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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16번째 기업, 18번째 면접 (하하허허)

 면접실은 가로로 긴 형태이며, 하얀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면접관들은 창가 쪽에 앉아 있으며, 면접자들은 문에서 들어가 준비된 좌석에 앉는다. 면접관과 면접자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16번째 기업, 해외영업 신입

 

면접자 : 그를 포함해 총 2명, 모두 남자

  해외에서 오래 살았다는, 해외파로 보이는 보통 체격의 면접자 1

  그

 

면접관 : 총 3명, 모두 남자

  우측 - 마른 체격, 하얀 피부에 안경을 끼고 눈웃음이 인상적인 40대 초반 면접관 1

  중앙 - 보통 체격, 하얀 피부에 안경을 끼고 눈이 자그마한 40대 중반 면접관 1

  좌측 - 검은 피부, 동그란 체격, 반삭 머리, 눈이 동그랗고 인상이 강한 40대 중반 면접관 3

 

 그는 면접관을 보며, 상당히 특이한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 1과 2는 형제라고 해도 믿을 만큼 느낌이 닮았다. 체구는 다르지만, 하얀 피부톤과 안경, 인상이 좋은 것까지 흡사하다. 다만, 면접관 2는 정말로 웃는 인상이었다면 면접관 1은 웃는 인상 뒤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느낌이다.

 이에 반해, 면접관 3은 인상이 꽤나 강렬하다. 검은 피부와 동그란 체격이, 실제 현장에서 경험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막상 면접관 3이 입을 열면, 겉모습과 달리 말투는 순하다.

 

 

  면접자 일동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일동 : 네 안녕하세요. 면접자 1 씨가 이쪽에 앉으시고, 하얀 얼굴 씨는 이쪽에 앉으세요.

  면접자 일동 : (자리에 앉는다)

  면접관 2 : 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면접 시작할게요. 우선, 면접자 1부터 자기소개 부탁해요.

  면접자 1 : 안녕하십니까, 16번째 기업에 지원한 지원자, 면접자 1입니다. 저는 ... ...

 

  면접관 2 : 네 잘 들었습니다. 하얀 얼굴 씨?

  그 :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16번째 기업 해외영업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6번째 기업 해외영업 직무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얀.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제조업체 해외영업에 기반을 둔, 그로서는 모든 것을 짜낸 자기소개다)

 

 

  면접관 1 : 네, 잘 들었습니다. 반가워요. 저희 면접관들이 돌아가면서 여러분께 궁금한 것을 질문할 겁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답해주시면 됩니다.

  면접자 일동 : 네!

  면접관 2 : 네 우선, 면접자 1 씨, 해외 생활을 오래 하셨군요?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면접자 1 : 네, 어렸을 적 인도네시아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주재원이신 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습니다. 이후 대학교를 미국으로 진학했습니다.

  면접관 1 : 그런데, 군대는 우리나라에서 병장 전역을 했네요?

  면접자 1 : 네, 맞습니다. 군대는... 제가 사실은 미군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군을 지원하려 할 때, 당시 대기열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냥 빠르게 갈 수 있는 한국 군대를 가서 전역했습니다.

  면접관 1: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주재원 아들에 해외파다. 그러나 꿇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다.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고요?

  그 : 네, 맞습니다!

  면접관 1 : 자기소개를 보면, 돈, 경험, 영어 3가지 측면에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쓰셨어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그 : 네, 돈은, 1만 불을 저축하겠다는 목표였습니다. 1년은 52주이므로, 1만 달러를 50주로 나누어 일주일에 200달러씩 저축하겠다는 계획을 잡고 실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만 달러를 저축해 돌아왔습니다.

 경험은, 돈과도 연관이 있습니다만,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면접관 2 : 잠시, 1만 달러가 얼마인가요?

  그 : 환율을 정확히 따지자면 850만 원 정도입니다만, 워홀러들은 쉽게 1000만 원이라고 인식합니다.

  면접관 1 : 네, 계속해주세요. 워킹홀리데이 동안 무슨 일들을 하셨나요?

  그 : 스시집 보조, 설거지, 건설 현장 에어컨 설치, 건물 철거, 소고기 공장, 청소, 세차 등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모두 경험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면서, 또 여러 일을 하면서 영어 실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되었습니다. 다녀와서 토익 940점, 오픽 AL 점수를 취득했습니다.

  면접관 일동 :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이력서를 보니 졸업 상태가 아직 예정이네요. 언제 졸업하는 건가요?

  그 : 아, 오늘 졸업했습니다. 오전에 학교에 들러 졸업장을 수령하고 왔습니다. 졸업장을 수령했으니 완전히 졸업했으며, 내일 당장 출근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 2 : 아, 하하하 알겠습니다. (당돌하다는 듯 사람 좋은 웃음이다)

  면접관 3 :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OO대학교? OO대학교면 저기 XX에 있는 곳이잖아요?

  그 : 네, 맞습니다.

  면접관 3 : 아침에 거기서 여기까지 왔다고? 오래 걸리지 않나요?

  그 : 대중교통을 타고 금방 왔습니다.

  면접관 1/2 : 차로도 고속도로 타면 금방 와요.

  면접관 3 : 아, 그렇지...

 

면접관 3이 갑작스럽게 관심을 보이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이후로 면접관 3은 다시 입을 닫는다.

