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바람잡이 역할을 잘 수행한다.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고, 트램 레스토랑 탑승지에 무사히 도착한다. 트램 레스토랑이므로, 탑승지는 영락없는 트램 정류장처럼 생겼다. 하지만 트램 레스토랑이 사용하는 선로는 일반 트램이 사용하지 않는다. 트램 레스토랑 탑승지에 일반 트램이 지나갈 일은 없다. 그와 동생은 일단 부모님에게, 여기서 트램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램 레스토랑은 아직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일반 트램조차 오지 않으니, 계속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무안하다. 그는 부모님의 주의를 분산시키고자, 그리고 추억을 남기고자 주변에서 장난칠 것을 찾는다. 마침 뒤편 전광판에, 떡하니 트램 레스토랑이라고 쓰여 있다. 부모님은 이를 보지 않고 지나쳤다. 그는 어머니에게, 이 쪽으로 와보시라고 한다. 저기 풍경이 잘 보이지 않냐며, 여기서 한 번 보라며 어머니를 전광판 앞에 세운다. 그가 동생에게 눈짓하자, 동생은 사진을 찍는다. 동생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그는 어머니에게 포즈를 취하라며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의 어머니는 영문도 모른 체 트램 레스토랑이라고 쓰여 있는 전광판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트램 레스토랑 출발 시간이 다가오면서, 트램 레스토랑을 예약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트램이 왜 이리 안 오냐고 했다. 트램은 한 대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아버지가 어렴풋이 눈치를 챈다. 여기 무슨 다른 장소 아니냐는 아버지의 혼잣말에, 그와 동생은 뜨끔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타이밍 좋게, 트램 레스토랑이 멀리서 다가와 탑승지에 멈춘다. 트램이긴 한데, 일반 대중교통 트램과는 외관이 다르다. 대중교통 트램은 흰색과 초록색이 섞인 디자인이 많고, 현대식으로 표면이 미끄럽고 깔끔하다. 트램 레스토랑은 멜버른의 고급 관광상품인 만큼, 고풍스러운 옛 트램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나무로 된 듯한 짙은 갈색의 차체에, 창문과 틀도 고풍스러움이 묻어난다. 퍼핑 빌리의 외관과 비슷하다.
트램 레스토랑이 도착했지만, 바로 탑승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부모님이 이게 뭐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저 타보면 안다고 답한다. 잠시 뒤 트램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가 내리더니, 탑승을 시작한다. 웨이트리스는 예약된 이름을 확인한 뒤, 친절하게 웃으며 탑승을 안내한다. 그는 속으로 긴장한다. 혹시라도 전산에 오류가 생겨 예약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이름을 잘못 적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 당연히도 그리고 다행히도 그의 예약은 정상적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손님들의 자리는 이미 모두 정해져 있다.
트램 레스토랑에 탑승한다. 고풍스러운 겉모습의 트램 레스토랑은, 내부도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다. 벽면은 외부와 마찬가지인 갈색 나무로 마감처리가 되어 있고, 내부 조명은 검은 철제 프레임이 식물처럼 꼬부라지며 노란 조명을 휘감는다. 내부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고, 트램 앞 뒤 끝자락은 주방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웨이트리스는 전형적인 고급 유니폼을 입고 있다. 검은색 바지에 구두를 신고, 상의는 하얀 와이셔츠 위에 검은 조끼를 덧입고 나비 넥타이를 하고 있다. 웨이트리스는 자신이 이 칸의 메인 서버라고 말하며, 방문을 환영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한다. 출발하기 전 웨이트리스는 앞문과 뒷문에서 쉐프들을 불러 소개하고, 그녀를 도울 보조 웨이터도 소개한다. 웨이트리스는 갈색과 금발 사이의 머리색을 가진 30대 백인이다. 긴 머리를 뒤로 묶어 포니테일을 하고 있다. 웨이트리스가 직원들 중 가장 골격이 크다. 웨이트리스는 어깨가 넓고, 풍채가 있는 모습이다. 웨이트리스가 소개하는 쉐프들과 웨이터는 비교적 말라 보인다.
