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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58 - 쇼핑센터, 캠리 과부하

 네비게이션을 보니, Chadstone Shopping Center가 가깝다. 그와 가족들은 채드스톤 쇼핑센터로 향한다. 단데농 산맥을 내려오는 동안 해가 저물어, 어느새 깜깜하다. 채드스톤 쇼핑센터는 멜버른 근교여서 그런지, 쇼핑센터 건물도 넓고 크며 조명도 화려하다.

 

 쇼핑센터 주차장에 도착할 무렵, 캠리에서 다시 연기가 모락모락 나기 시작한다. 낮의 단데농 산맥에서 살짝 나던 연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그의 아버지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다. 그는 가족들 앞이어서 일부러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짜증이 난다. 가족 여행 중에는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기를 그토록 바랬는데, 여행 1일 차부터 캠리에서 문제가 터진다.

 

 

 캠리는 연기를 내뿜으면서도 주차할 때까지 견뎌준다. 하지만 주차칸에 정차하기가 무섭게, 캠리는 털털거리며 시동이 꺼져버린다. 그가 시동을 끄지 않았음에도 시동이 꺼진 것이다. 전원이 나가버린 캠리를 보며, 그는 말이 없다. 감정을 억누르려 노력하긴 했지만, 아마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섞인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와 아버지는 또다시 보넷트를 열러 차체 앞으로 향한다. 단데농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면, 이번에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보넷트를 열자마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고장 난 차량처럼 열기와 연기가 한꺼번에 올라온다. 그는 이를 보며, 캠리가 남은 가족 여행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캠리는 캠리고, 쇼핑센터에 도착했으니 원래 목적인 장을 봐야 한다. 그가 챙겨 온 식빵과 잼 등을 제외하면, 숙소에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이 거의 없다. 숙소에는 정수기가 없으니, 마실 물도 없다. 우선 장을 봐야 한다. 그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캠리에 시동을 걸어본다. 키를 돌리지만, 엔진이 잠시 털털거릴 뿐 시동이 걸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는 차의 열이 식어야 하니, 일단은 장을 봐 오자고 말한다. 아버지의 말대로, 그와 가족들은 일단 장을 보러 쇼핑센터로 들어간다. 넓고 화려하며 사람도 많은 쇼핑센터에서, 그는 가족들과 장을 보고 쇼핑을 즐긴다. 하지만 그의 머리 한구석에서는 캠리가 계속 신경 쓰인다.

 

 

 그는 가족들과 콜스/울월스를 모두 돌아본다. 가족들은 이미 시드니에서 어느 정도 슈퍼마켓 등을 방문해보았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는 눈치다. 그와 가족들은 아침은 무조건 숙소에서, 점심은 되도록이면 숙소에서, 저녁은 외식을 하고 이외에 밖에서 보이는 간식들도 즐길 생각이다. 그와 가족들이 산 식료품들은 

우유, 시리얼, 식빵, 잼, 계란, 베이컨, 쌀, 된장, 고추장, 마늘, 양파, 당근, 감자, 카레가루, 짜장가루, 국거리 고기, 숙소에서 구워 먹을 스테이크 고기, 팀탐 등 각종 과자, 조그마한 케잌과 빵

 등이다. 김치도 사야 하지만, 김치는 도심의 한인마트에서 판매한다. 한인마트는 후에 따로 방문하기로 계획한다.

 

 테라스 건조대에서 날아다니는 빨래들을 붙잡아줄 다량의 집게, 부족한 실내용 슬리퍼 등도 구입한다. 장 보는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 쇼핑센터에서 나오는 길에, 푸드코트가 보인다. 그와 가족들은 아직 저녁 식사를 하지 못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푸드 코트로 향한다. 이 쇼핑센터의 푸드코트는 처음이지만, 호주 생활을 하면서 그는 다른 쇼핑센터의 푸드코트를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채드스톤 쇼핑센터의 푸드코트들의 메뉴는 그가 다니던 푸드코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신기해하는 가족들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메뉴의 맛을 설명한다. 그가 가장 많이 먹었던 치킨 카레와 야채 치킨도 여기저기 보인다. 둘러보다가, 가족들에게 익숙한 중국식으로 정한다. 볶음밥, 볶음면 등의 각종 볶음을 5개 시킨다. 그와 가족들은 쇼핑센터 푸드코트 앞의 수많은 테이블 중 하나에 자리 잡고 저녁 식사를 한다.

 

 

 쇼핑과 저녁 식사가 끝나고 차로 돌아온다. 다행히도 그동안 캠리의 열이 식어 시동이 걸린다. 숙소까지는 차로 20분 거리다. 그는 긴장한 상태로 운전한다. 야속하게도, 쇼핑센터를 빠져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캠리 보넷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연기가 반복되지 않으면 무시하고 계속해서 캠리로 가족 여행을 지속하려 했으나, 그와 가족들이 캠리를 탈 때마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다행히도 숙소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 무사히 숙소 지하주차장에 캠리를 주차한다. 

 

 그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캠리의 상태를 알아보려 정비소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믿었던 캠리에서 문제가 터져버리니, 그가 세웠던 가족 여행 일정이 모조리 틀어지기 시작한다. 원래는 다음날인 2일 차에 바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가려고 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숙소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가야 하는 거리다. 조금만 운전해도 과열되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캠리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별 수 없이 일정을 변경한다. 트램으로 다녀올 수 있는 멜버른 도심 관광 일정을 앞으로 당기고, 차가 필요한 일정들은 뒤로 미룬다. 모두들 피곤했는지 씻고 잠자리에 든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도, 앞으로의 여행 일정과 캠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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