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시간은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려 밖으로 나간다. 루이사와 일행들이 예약한 숙소는 그가 예약한 숙소와 다른 곳이다. 루이사와 작별 인사를 한다.
그는 한국에 돈을 송금한 이후, 통장 잔고가 여유롭지 못하다. 남은 비자, 즉 한 달 동안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는 미리 남은 워킹 기간 동안의 숙박비와 식비를 계산해두었다.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백패커스에서 지내면서, 점심 저녁을 합쳐서 한 끼로 저렴한 음식을 먹는다면 그럭저럭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비행기를 타기 전 숙소를 찾을 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을 보자마자 예약했다.
케언즈는 조그마한 도시로, 대중교통조차 미비하다. 그는 케언즈에서 지내는 동안 기차, 지하철, 트램을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아주 가끔, 버스가 다니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케언즈의 백패커스들은, 공항까지의 셔틀을 운행한다. 그는 자신이 예약한 백패커스의 이름이 쓰여진 셔틀로 향한다. 조그만 승합차다. 셔틀에 타서 기다리니, 몇몇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와서 탑승한다. 약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셔틀이 출발한다.
셔틀은 백패커스 바로 앞에서 정차한다. 백패커스는 도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있지만, 상당히 한산하고 조용하다. 도로가 깨끗이 닦여 있긴 하지만 차가 별로 없다. 차가 별로 없으니 신호등도 없다. 사람들은 차가 안 올 때 그냥 건너편으로 건너간다. 그의 눈에 보이는 케언즈는, 깔끔한 저층 건물 / 널찍하지만 한산한 도로 / 탁 트인 맑은 하늘과 화창한 날씨다.
그가 머무는 백패커스 앞은 신호등이 없지만, 중심 시가지 쪽으로 나가면 차들이 지나다니고 신호등이 제 역할을 한다. 중심 시가지라고 해봐야, 그리 크지 않으며 건물도 모두 저층이다. 케언즈에서 그나마 높은 건물은 4~5층짜리 아파트 단지뿐이다. 케언즈는 호주의 다른 대도시들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케언즈의 구성은 이렇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 / 모래사장, 모래사장 대신 인공으로 조성한 라군(수영장) / 도로 / 도로 건너편 케언즈 시장과 상업 구역(주로 먹거리와 기념품)이 전부다.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듯, 케언즈는 바닷가 쪽의 산책로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모래사장과 인공 수영장(라군)이 나오고, 산책로에서 내륙 쪽으로 2차선 도로 하나만 건너면 케언즈 시장이 있다. 케언즈에 사는 사람이든 관광객이든, 집을 제외한 행동반경은 바닷가 산책로와 시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케언즈는 상당히 작은 도시다. 그가 느끼기엔, 골드코스트보다도 작다. 골드코스트는 그래도 해변가에 고층 빌딩 하나가 떡 자리 잡고 있었지만, 케언즈에는 고층 빌딩이 아예 없다. 이 점에서는 다윈과 비슷하지만, 다윈과 비교하자면 케언즈는 햇볕이 덜 따갑다. 케언즈의 날씨는 브리즈번과, 건물이나 도시 규모는 다윈과 비슷하다.
케언즈의 특이한 점은, 동양인이 많다는 점이다. 동양인 중에서도 일본인이 많다. 케언즈 시장으로 들어가면 기념품과 먹거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절반 정도가 일본인으로 보인다. 케언즈는 그가 보았던 호주의 도시들 중, 백인의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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