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파티 이후에도 그는 루이사와 계속 연락한다. 케언즈로 지역 이동을 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그는 다윈에서의 구직을 거의 포기했으니 다윈에 머물 이유가 없다. 내친김에 케언즈 쪽으로 가면서, 미처 끝내지 못한 호주 대륙 일주의 꿈을 조금이나마 더 이루려 한다.
이미 기나긴 로드 트립을 경험해보았으므로, 그는 로드 트립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다윈에서 케언즈까지의 거리는 약 2300km로, 그가 혼자 여행했던 브리즈번-멜버른 거리 정도다. Travelmate들과 함께 여행한 멜버른-다윈보다는 1000km 이상 짧다. 루이사와 배 크루 몇몇에게 차만 있다면, 그는 케언즈로 향하는 로드 트립에 동참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루이사와 크루들은 차가 없다. 그리고 차를 구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그는 루이사와 주로 메신저로 연락을 취한다. 처음에는 차량을 구해 로드 트립을 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로드 트립을 준비하는 것 치고는 연락이 드문드문했고, 별 열의도 없어 보였다. 그의 감이 맞았다. 결국 루이사는, 크루들과 함께 케언즈로 가긴 가는데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동참할 생각이 있으면 동참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로드 트립이 성사되지 않아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도 오랜 로드 트립에 조금 지친 상태다. 원래 그는 비행기를 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이대로 다윈에 눌러앉는다면 일도 구하지 못하고 남은 기간을 허비할 것이 분명하다.
그는 이번 케언즈로의 이동이, 호주에서의 마지막 지역 이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의 비자가 얼마 남지 않았고, 돈도 얼마 없다. 마지막으로 이동해서, 케언즈에서 남은 워킹홀리데이를 모두 보내고 마칠 생각이다. 케언즈에 가더라도 일이 잘 구해지리란 보장은 없다. 그가 케언즈에 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 케언즈에 감으로써 불완전하게나마 호주 절반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멜버른에서부터 대륙을 종단하며 다윈으로 올라온 순간부터 호주 일주는 물 건너갔다. 일주가 안된다면, 반주라도 하고 싶다. 브리즈번-멜버른 이동을 하며 동부 해안은 여행했다. 멜버른-다윈 이동을 하며 호주 중앙과 북부도 어느 정도 봤다. 다윈에서 케언즈를 거쳐 브리즈번까지 가야 호주 반주가 완성되겠지만, 돈도 시간도 차도 없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은 로드 트립이 아니므로 썩 내키지 않지만, 당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그는 꿩 대신 닭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루이사, 루이사의 배 크루 두 명과 함께 비행기를 타기로 한다. 동행에 별 의미는 없다. 그냥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는 것뿐이다. 그래도 루이사를 알고 있으니, 비행기를 타기 전 다윈 공항 대합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함께 있는다. 배 크루 두 명은 남자인데, 말이 별로 없다. 그도 일부러 친해질 생각이 없어, 굳이 말을 섞지 않는다.
루이사의 남자 친구라는 흑인 남성은 공항에 없다. 케언즈에 같이 가지도 않고, 공항에 마중 나오지도 않는다. 흑인 남성이 정말로 루이사의 남자 친구였는지, 그새 싸워서 헤어졌는지, 원래 유럽 남녀의 이별 방식은 이렇게 쿨한지, 아니면 배에서 함께 있는 동안의 불장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윈에서 케언즈까지는 호주 내에서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짧고 비행기표도 저렴하다. 그는 호주의 대중교통처럼 국내선 비행기가 텅텅 비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만석이다. 공교롭게도, 그와 루이사는 바로 옆자리다. 루이사가 창가 쪽, 그가 복도 쪽이다.
루이사는 비행기가 뜨자마자 이어폰을 낀 채로 잠이 든다. 그는 옆에서, 잠자는 루이사의 얼굴로 엽기 사진을 찍는다. 로드 트립 초창기의 명랑함과 쾌활함이 살아나, 그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장난을 친다. 도착할 즈음 깨어난 루이사에게 싱글벙글하며 사진을 보여주니, 루이사는 어이없어한며 지우라고 한다. 루이사의 반응을 보며 그는, 이런 장난에 있어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반응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1 - 마지막 직업 (0) | 2021.10.24 |
---|---|
230 - Cairns (0) | 2021.10.24 |
228 - Pool Party (0) | 2021.10.22 |
227 - 뜻밖의 인연 (0) | 2021.10.22 |
226 - Aborigine과의 만남 (0) | 2021.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