 

 

  면접관 2 : 네, 다들 영어를 잘하시겠지만, 아무래도 해외영업 직무이다 보니, 영어 실력을 한 번 보여주세요. 아무 주제나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짤막하게 1분 정도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지원자 1부터 해주세요.

  면접자 1 : I'd like to talk about the current change in Amercian Government. Due to this election, new president just elected and he is focusing on global warming right now. ... (새롭게 뽑힌 미국 대통령이, 환경 관련된 정책에 힘을 싣고 있으며 이 점이 16번째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류의 내용이다)

 

  면접관 2 : 네, 하얀 얼굴 씨?

  그 : K, I wanna talk about these days social atmosphere, so called PC. PC is a shorten term of Political Correctness. I do agree with this proposal, but the problem is PC movemetn is going too far... (그는 여기서, 생뚱맞게도 PC주의에 대한 그의 견해를 이야기한다. 당시 그가 굉장히 몰입하고 있는 주제이긴 했으나, 면접과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든 16번째 기업과 접점을 가진 주제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면접 탈락 사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답변이다)

 그의 PC주의 관련 답변에, 면접관들은 표정 없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면접관 2 : 네, 잘 들었습니다. 두 분 다 경영을 공부하셨으니, 우리 회사 재무제표를 보셨나요?

  면접자 1 : 네, 봤습니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그 : (자신만만하게) 네, 봤습니다. 그중에서도 중요해 보이는 숫자들은 암기를 했습니다. 한 번 외워봐도 되겠습니까?

  면접관 2 : 아니,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 (약간 실망스러우며 무안하다)

 

 

  면접관 1 : 음... 우리 회사는 특이하게도, 회사가 둘로 나뉘어져 있어요. 재무제표를 보셨다니 아시겠지만, 재무제표도 2개 회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입사를 하신다면, 두 개의 회사 중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은가요?

  면접자 1 : 저는, ... (특색 없는 답변이다)

  그 : 저는 16번째 기업(2)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그 이유가 뭔가요?

  그 : (조금 당황하여) 음... 재무제표를 보았을 때, 16번째 기업(2)가 더 비중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회장님께서도 해당 기업 재무제표에 등재되어 있으셔서...

  면접관 일동 : 하하하 (일제히 웃는다)

  면접관 3 : (면접관 1/2에게) 그래요! 회장님이 계시는데, 다른 이유가 필요합니까? 허허

  면접관 1 : (웃음을 머금은 채로) 해당 질문을 드린 이유는, 두 분 다 경영을 공부하셨고 또 재무제표를 보셨다고 하니까. 저희 기업은 16번째 기업(1) / 16번째 기업(2)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그런데 재무제표 상 영업이익을 보면 16번째 기업(2)의 영업이익이 더 큽니다. 그래서, 해당 부분을 혹시 대답하실 수 있는지, 그래서 질문을 드린 겁니다.

  그 : 아, 알겠습니다.

 

 웃음을 머금고 피드백을 준 것이긴 하나, 그는 속으로 뜨끔한다. 면접관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다. 하지만 그는 지속적으로 면접관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있다. 결정적인 실수만 없다면, 면접 흐름은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다.

 

 

  면접관 3 : 네, 그... 만약 이제 입사를 해서, 첫 월급을 탔다고 쳐요. 두 분은 첫 월급을 어떻게 쓰실 건가요?

  면접자 1 : 네, 우선 부모님께 선물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취업 준비 때문에 하지 못했던 쇼핑을 할 것 같습니다.

  그 : 네, 저도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아버지께는 넥타이, 어머니께는 향수나 스카프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외에 도움을 준 친구들에게도 한 턱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자신에게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격투기를 한 번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취준생이어서 아직 시작을 못했습니다만,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면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아, 추가로, 직무가 해외영업이니 베트남어 등의 외국어 공부도 가능하다면 하고 싶습니다.

  면접관 3 : 그래요. 계획이 많군요. 알겠습니다.

  면접관 1 : (눈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네, 이것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요. 실제로 월급을 타서, 하고 싶은 것들도 다 하시고, (그를 보며) 하고 싶으셨던 격투기도 하시길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면접이 끝났다. 그와 면접자 1은 밖으로 나와, 대기실에서 짐을 챙긴다. 살갑고도 살가운 인사팀 직원은, 면접비 봉투를 건넨다. 메일에 명시된, 다음주에 면접 결과를 알려줄 것이라고 한다.

 

 16번째 기업에서의 18번째 면접, 그는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다. 영어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질문이었다고는 하지만, 되도록이면 해당 답변도 16번째 기업과 연관된 주제로 말을 했어야 했다. 또한, 마지막에 면접관 1이 슬쩍 속마음을 내비친, 재무제표 관련해서도 조금 더 면밀하게 파악했어야 했다. 숫자만 왕창 외웠을 뿐, 영업이익이 어디에서 더 많이 나고 있는지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하나의 기업이 이렇게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긴 하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는 면접 내내 자신의 열정과 쾌활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면접관들을 몇 차례고 하하허허 웃게 만들었으며,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도 나름 잘 어필했고 재무제표도 약간은 어필을 했다. 실컷 외우고 준비한 제품에 대해 더 질문이 들어왔다면 좋았겠으나, 직무에 대한 질문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면접 분위기가 가볍고 밝았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못해도 최종 면접까지는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졸업식 날에 맞춰 면접을 본 기업, 그가 그토록 바라는 제조업체의 해외영업 직무, 게다가 면접 분위기도 밝았다. 그는 자신이 1차 면접에 합격했을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