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없는 돈을 쥐어짠 일정 중에는 Scuba Diving도 있다. 가장 많은 돈이 들었지만, 그가 가장 다녀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스쿠버 다이빙이다.
그와 두 한국인 워홀러가 케언즈 곳곳을 누비던 와중에, 스쿠버 다이빙을 갔다 오자는 말이 나온다. 스쿠버 다이빙은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야 하고, 장비를 대여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그는 점점 바닥을 보이는 통장 잔고가 눈에 밟히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놓칠 수는 없다.
그가 스쿠버 다이빙에 특별한 취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케언즈가 Great Barrier Reef(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가깝기 때문에 해당 장소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호주 북동부 해안의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으로, 호주의 유명 관광지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데, 호주의 해안가 중에서도 케언즈가 가장 가깝다. 산호초가 사는 지대이니, 물이 깨끗하고 물고기도 많아 수많은 이들이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장소다. 그냥 일반 스쿠버 다이빙이라면 하지 않았겠지만, 그레이터 배리어 리프에서의 스쿠버 다이빙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는 허리띠를 졸라맬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호주의 두 Great한 장소, Great Ocean Road에 이어 남은 Great Barrier Reef를 볼 수 있는 기회다.
그와 일행들은 저렴하면서도 시간이 긴 스쿠버 다이빙 패키지를 찾아 돌아다닌다. 케언즈 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눈에 보이는 상점 대부분이 스쿠버 다이빙 패키지를 판매한다. 그와 일행들은 상점을 하나하나 들어가 옵션, 다이빙 시간, 가격을 따지고 비교한다. 돈을 아껴야 하는 그가 가장 열심이다. 마침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상점을 찾는데, 직원이 꽤나 보챈다. 그는 직원에게 떠밀려 결정하고 싶지 않아, 잠시 생각해보고 오겠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직원은 이 정도 제안은 어디에 가도 없다며 점점 화를 내려한다. 그는 굴하지 않고, 잠시 생각해보고 오겠다 말하고 상점을 나온다.
결국 해당 상점의 직원이 옳았다. 그와 일행들은 다른 곳들을 모두 방문한 후, 화가 난 직원이 있는 상점을 재방문한다. 해당 직원은 어딘가 나가서 없고, 부하 직원인 듯한 이가 대신 맞이한다. 30분 전 이곳의 직원에게 이러이러한 조건으로 제안을 받았다고 하니, 부하 직원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부하 직원은 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더니, 정말로 그렇게 해주냐며 되묻는다. 전화 내용이 들리진 않지만, 화가 났던 직원이 부하 직원에게 그냥 해줘 버리라는 식으로 대답을 한 것 같다. 그렇게 그와 일행들은 좋은 조건과 가격에 스쿠버 다이빙 상품을 구매한다.
며칠 뒤, 그와 일행들은 배를 타고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나간다. 배로 1시간이 넘는 거리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가는 동안, 승객들은 배 안에서 스쿠버 다이빙 안전 수칙 및 수신호 등의 간단한 수업을 듣는다. 그와 일행들을 빼면 전부 백인들이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며 일행들도 강의를 알아듣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다이빙을 하러 물아래로 내려가면, 말로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수신호를 써야 한다. 인솔을 맡은 다이버이자 강사는 가장 기초적인 세 가지 수신호만 알려준다.
손으로 OK 표시 - 장비 상태가 괜찮다, 지금 호흡이 괜찮다 등 괜찮다는 수신호
손으로 엄지 척 표시 (엄지를 위로) - 위로 올라가자는 의미.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하는 수신호.
손으로 엄지 척 표시 (엄지를 아래로) - 더 깊게 내려가자는 의미의 수신호
엄지로 표시하는 수신호의 의미가, 물 밖과 물아래에서 정반대다. 물 밖에서는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를 치켜세우지만, 스쿠버 다이빙 중에 엄지를 치켜세우면 위로 올라가자는 의미로 긴급상황이다. 실제로, 물속에서 다이빙을 하던 관광객이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푸른 바닷빛에 감탄하며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가 인솔 다이버가 모두를 이끌고 물 밖으로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물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다. 일행들은 조금 긴장하지만, 그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 물속에서 숨을 쉬며 자유롭게 물고기들과 헤엄칠 생각이다.
