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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14번째 기업, 16번째 면접 (붙어도 애매하다 2)

서울 중심 대로변에 위치한 회사들은, 하나같이 건물이 높다. 땅값도 비싸고, 건물주 입장에서는 높이 지을수록 이윤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14번째 기업은 대로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인지, 회사 건물이 세로가 아닌 가로로 길다. 기껏해야 2층이나 3층 정도인데, 면적이 상당히 넓다. 건물이 길어서, 건물 입구도 좌/우/중앙 세 곳이다.

 

 경비실에 인사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어디로 가라는 안내가 없어, 그는 잠시 사무실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그와 눈이 마주친 한 젊은 직원이 일어나더니 그에게 다가온다. 면접 보러 오셨냐며, 우선 이쪽으로 오시라고 한다. 인사팀 직원인지는 확실치 않다.

 

 

 건물은 밖에서 본 그대로, 기다란 내부 공간을 갖고 있다. 이 사무실에서 저 사무실로 가려면, 길게 뻗은 복도를 통과해야 한다. 직원의 뒤를 따르며, 그는 이것저것을 훑어본다. 바닥은 전형적인 도끼다시에, 벽면은 검은 알갱이가 보여 쿠키앤크림 아이스크림 같은 시멘트로 이루어져 있다. 언덕배기 땅에 위치해서인지, 14번째 기업의 건물 내부는 단차가 있다. 복도를 걷는 그와 직원은 가끔씩 세네 칸짜리 계단을 오르내린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머리 위에는 나무로 된 판이 걸려 있다. 아파트 단지의 부녀회나 노인정 같은 곳에 걸려 있는 것과 똑같은, 진한 갈색으로 칠을 하고 까만 붓글씨를 써놓은 나무 판이다. 그가 슬쩍 보니, 이런 글귀가 붓글씨로 적혀있다.

   - OOO께서는 우리의 목자이나니

   - 우리의 모든 것은 OOO의 품에 있노라

    ...

그는 속으로, 특정 종교 회사가 맞구나 생각한다.

 

 

 기다란 평면 탓인지, 14번째 기업은 약간 미로같이 되어 있다. 긴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복도가 교차로같이 나눠지는 공간이 나오는데, 오른쪽에는 재무팀 명판이 걸려있고 왼쪽에는 영업팀 명판이 걸려 있다. 그가 가야 할 곳은 아닌가 보다. 앞서가던 직원은, 이대로 쭉 직진했을 때 나오는 사무실에서 대기하면 된다고 말하고는 다시 돌아간다. 그는 직진하면 되느냐고 한번 더 되묻고, 홀로 직진한다.

 

 직진하자, 처음 그가 들어섰던 크기와 비슷한 조그만 사무실이 하나 나온다. 그가 도착하자, 사무실 직원이 또 하나 일어나서 그를 안내한다. 인사팀 직원인 듯하다. 직원은 그에게 여기 대기실에 들어가 대기하라고 한다. 그는 속으로, 사무실 자체도 작은데 굳이 방을 나누어 두었다고 생각하지만 군말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대기한다.

 

 조그만 책상 하나 들어가는 대기실 안, 그는 혼자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내 2명의 지원자가 더 도착한다. 안 그래도 좁은 대기실에 3명이 들어가자 짐 놓 공간도 여의치 않다. 다행히도 그는 곧 면접 장소로 이동한다. 면접 장소는 기다란 복도를 약간 걸어가다가 꺾어져 있는 곳으로, 회의실로 보인다.

 

 

14번째 기업, 해외영업지원 신입

 

면접자 : 그 혼자

 

면접관 : 남자 1명

  개구리상 얼굴에, 머릿결이 얇고 안경을 낀 남자 면접관 (면접관은 아이패드 같은 전자기기만 하나 갖고 있다)

 

 

  그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 아,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그 : 네!

  면접관 : 네, 저희가 1차 면접은 이렇게 일대일로 진행해요. 어디... 하얀 얼굴 씨, 네. 자기소개 한 번 해주시겠어요?

  그 : 네, 안녕하십니까! 14번째 기업 해외영업지원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입니다! 저는 두 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인 공놀이를 통해 친화력을...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4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얀.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면접관은 아이패드 같은 전자기기에 눈이 고정되어 있다. 그의 이력서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면접관 : 네, 잘 들었습니다. 오늘 어떻게 오셨나요?

  그 :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역에서 걸어왔습니다.

  면접관 : 아, 걸어오셨군요. 저희 회사가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조금 되는데, 오시는 길은 괜찮았나요?

  그 : 네, 생각보다 빠르게 왔습니다.

 ...

 

 

  면접관 : 우리 회사가, 업력은 꽤 되는데 많이 알려지진 않은 편이에요. 그래서, 간단하게 질문을 한 가지 드려보고자 해요.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약품 이름을 아는 대로 말해보세요.

  그 : (속으로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제가 회사 홈페이지와 뉴스를 통해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14번째 기업의 생산 약품 중에서는 AAAA, BBBB, CCCC, DDDD이 가장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EEEE도 개발했다는 기사를 봤으며, 이외에도 FF...

  면접관 : (말을 끊으며) 아, 알겠습니다. 우리 회사 제품이 그렇게나 많았군요.

 

 그는 면접관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하다. 답변이 중간에 끊긴 것도 그렇지만, 면접관의 반응이 영 심드렁했기 때문이다. 자기네 회사 제품이 무엇인지 관심조차 없는 면접관인 것인지, 열심히 암기하며 해당 질문을 준비한 면접자인 그에게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헷갈린다.