부모님을 비롯해서, 그와 가족들은 모두 기분이 좋아 보인다. 어머니는 그가 예약한 것이냐고 묻고, 그는 동생이 예약한 것이라며 또 거짓말을 한다. 트램이 출발하고, 메뉴를 골라야 한다. 웨이트리스는 코스 메뉴를 설명한다. 기본적인 틀은 빵 - 스프 - 전채 - 메인 - 후식이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스프가 2개의 메뉴가 있어서 하나를 고를 수 있고, 메인도 2개의 메뉴 중 하나를 선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와 가족들은 모든 메뉴를 먹어보기 위해, 가족들이 둘씩 나누어서 스프와 전채 요리 두 가지를 모두 맛보기로 한다. 그는 웨이트리스에게 듣고 난 후, 가족들에게 메뉴를 설명한다. 그가 가장 부드러운 굽기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웨이트리스는 미디움 레어라고 답한다.
트램 레스토랑은 천천히 멜버른 시내를 돈다. 트램 레스토랑은 정해진 구간을 반복해서 순환 운행한다. 식사를 해야 하므로, 속도는 빠르지 않다. 트램 레스토랑 한 칸당 테이블이 6개에서 8개 정도로 보인다. 의자가 소파 형식이고 테이블도 커서 자리 간 간격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손님들이 앉는 공간을 최대화했다. 그만큼 가운데 복도의 폭이 좁아졌다. 하지만 웨이트리스와 웨이터는 전문적인 몸놀림으로, 전혀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게 서빙을 수행해낸다. 특히 메인 서빙을 담당하는 웨이트리스는 눈빛과 표정에서 프로의 기운이 감돈다. 그는 식사를 하는 동안, 이들의 서비스 마인드에 감탄한다.
그가 기억하는 식사는 이렇다.
식전 빵 - 크랜베리가 들어간 식빵 / 잼 / 버터
스프 - 크림 스프 or 호박 스프 중 택 1
전채 - 캥거루 사시미 샐러드
메인 - 닭고기 스테이크 + 카레향 요리 or 스테이크 + 감자 + 그린빈 중 택 1
후식 - 과자와 진한 향의 치즈 조각
음료 - 샴페인 무제한 제공
그와 가족들은 트램 밖 풍경을 구경하며, 여행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한다. 식사는 하나같이 플레이팅을 고급스럽게 했고 맛이 좋다. 어떤 요리도 홀로 나오지 않는다. 반드시 무슨 소스와 함께 나온다. 조그만 종지에 담아 나오거나, 접시에 소스로 그림을 그려 나온다.
메인으로 스테이크와 닭고기 요리가 있다는 말에, 그는 무조건 스테이크라고 생각했지만 가족들은 닭고기 요리도 먹어보자고 한다. 왠지 닭고기 요리는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스테이크 3개에 닭고기 요리는 하나만 주문한다. 막상 먹어보니, 닭고기 요리도 카레향이 나면서 풍미가 좋다. 그와 가족들이 메인 요리를 즐기고 있을 때, 웨이트리스가 샴페인을 들고 다가온다. 샴페인을 들겠냐는 말에 돈을 지불해야 하냐고 묻자, 식사값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말하니, 다들 좋다고 한다. 가족들 앞에 한 잔씩 샴페인이 채워진다. 그와 가족들이 가족 식사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일은 흔치 않다.
웨이트리스가 무슨무슨 샴페인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듣자마자 까먹는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샴페인은 예쁜 잔에 채워져 보글보글 탄산이 올라오고 있다. 고풍스러운 나무 인테리어와 노란 조명 아래 푹신한 소파 의자에 앉아, 새하얀 테이블보 위에 고급스럽게 플레이팅 된 음식과 샴페인을 본다. 머나먼 호주까지 그를 보러 온 가족들에게, 비로소 번듯한 식사를 대접하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 다 같이 샴페인 잔을 들어 건배한다.
레스토랑의 자리는 꽉 차 있다. 백인 가족, 아시안 가족 등 다양하다. 다들 무언가를 축하하는 것인지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그와 가족들도 트램 레스토랑에서 웃음꽃이 핀다. 코스 요리여서 메인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그의 어머니는 후식으로 나온 향이 진한 치즈가 아까워 모두 먹었다가, 저녁 동안 배가 좋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시간이 끝나고, 다시 탑승지에서 내린다. 그는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한 웨이트리스가 고맙다. 또한 그 자신의 기분도 너무 고조되어 있다. 고마움, 즐거움, 신남이 섞이면서 그는 또다시 말문이 터진다. 그는 웨이트리스에게 너무 고맙다며, 자신이 웨이트리스를 위해 1000불의 팁을 테이블 아래에 숨겨놓았다고 되도 않는 유머를 날린다. 생각할수록 창피한 농담이지만, 그런 소리를 할 만큼 기분이 좋았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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