마침내 그와 일행들을 포함한 조의 차례가 되어, 산소통과 장비들을 착용하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물안경이 말썽이다. 어디서 물이 새는지, 물안경 안으로 물이 계속 들어온다. 그는 배운 대로 콧김으로 물을 빼고 물안경을 더 밀착해서 써보지만, 조금 있으면 또다시 물이 샌다. 그의 광대뼈와 눈두덩이 뼈가 독특한 구조여서 물안경이 새는 듯하다. 그는 계속해서 콧김으로 물을 빼며 물안경을 얼굴에 밀착시켰고, 결국에는 물안경 내부의 피부와 눈이 빨개질 정도에 이른다. 그는 계속해서 물안경과 씨름하느라, 바닷속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일행들도 다들 장비가 불편한 눈치다. 그와 일행들의 물안경 속 눈은 겁에 질린 동그란 토끼 눈이다. 그는 물이 새는 물안경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조금씩 공포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는 엄지를 치켜세운다. 잠시 위로 올라가고자 한다.
하지만 인솔 다이버는, 그의 엄지 신호를 보고도 무시한다. 오히려 그의 어깨를 누르며 발판 아래로 밀어 더 깊숙이 가라앉혀 버린다. 그는 수신호가 무시당해 당황스러운데, 귀까지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나마 발판이 있던 곳은 2~3m 정도 깊이였지만, 발판 아래로 떨어지자 모래바닥까지 가라앉아 수심이 10m는 되어 보인다. 수심이 깊어지니, 귀에 느껴지는 수압이 훨씬 심해진다. 귓속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지속된다.
인솔 다이버는, 관광객 다이버들의 꾀병은 익숙하다는 듯이 수신호를 무시하고 아래로 눌러 가라앉힌다. 바닥에 도착하자, 일행들도 다들 엄지를 치켜세운다. 표정들을 보니 다들 귀가 아파 위로 올라가고 싶은 눈치다. 인솔 다이버는 이번에도 가볍게 무시하고, 사진 찍는 장소로 억지로 인솔한다. 당시에 물속에서 그는 다이버를 때리고 싶었지만, 훗날 생각해보면 억지로라도 포토존까지 끌고 들어가 사진을 찍게 해 준 것이 고맙다.
포토존에는 산호가 있고, 산호 주변에 물고기도 많다. 인솔 다이버 외에도 전문 다이버가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사진사다. 사진사는 인솔 다이버와는 달리 부드러운 손길로 관광객들을 한 명씩 포토존에 자리 잡게 한다. 포토존에 자리 잡으면, Great Barrier Reef라고 쓰여 있는 철판을 준다. 그는 이 철판의 감촉이, 차량 번호판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사는 두어 장소를 옮겨 다니며, 몇몇 포즈를 유도해서 사진을 찍는다. 그는 눈이 빨갛고 고막이 바늘로 찔리는 듯한 통증 속에서도, 어떻게든 포즈를 취한다.
신기하게도, 사진을 찍으면서 계속 머물러있으니 귀에 가해지는 통증이 아주 조금 무뎌진다. 공포감이 걷히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인솔 다이버는 모두를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운다. 스쿠버 다이빙에 간신히 적응이 되려는 순간 물 밖으로 올라온다.
스쿠버 다이빙이 끝나면, 구명조끼와 오리발을 끼고 자유롭게 주변을 수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와 일행들은 산호초 바위를 빙 돌며 헤엄친다. 몇 시간이고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시간 정도 바다에서 수영한 뒤로는 다들 방전되어 배에서 누워있는다.
케언즈로 돌아오는 길, 배에서 뷔페식 식사를 준다. 다들 줄을 서서 접시에 각종 음식을 덜어 먹는다. 고급 음식은 아니지만, 물놀이 이후 먹는 식사는 맛이 배가된다. 그와 일행들은,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뷔페까지 포함인데 정말 싸게 구매했다며 좋아한다. 그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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