 아울러, 이럴 거면 이 질문을 왜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피어난다. 놀랍게도, 회사나 직무와 관련된 질문은 이 질문이 전부였다.

 

 

  면접관 : 제가 지원자들과 계속 면접을 보고 있는데, 요즘 취업이 많이 힘든 것 같긴 하더라고요. 지원들을 상당히 많이 하신다더라고요. 어떤 면접자는, 이번 상반기에만 벌써 100군데를 넣었다더라고요. 하얀 얼굴 씨는 혹시 회사 지원을 몇 군데나 하셨나요?

  그 : 아, 네? 지원 횟수 말씀이십니까? (그도 서류 지원 100번은 이미 진작에 넘었다)

  면접관 : 네. 솔직하게.

  그 : 아... 저도... 음... 많이 지원했습니다.

  면접관 : 많이요?

  그 : 네.

  면접관 : 많이, 알겠습니다.

 

 

  면접관 : 네, 이번에는 하얀 얼굴 씨의 장단점을 말씀해주세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7개씩 말씀해주세요.

   그 : (어이가 없어서) 7개 말씀이신가요?

  면접관 : 네, 7개씩이요.

  그 : (열 손가락을 피고 하나씩 접으며) 아 알겠습니다. 저의 장점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성격, 체력이 좋다는 것,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낯선 사람에게 잘 다가간다는 것과 인상이 좋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해버리는 그다)

  면접관 : 네, 이제 단점 차례입니다.

  그 : 아, 네.

  면접관 : 보면, 다들 장점은 잘 얘기를 하는데 단점에서 막히더라고요.

  그 : (접었던 손가락을 다시 피고) 음... 저의 단점은 첫인상이 약간 강하다는 것, 의사 표현이 강할 때가 있다는 것, 무언가에 너무 몰두하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는 것, 제 주관을 확실히 표현한다는 것, 그리고.... 음...

  면접관 : (왜인지 모르겠지만 옅은 웃음을 띄며) 괜찮아요.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그는 면접관이 말로는 7가지라고 했지만, 대여섯 가지 정도 대답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융통성 있게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면접관은, 반드시 7가지를 들어야겠다는 신념을 가졌는지 도무지 넘어갈 생각을 않는다.

 

 

  그 : 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고집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 제가 생각했을 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한다는 점, 위압감을 주는 인상을 풍길 때가 가끔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면접관 : 네, 알겠습니다.

 

 장점도 그렇고 단점도 그렇고, 그는 어떻게 해서든 면접에서 플러스가 될 만한 점들을 우회적으로 어필하며 답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한 답을 7개씩이나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더라도 7개씩 말할 거리는 없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머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나불거릴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앞에 언급한 것들과 겹치는 부분들도 많았다. 그는 면접관이, 자신도 기억을 다 못하는 14가지를 전부 기억은 하는지, 제대로 듣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면접관 : 네, 면접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도 될 것 같네요. 하얀 얼굴 씨가 저희 회사에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회사 생활이나, 그런 점에서요.

  그 : 제가 지원한 직무가 해외영업지원 직무잖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면접관 : 아, 직무 이름 그대로에요. 해외영업지원이니, 해외영업팀에서 하는 일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실 겁니다. 또 물론 경영지원팀 일들도 하실 거에요. 회사일이 다 그렇지만, 딱 정해져 있는 일도 있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다른 팀을 지원하시기도 할 거에요.

  그 : 아, 네 알겠습니다.

 

 해외영업지원은 해외영업팀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라,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는 면접관의 말이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영양가 없는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 또 있나요?

  그 :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 그리고, 14번째 기업이 특정 종교를 믿는 기업이라는 후기를 봤습니다. 저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만, 해당 부분이 궁금합니다.

  면접관 : 아, 그 부분은,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회사 높은 분이 특정 종교를 믿긴 합니다. 하지만, 그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회사를 다니지 못한다거나, 회사 생활에서 불이익이 있다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저도 그 종교를 믿지 않아요.

  그 : 알겠습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면접관 : 더 궁금한 것 있나요?

  그 : 지금으로선 없습니다.

  면접관 : 네, 그럼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 : 감사합니다.

 

 

 면접이 끝나고, 그는 대기실로 돌아가 짐을 챙긴다. 짐을 챙기는 그에게, 사무실 직원 중 연장자인 듯한 사람이 다가와 말한다.

 

  연장자 직원 : 면접 잘 보셨어요? 합격할 경우 최종 면접을 또 진행할 겁니다. 결과 발표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드릴 거예요. 아마 이번주 내가 될 겁니다.

  그 :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장자 직원 :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요.

  그 : 감사합니다!

 

 

 그는 구불구불한 복도를 다시 통과해서 밖으로 나온다. 14번째 기업은, 그에게 면접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면접도 이상하고, 면접비도 주지 않는 14번째 기업에 반감이 생기는 그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면접 이후 14번째 기업의 행보다. 분명 연장자인 직원이 결과 통보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는 결과 통보를 받지 못한다. 1개월이 지나, 자X설닷컴의 해당 기업 채팅에서 누군가가 이미 최종 면접까지 참석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자랑을 한다. 그는 짜증이 나긴 하지만, 탈락했다는 이유는 아니다.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해놓고선 기다리게 만든 점에 대한 짜증이지, 탈락한 것에 대해서는 별 감흥이 없다. 면접날의 기억을 돌이켜보았을 때, 14번째 기업 또한 붙어도 애매한 기업이었다. 13번째 기업과 14번째 기업, 그는 두 번 연속으로 붙어도 애매한 기업들에 찾아가 면접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