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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16번째 기업 1차 면접 탈락 (아쉽지만 불합격)

 면접 결과 발표일, 그는 핸드폰을 붙잡고 앉아 있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는 자신이 면접에 합격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서 빨리 임원 면접을 보고, 16번째 기업에 입사하여 회사 생활을 꿈꾸는 그다. 면접 당일날 면접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16번째 기업 유니폼 후리스를 입고 있는 직원들을 보며 느꼈던 설렘과 동질감을 그는 기억하고 있다. 반드시 들어가고 싶다. 면접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겠다, 기업 규모도, 취급하는 제품도, 직무도 마음에 든다. 붙여주기만 하면 정말 만족하고 다니리라. 유니폼 후리스를 아주 몸처럼 입고 다니리라.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취준생에게는, 기업 내부와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는 자X설닷컴의, 16번째 기업 채팅방에서 다른 취준생들의 말을 훑어보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합격했다고 채팅을 치며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그의 핸드폰은 아직 울리지조차 않았다. 합격자가 나왔다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채팅방은 들끓기 시작한다.

 

 붙어서 축하한다느니, 나는 왜 연락이 안오지, 떨어진 것 같다느니, 한숨과 자랑이 섞여 채팅방은 난장판이다. 그는 그런 채팅방을 보면서, 속에서 열불이 끓지만 가라앉힌다. 아직 합격 문자를 받은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으니, 차례차례로 결과를 보내주는 중이겠거니 생각한다.

 

 

 그렇게 1시간을 기다렸을까, 갑자기 누군가가 또 채팅을 친다. 자신은 해외영업 직무 합격자이며, 이미 30분 전에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속으로, 그럴 리가 없다며, 강하게 현실을 부정한다. 체념하는 다른 경쟁자들은, 합격자들에게는 이미 연락을 다 돌리고 이제 불합격자에게 일괄 통보만 남은 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16번째 기업이,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자신을,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릴 리가 없다. 그에게도 곧 합격 안내 문자가 올 것이다. 그는 핸드폰을 더욱 단단히 부여잡는다.

 

 약 30분 뒤, 16번째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드디어 결과 확인이 된다는 채팅이 올라온다. 그때까지도, 그에게는 합격 문자가 도착하지 않았다. 설마, 아직도 합격자들에게 차례로 문자를 돌리는 중이겠지. 그는 자신이 먼저 확인하겠다며 채용 홈페이지에서 이름과 직무를 기입해 넣고 결과 확인을 누른다.

팝업창이 뜬다.

 

 

 16번째 기업 부문별 /경력사원 채용(1차 면접 합격발표)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얀 얼굴님의 지원 상태는 '아쉽지만 불합격' 입니다.

 

 

 그는 눈으로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불합격이라는 글자는 선명해지고 그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간신히, 그렇게 간곡히도 붙잡고 있던 희망의 끈은 그의 정신줄이기도 했다. 희망의 끈과 정신줄이 동시에 끊어진다. 그는 생각을 놓아버린다.

 

 멍한 눈으로, 그는 화면을 계속해서 쳐다본다. 그냥 불합격도 아니고, '아쉽지만 불합격'이라. 아쉽지만 불합격은 또 뭔가. 그는 이 아쉽지만 불합격이라는 말이, 자신을 놀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16번째 기업 채팅방에는, 합격했다는 익명의 누군가가 신나게 떠벌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저런 떠벌이보다도 못하구나 생각한다. 한숨이 나온다.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다가, 그는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서 불합격 화면을 찍어버린다. 왜 그랬는지는 그 자신도 잘 모르겠다. 이 분노와 허탈함을 박제해버리겠다는 것인가. 도무지 이겨내기 힘든 정신적 충격에 미친 사람마냥 정신을 놓아버리고 웃으며 자신의 또 한 번의 실패를 축하하며 기념 사진을 남긴 것인가. 

그는 16번째 기업 1차 면접에서 불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