

  인사팀 직원 : 면접관 1님?

  면접관 1 :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인사팀 직원 : 면접관 2님?

  면접관 2 :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인사팀 직원 : 면접관 3님?

  면접관 3 :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인사팀 직원 : 네, 그럼 이것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가실 때는 제 인솔 없이, 아래로 내려가셔서 귀가하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어요.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인사팀 직원은,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면접자들에게 이미 면접비를 나눠주었다. 그래서인지, 면접이 끝난 이후로는 인솔이 없다. 상사인 면접관들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면접장에 남아있어야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자들은 짐을 챙겨 밖으로 나온다. 그는 도망치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13번째 기업으로부터 벗어난다. 어서 빨리 13번째 기업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 13번째 기업의 건물에 들어간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그를 짓누르는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단지 매출이 적은, 조그만 회사인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그만 회사의 엉터리 면접에서도 그는 자신을 어필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는 적어도 영어로 자기소개를 할 수 있으며, 존경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면접관들의 눈치를 보며 존경하는 사람 하나 정도는 억지로 만들어내서라도 답변을 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과연 그를 다른 지원자들보다 더 우선순위에 두고 채용을 고려했을지는 심히 의문이다. 그도 직무 관련하여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무회계 직무에는 더 이상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 13번째 회사에서의 면접이 엉망이었던 것이지, 지원자들을 제대로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가진 기업에서는 그가 빛을 볼 수도 있으리라. 물 그런 기업들은 경쟁자들의 급이 높아지겠지만, 그는 아직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쓸데없이 눈 높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약 일주일 뒤, 13번째 기업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한다.

1차 면접 불합격

 면접 당시의 답답함, 13번째 기업에 들어선 순간부터 자신을 짓누른 알 수 없는 무거움을 다시 떠올리며, 그는 면접에 탈락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