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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5번째 기업, 6번째 면접 (1 - PT면접) PT면접실에 들어가자, 화이트보드에 문제지가 붙어 있다. 인사팀 직원은 문제지를 떼서 그에게 건넨다. 인사팀 직원은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추며, 10분 동안 문제에 대한 답을 구상하라고 한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문제가 써 있는 A4 용지의 뒷면 여백, 그리고 펜 하나뿐이다. 10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문제지를 받자마자, 그는 부리나케 문제를 눈으로 훑는다. 처음에는 훑고, 두 번째에 천천히 다시 읽으며 답을 구상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그가 받은 문제는 이렇다. '5번째 기업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38세로, 젊은 편에 속한다.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하여 임직원들 간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하시오.' 첫 PT이지만, 대기실에서 1시간 반을 기다리면서 긴.. 더보기
5번째 기업 5번째 기업으로부터 서류 합격 메일이 도착한다. 면접에 참석하라는 안내 메일이다. 그는 취업이 꽤나 절박한 상태지만, 그러한 그에게도 5번째 기업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다. 이유는 5번째 기업의 복잡한 사연 때문이다. 5번째 기업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으로, 조선업과 중공업을 주로 영위했다. 같은 업계의 여러 업체들을 인수하고 합병하여 몸집을 키운 5번째 기업은, 그 몸집이 기업집단에 이르러 재벌 10위의 자리까지 넘볼 정도로 덩치가 컸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 TV에서 5번째 기업의 광고를 본 기억이 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임에도, 광고가 길고 임팩트가 있었다. 수평선이 펼쳐진 대양 위에, 붉고 거대한 배 한 척이 파도를 가르며 항해한다.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엄숙한 목소리가 .. 더보기
4번째 기업, 5번째 면접 (3 - 면접, 탈락) 4번째 기업, 재무회계 신입 면접자 : 그를 포함해서 총 6명 (남자 3 / 여자 3) 스튜어디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면접자 1 증권사 인턴을 하고 AICPA를 취득한 여자 면접자 2 키가 중간에 안경을 끼고 머리에 약간 노란 빛이 도는 남자 면접자 3 키가 작고 말랐으며, 안경을 낀 남자 면접자 4 그 키가 작고 말랐지만 목소리가 또랑또랑한 여자 면접자 6 면접관 : 총 2명 (남자 1 / 여자 1), 여자 면접관이 상사로 보이며 주로 면접을 진행한다. 40대로 추정되는, 단발머리에 강한 눈매를 가진 여자 면접관 1 안경을 낀, 30대 후반~40대로 보이는 온화한 인상의 남자 면접관 2 토론 면접이 끝난 뒤, 면접관 1은 다시 면접을 진행한다. 각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 더보기
4번째 기업, 5번째 면접 (2 - 토론 면접) 4번째 기업은 면접 안내 메일에서, 면접 시 복장을 '캐주얼 정장'이라고 적어 놓았다. 그는 적힌 그대로, 검은 바지와 검은 맨투맨 위에 갈색 재킷을 걸치고 면접장으로 향한다. 대기실에 도착해보니, 그를 제외한 모든 면접자들이 면접용 정장을 입고 앉아 있다. 그는 자신도 정장을 입고 왔어야 하나 잠깐 의심이 드려다가 만다. 그의 정신력이 강해서 의심이 흩어진 것도 없지 않겠지만, 그것보다는 체념의 감정으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맞다. 그는 기업 조사를 하면서, 매장 방문을 하면서, 면접을 안내하는 인사팀 직원의 얼굴을 보며, 대기실에 앉아 있는 면접자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어렴풋이 깨달았다. 4번째 기업은 그와는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4번째 기업들은 아기자기하고 화려하면서도 캐릭터를 .. 더보기
4번째 기업, 5번째 면접 (1 - 팬시, 적성 검사) 3번째 기업을 탈락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그에게 서류 합격 메일이 날아든다. 흐릿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어느 직무로 이력서를 넣었는지 채용 공고를 다시 본다. 그는 4번째 기업 '재무회계' 직무로 서류 합격을 했다. 4번째 기업은 매출액이 1000억을 살짝 넘는 기업이다. 매출은 그리 크지 않지만, 전국에 매장이 골고루 퍼져 있어서 한국 사람이라면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지명도를 자랑한다. 4번째 기업의 매장에서는 볼펜, 연필, 필통 등부터 시작해서 우산, 에코백, 키링, 선물 상자, 편지 등등 온갖 것들을 판매한다. 그의 눈에 4번째 기업의 제품들은, 핑크색 등의 원색 계열과 황금색이 많이 들어갔으며 캐릭터들이 프린팅되어 화려하다. 화려할 뿐만 아니라, 온갖 물품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 그.. 더보기
3번째 기업, 4번째 면접 (재무회계 신입, 회계 / 세무) 1번째 기업 최종 탈락 이후, 그는 서류 합격 메일을 거의 받아보지 못한다. 설상가상, 그가 주요 직무로 설정한 해외영업과 기획은 채용 공고가 많지 않다. 그는 점점 조급해진다. 2번째 기업 때의 주택영업처럼 너무 동떨어진 직무는 배제하더라도, 다른 직무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야하나 고민한다. 그가 고민했던 이유는, 매일매일 채용 공고를 확인하며 어느 정도 추세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해외영업은 그나마 공고가 종종 올라오지만, 기획을 신입으로 채용하는 경우는 꽤 드물다. 그가 지원해야하나 고민하는 직무는 바로 '경영지원'이다. 그는 경영학도이며, 경영지원은 직무가 다양하다. 인사, 재무, 회계, 총무, 구매 등의 직무들을 포괄하는 넓은 범주다. 경영기획도 결국 경영지원의 틀에 속하는 셈이다. 취업이 절박하고.. 더보기
2번째 기업, 3번째 면접 (업계 혼동, 준비 미흡)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던 이력서 중 하나에 답이 온다. 이름은 꽤 친숙한, 매출이 조 단위인 건설사다. 매출 1000억 규모 회사를 마지노선으로 잡은 그의 입장에서 조 단위 매출은 감사할 따름이지만, 문제는 직무다. 그는 1번째 회사에 탈락한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 직무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원했다. 2번째 회사는, 그가 직무를 가리지 않았던 이 기간 동안 지원한 회사다. 그가 2번째 회사에 지원한 직무는 바로 '주택영업'이다. 공고에는 정확한 직무 설명이 나와있지 않다. 2번째 기업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몇 줄이나마 설명이 적혀 있다. 재개발, 재건축 수주 및 관리 / 조합 및 조합원 관리 잘은 모르겠지만, 썩 만만치 않은 직무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애초에 공고를 보았을 때, 그가 넣을 수 있는 직무.. 더보기
졸업 유예 (코로나) 1번째 기업에 최종 탈락하고, 그는 덜컥 현실과 마주한다. 1번째 기업에 취업해서,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던 그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1번째 기업을 최종 탈락한 이튿날부터, 그는 다시 미친 듯이 이력서를 넣는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은 점점 옅어져감을 느낀다. 막학기 대학생인 그는, 졸업에 필요한 여건을 이미 만족한 상태다. 전공기초, 전공선택, 교양 등 졸업에 필요한 학점과 수업들은 모두 이수해 두었다(이수했다는 것이지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즉, 시간이 흘러 막학기가 끝나기만 하면 자동으로 졸업하는 상태다. 그와 같은 막학기 대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시행하는 하나의 제도가 있었으니, 바로 '졸업 유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