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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45 - 기념품 쇼핑

 한주 한주 지날 때마다 비자 만료일이 가까워진다. 그는 호주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호주를 추억할 기념품들을 사 가려고 한다. 특히 어머니는 그가 이런저런 기념품을 사 오길 원한다.

 

 그가 출몰하는 쇼핑 장소는 정해져 있다. K-Mart나 Target에서 생활, 잡화, 의류 등을 쇼핑하고 식료품은 Coles와 Woolworths에서 쇼핑한다. 식료품을 기념품으로 가져갈 생각은 없다. 다만, 그의 동생이 팀탐을 샀던 것이 생각나 팀탐만 몇 개 구입한다. 이외에는 식료품이 아닌 생활 용품들을 사야 한다. 그는 호주 사람들이 많이 쓰는 주방용 타올, 테이블보, 어머니가 부탁한 나무 도마 등을 살핀다. 

 

 

 그는 여러 종류의 기념품을 사갈 수가 없다. 첫 번째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그의 캐리어가 미어터지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짐은 조그만 쎅, 백팩, 조그만 캐리어가 전부다. 백팩 내부는 물론 바깥에도 텐트, 방수포, 담요 등을 이리저리 압축해서 장착했고, 조그만 캐리어는 내부를 꽉꽉 채워 억지로 지퍼를 잠근다. 백팩이나 캐리어나 모두 터지기 직전이다. 그는 자신이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는 동안 썼던 모든 물건들에 애착이 간다. 동료이자 전우인 물건들을 무엇 하나 버리고 싶지 않다. 그는 쓰던 냄비, 망치, 공구 벨트, 작업화까지 전부 집어넣는다. 당연히 배낭과 캐리어는 크기에 비해 압축률과 무게가 대단해진다. 훗날 공항에서 무게를 재 보니, 캐리어보다도 배낭이 더 무겁다. 그의 배낭 무게는 13kg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루는 도저히 입을 닫지 않는 캐리어 위에 올라앉아서 온몸으로 누르며 잠그다가, 결국 지퍼 하나가 고장 난다. 그의 입에서 욕이 나온다. 억지로 잠그려다가 지퍼의 손잡이가 뜯어지고 선로에서 탈선해 버렸다. 이제 움직일 수 있는 지퍼는 하나뿐이니, 더욱 신중하게 잠가야 한다. 나머지 지퍼까지 고장 나면 끝장이다. 그는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 함께 한 이 조그만 캐리어도 끝까지 함께 데려가고 싶고, 실제로 함께 귀환한다.

 

 

 점심을 건너뛰는 것, 싼 주거 시설을 찾아 일주일 단위로 이사 다니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기념품 쇼핑을 할 때만큼은, 부족한 돈이 아쉽다. 돈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사서 갈 수 있었을 터다. 기념품을 사는 돈도 문제지만 기념품을 많이 사서 짐의 무게가 늘어나면, 그가 타는 저가 항공의 수하물 운임까지 추가될 수 있다. 돈이 없는 그에게는 치명적인 비용이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구매했다가, 수하물 운임을 내지 못해 공항에서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는 기념품 쇼핑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그의 주머니 사정상 그럴 수밖에 없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기념품 쇼핑을 귀찮아하는 것인지 피하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세차장 사고 관련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괜히 이야기하면 걱정만 끼칠 것이고, 돈을 보내주겠다고 하실지도 모른다. 그는 워홀 생활 중 부모님의 손을 벌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기껏 1만 불을 모아서 한국에 송금했는데, 이제 와서 돈이 없다고 기념품 사는 등의 기타 비용을 다시 받을 생각은 없다. 그렇게 되면 그가 송금한 1만 불이라는 목표 저축액도 깨지는 셈이 된다. 차라리 기념품을 조금 줄이기로 결정한다.

 

 

 일을 없으니 시간이 많다. 공놀이, 한인 친구들과 여행, 아침식사, 뷔페 저녁식사를 제외하면 그는 해변가를 산책하거나 K-Mart와 Target에 가서 한국으로 사갈 기념품을 살핀다. 소수의 물품만 살 것이니, 꽤나 신경 써서 고른다. 나무 도마도 크기별로 사진을 찍어서 어머니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다. 주방에서 쓰는 테이블보와 타올 꾸러미, 도마, 팀탐 등 그가 보기에 가장 호주스러운 소수의 물건들만 엄선해서 구매한다. 그의 캐리어는 기특하게도 이 기념품들의 합류에도 잘 버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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