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워킹홀리데이가 끝났습니다.
귀국 후, 워킹홀리데이가 어땠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곤란함을 느낍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너무나도 말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끝없이 이야기하다 보면, 처음에는 초롱초롱하던 상대방의 눈빛이 어느새 식어버립니다. 이런 곤란함을 해소하고자, 그는 글을 썼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때에, 스스로의 의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식은 상태에서 억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때 자발적으로 읽는 것이 그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효율적이며 이득입니다.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할 때에도, 그리고 다녀와서도 호주 워킹홀리데이 관련 책을 몇 번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은 그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간섭 없고 여유로운 호주에서 즐겁게 노는 내용, 사진 위주의 단편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해당 책들의 저자들은 그랬을지 모르지만, 그 책들이 묘사하는 워킹홀리데이는 그가 겪은 워킹홀리데이와는 다릅니다. 그는 책 속의 반짝이고 화려한 사진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라떼' 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로 밀레니얼 MZ세대가, 기성세대를 놀리거나 비꼴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나 때는 말이야' 를 비꼬는 말입니다. 하지만 '라떼'는 사실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나 학교 다닐 때는 이랬는데, 나 군대 때는 이랬는데, 나 취업할 때는 이랬는데, 옛날에는 이랬는데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라떼'라고 비꼬는 표현은, 단순히 옛 시절을 회상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듣는 이의 감정이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에 염증을 느껴서 나온 말입니다. 이는 '라떼'를 말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 라며 시작하는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화자가 자부심을 가진 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봤다, 내가 이러이런 극한의 상황도 이겨내고 올라왔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찬란한 시절을 떠올리며, 본인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되뇌며 각인시키고 위로하는 행위입니다. 즉 화자가 동시에 청자인 셈입니다. 그렇다 보니, 앞에 듣는 이가 누구건 상관없습니다. 눈앞의 듣는 이보다는, 말하는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라떼'로 시작하는 시절은 결국 화자가 겪어온 경험 중 가장 열심히 살았던, 소중히 여기는 시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떼 = 스스로가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시절'인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라떼 시절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입니다.
그는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 다시 궤도에 오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합니다. 애석하게도, 노력과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는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만큼 오롯이 집중할 만한 것에 몸담지 못했습니다. 아직 그의 라떼 시절은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워킹홀리데이 시절 얻은 경험과 교훈들은, 그에게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의 라떼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워킹 시절을 떠올리며 숨을 돌리고, 한 번 웃은 뒤, 다시 해야 할 것을 합니다. 향후 그가 온전히 몰입할 무언가에 닿게 되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라떼 시절을 새롭게 갱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글은, 그의 라떼 시절 이야기이자 그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길고 길었던 그의 라떼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이지만, 독자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으므로, 현재와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 변수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변화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상황들이 다르더라도, 그의 이야기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분들이 새로이 느끼는 바가 있기를, 그의 이야기가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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