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에 머물며, 그는 남은 워킹홀리데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에 빠진다. 비자는 이제 1달 반도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비자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텐데, 가뜩이나 다윈은 우기가 다가와서 일자리가 적다고 한다. 백패커스 룸메이트들도 대부분 관광객들 뿐 일을 구하겠다는 이는 거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그는 다윈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해가 지면 백패커스에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한다. 그런데 백패커스 입구를 지나 계단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눈앞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상대방도 그를 알아보는 눈치다. 그와 상대방 모두 이름을 까먹어 말문이 막히지만, 분명히 아는 반가운 얼굴이다. 상대방은 그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가 기다리니, 상대방이 잠시 바깥 테이블에 들렀다가 그의 앞으로 온다. 그는 기억이 흐릿해서,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다.
루이사! 루이사는 독일 국적의 여성이다. 그와 루이사는, 브리즈번의 백패커스에서 룸메이트였다. 그가 호주에 도착해서 처음 머문 백패커스의 첫 룸메이트였으며, 루이사도 워킹홀리데이 초창기였으므로 나름 각별한 사이인 셈이다. 그와 루이사는 브리즈번 백패커스에서 약 3주 정도 룸메이트로 지내다가 거주지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연락이 끊기고 거의 10개월이 지나서, 브리즈번에서 한참 떨어진 다윈의 백패커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대단한 인연이다.
루이사는 전형적인 유럽의 젊은 워홀러답게, 백패커스의 풀을 이용하기 위해 비키니를 입고 있다. 루이사는 룸메이트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곧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내일 친구들과 함께 Pool-party(풀파티)를 하는데 같이 가자고 말한다. 그는 마침 할 것도 없고, 간만에 만난 특별한 인연이 반가워 수락한다. 그는 속옷 겸 수영복 겸 바지 역할을 수행하는 다기능 수영복을 갖고 있다.
그의 수락에, 루이사는 환하게 웃더니 풀장의 동료들에게 돌아간다. 그는 루이사를 만난 것이 반갑다. 워킹홀리데이 초창기, 때 묻지 않았던 시기에 만나 순수하게 친해졌던 친구다.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며 잊고 있었던 초창기의 감정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는, 루이사가 함께 풀파티를 가자는 것이 일종의 데이트 신청이라고 느낀다. 워킹홀리데이 경험과 로드 트립 경험으로 인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그다.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으며, 그가 혼자서 꿈꾸는 환상적인 기대는 언제나 무너진다.
풀파티는 바로 다음날이다. 그는 나름의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고 생각했으나, 특별히 꾸미거나 신경 쓴 점은 없다. 그에게는 꾸밀 만한 옷도, 꾸미는 재주도 없다. 게다가, 자신은 꾸미지 않더라도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전혀 꾸미지 않고, 하얀 반팔티에 다기능 수영복을 입고 풀파티 장소로 향한다.
풀파티 장소는 꽤 멀다. 풀파티가 열리는 장소는, 다윈의 카지노다. 호주는 카지노가 합법이기 때문에 도시마다 카지노가 있다. 다윈에도 카지노가 있는데, 도시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장소에 위치한다. 그는 카지노까지 걸어간다. 약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는 이렇게 걷는 데 주저함이 없는, 꾸미지 않아도 멋있는, 워킹홀리데이 동안의 경험으로 성장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루이사와 풀파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왜 그를 풀파티에 초대했는지 기대하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걷다 보니, 40분 거리가 금방이다.
다윈의 카지노는 그야말로 피라미드처럼 생겼다. 건물 주변에는 인공적으로 흐르게 한 물과 야자수가 있어, 정글 속 피라미드 같은 느낌이 든다. 다윈 카지노는, 내부의 카지노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외부 수영장과 시설은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두었다. 그는 카지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시원한 건물 내부와 정원을 몇 번 거치니 Pool(수영장)이 보인다. 규모와 내부 장식이 훨씬 화려하긴 하지만, 그는 이 카지노 건물이 한국의 비싼 사우나나 워터파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샤워를 하고, 그는 풀장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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