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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32 - 렌트카 세차장

 그의 일은, 공항 근처 세차장에서 렌트카를 세차하는 일이다. 케언즈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관광지로 명성이 높은 곳이기 때문에 렌트카 수요가 많다. 다른 도시들처럼, 케언즈 공항 바로 앞에 렌트카들이 즐비한 주차장이 있다. 렌트카 업체들도 다양하다. 렌트카를 예약한 고객은, 공항에 도착해서 예약한 렌트카 업체 부스에서 차량 키를 받는다. 키에 해당하는 차량을 주차장에서 찾아, 예약한 기간 동안 이용하고 다시 반납한다.

 

 

 그와 세차장 워커들은 반납된 렌트카를 가져와서 깨끗하게 만든 뒤, 다시 공항 주차장에 가져다 놓는다. 즉, 세차와 운반을 한다. 그를 포함한 워커들은 차량 내부만 세차(청소)한다. 차량 외부는 커다란 문 같은 기계를 작동시키면 커다란 솔이 물을 뿌리며 한 번에 닦아버린다. 어렸을 적 주유소에서 부모님이 주유하면 서비스로 제공되던  기계 세차, 긴 터널 같은 세차 기계다. 세차 기계는 차량 한 대당 약 5분 미만의 시간이 걸린다. 문 같은 기계의 레일을 통과해 나오면 외부 세차 완료다.

 

 외부는 세차 기계로 깔끔하게 밀어버리지만, 내부는 그럴 수 없다. 차량 내부의 쓰레기, 기름기나 손자국, 얼룩 등을 제거해야 한다. 차량 한 대당 두 명이 달라붙는다. 한 명은 왼쪽, 한 명은 오른쪽을 맡아 청소하는 것이다. 우선 커다란 쓰레기들부터 빼낸다. 주로 과자 봉투, 음료수 컵 등이 많다. 큰 쓰레기들을 빼낸 후, 진공청소기로 차량 곳곳을 훑는다. 특히, 더러운 신발이 닿는 바닥 부분을 중점적으로 빨아들인다. 진공청소기 단계가 끝나면, 행주에 약간의 세제와 물을 묻혀서 유리창과 대시보드를 닦는다. 두 명 중, 먼저 청소를 끝낸 인원이 트렁크를 열고 청소를 시작한다. 다른 인원까지 합세해서 트렁크까지 청소가 끝나면 문을 모두 닫는다. 내부 청소도, 길어봤자 5분이 채 안 걸린다. 인력들은 빠르게 내부 청소를 끝내고 기계의 외부 청소가 끝나길 기다린다.

 

 케언즈는 외딴 곳에 떨어진 도시라 그런지, 차를 장기로 렌트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부분 단기 렌트이니, 반납된 차량의 상태가 생각보다 준수하다. 매니저는 속도를 중요시했으므로, 세차장 워커들은 내부 청소를 그리 꼼꼼하게 하지 않는다. 눈에 띄는 쓰레기만 줍고, 빠르게 휘리릭 진공청소기와 행주로 닦고 끝낸다. 이렇게 빠르게 청소를 끝내도 렌트카는 꽤나 깔끔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가 일하는 동안 정말 말도 안 되게 더러운 상태로 반납된 차량을 본 적은 없다. 비교적 깔끔하게 반납된 차량을 빠르게 세차하고 옮기는 일이므로,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와 세차장 인력들은, 커다란 세차 기계 앞으로 세차해야 할 차량을 일렬로 주르륵 세운다. 그리곤 맨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내부 청소를 시작한다. 되도록이면 세차 기계에 들어가기 전에 내부 청소를 끝내 놓는다. 내부 청소를 끝내고, 세차 기계가 외부를 청소하면, 뒤편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말린다. 몇 시간 뒤 차가 마르면, 차량을 몰고 5분 거리의 공항 주차장에 가서 주차해둔다.

 

 공항 주차장의 차량들보다, 세차장에서 대기하는 차량이 몇 배는 많다. 렌트카 차량들은 연식이 얼마 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는 차량들이다. 그의 캠리보다 상태가 훨씬 좋고 번쩍번쩍하다. 렌트카들은 언제나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내부에 키가 꽂혀 있다. 즉, 도난에 취약한 상태다. 낮에 세차 인력들과 매니저가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모두가 퇴근한 밤에는 위험하다. 그래서 퇴근하기 직전, 인력들이 돌아다니면서 가장 바깥 테두리에 있는 차량들의 키만 빼서 사무실에 넣어놓고 사무실 문을 잠근다. 중앙에 있는 수많은 렌트카들은 키가 꼽혀 있지만, 가장 바깥 테두리의 차량들이 꼼짝하지 않으니 차량 도난을 방지할 수 있다. 매니저와 워커들은 밤에 하는 이 조치를, 차량들에 'Chain'을 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세차장 뒤편 주차장에 널려있는 차들 중에 몇 대만 직원들이 출퇴근용으로 쓰게 해 주면 안 되나 생각한다. 더 나아가, 직원들 개인용으로 좀 쓰게 해 주면 안 되나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세차장 뒤편에는 항상 온갖 차들이 쌓여있었고, 차량 재고가 반토막 나는 일조차 없었다. 하지만 매니저는 냉담하다. 다른 세차장 인원들도 차를 쓰게 해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회사의 자산이니 원래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려느니 한다. 하지만, 백패커스에서 만난 다른 세차장 인원은 렌트카 한대를 받아 마음대로 타고 다닌다고 말한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부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니저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더 냉혹했으며, 그는 후에 이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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