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는 백패커스에서 제공하니 공짜로 해결한다. 공짜 아침 식사를 최대한 많이 먹어, 점심에도 배가 고프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아침 한 끼만 먹고 저녁까지 버티기는 힘들다. 가뜩이나 그는 식사량이 많은 대식가다. 점심은 어떻게든 참는다 치지만, 저녁 식사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백패커스는 요리가 가능하긴 하나 썩 편리한 환경은 아니다. 다윈에서처럼 우유와 과자로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는 저녁 식사를 사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돌아다닌다.
케언즈의 먹거리는 대부분 케언즈 시장에 몰려 있다. 그는 케언즈 시장에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옳은 생각이었다. 케언즈 시장의 가장 넓은 홀에는, 대도시 쇼핑몰 푸드코트처럼 여러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음식점들의 대부분이 '용기에 음식을 쌓은 만큼 가져갈 수 있는 뷔페'라는 점이다. 케언즈의 넉넉한 인심인지,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에 쌓을 수 있을 만큼 마음대로 쌓아도 같은 값을 받는다. 배고픈 그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여느 음식점들처럼, 뷔페도 밤 9시가 지나면 마감 세일을 한다. 가장 큰 포장 용기는 원래 20불인데, 9시가 지나면 반값이 되어 10불이다. 최대한 음식을 많이 쌓기 위해서는, 밑바닥이 넓어야 한다. 그는 밤 9시가 되길 기다렸다가, 반값이 되는 순간 가장 큰 포장 용기에 음식들을 담고 쌓기 시작한다.
뷔페의 음식 구성은 중식과 한식이 섞여 다양하다. 볶음밥, 밥, 면, 감자조림, 각종 튀김, 치킨, 닭볶음, 돼지고기 등이 모두 매운맛, 간장 맛 버전이 있다. 음식이 총 20가지 정도 된다. 20가지 중, 뷔페를 몇 번 이용해 보면서 그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파악했고, 또한 그 나름의 음식을 쌓는 노하우를 터득한다.
맨 아래(포장용기)에는 고기 요리를 담고 밥과 면으로 빈 공간을 남김없이 채운다. 그 위에 다시 고기나 감자 요리를 얹고, 대망의 마지막은 부피가 큰 튀김들로 장식한다. 가격은 같은데 쌓은 만큼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뷔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들 음식을 최대한 쌓아서 가져간다. 일반인들도 열심히 음식 탑을 쌓긴 하지만, 그가 쌓은 음식 탑의 웅장함과 위용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쌓은 만큼 가져가는 뷔페는 가성비가 좋은 편이므로, 인기가 많다. 그의 한국인 친구들도, 농구를 같이 하는 삼총사도 이 뷔페를 애용한다. 장사가 잘 되는 것으로 보이고, 사장은 원가를 고려해서 음식들을 빨리 질리는 기름진 음식 위주로 구성한다. 그는 점심을 거르고 항상 배고픈 상태이기 때문에, 기름지건 어떻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호주 워킹 생활 대부분의 기간 동안 배가 고팠고, 돈이 없는 케언즈에서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그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있다가, 9시가 되면 바로 달려가 뷔페에서 음식들을 쌓는다. 그는 음식들을 한없이 쌓아 먹고 싶지만, 음식 탑을 쌓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는 음식 탑을 쌓다가, 모양이 잡히지 않으면 그냥 한두 개를 집어 먹고 쌓기 좋은 모양의 음식을 다시 집는다. 그의 이런 모습이, 사장에게는 눈엣가시였던 모양이다. 사장은 그에게 영어로, 음식을 담으면서 먹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이 뷔페를 처음 이용했을 때, 사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장은 한국인이다. 사장은 자신의 음식들이 맛있으니 능력껏 쌓아서 먹으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때의 대화를 기억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굳이 옆에 있는 다른 뷔페들을 가지 않고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이 뷔페를 이용했다. 그런데 사장은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영어로 그에게 말한다. 음식을 담으면서 먹지 말라는 말에, 그는 약간 기분이 상한다. 그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기분이 상한다. 사장이 그를 기억하지 못한 것인지, 기억함에도 굳이 불편한 소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영어를 선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사장에게 영어로 경고를 받은 다음날부터는 옆의 다른 뷔페를 이용한다. 옆의 뷔페도 이용 방법은 같다. 포장 용기에 음식을 최대한 높이 쌓아, 돈을 지불하고 상점 앞의 테이블에 앉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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