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상/호주

19 - Bistro (1)

 스시샵과 주말시장에서 키친핸드로 일하면서 일머리와 자신감이 생겼지만, 그런 그도 적응하는 데 실패했던 일자리가 있다. 워킹홀리데이 기간을 통틀어 그가 적응하는 데 실패했던 유일한 일자리가 바로 브리즈번 외곽에 위치한 Bistro의 Kitchenhand다.

 

 Bistro는 식당과 술집이 섞인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가족 단위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러 가기도 하는 장소다. 그가 일했던 비스트로는 브리즈번 도심에서 자전거로 약 1시간 떨어진 위치였다. 1시간이면 그에게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직접 방문해서 이력서를 준 것은 아니고, 검트리 웹사이트를 통해 이력서를 보냈던 곳이다. 생소한 지명이었으나, 대충 지도를 보니 브리즈번 주변인 것 같아 이력서를 보냈는데 연락이 왔다. 

 전화로 연락 온 사람의 이름은 레너드, 자신이 비스트로 주방의 요리사라고 했다. 레너드의 트라이얼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트라이얼 당일날, 막상 지도를 보니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외곽으로 나갈수록 비포장 도로가 많아지고, 도보와 도로 구분도 없어 달리는 차 옆으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비스트로에 도착한다.

 

 도심에서 고작 자전거로 1시간 떨어진 외곽 지역이었으나,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그야말로 황량했다. 영화에서 보던 미국 시골과 비슷하다. 3층을 넘는 건물이 없다. 낮은 건물들조차 한두 채씩 멀찍이 떨어져 있고, 도로는 포장되어 있지 않은 흙먼지 길이다. 지나다니는 인적도 없다. 가끔씩 무언가를 실은 대형 화물 트럭들이 요란하게 지나갈 뿐이다.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뿌옇게 흙먼지가 일었다.

 그는 지도에 찍힌 위치에 도착했다. 건물이 있긴 한데, 비스트로 간판은 보이질 않는다. 그는 약 15분을 헤맸다. 그러다가 건물 안을 유심히 보니, 조리 기구와 주방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는 목적지 코앞에서 헤맸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주방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그제야 인기척이 느껴진다. 한 동양인이 나와서 그에게 인사한다. 레너드다. 문자로만 연락해서 동양인인지 백인인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조금 놀란다. 레너드는 자신이 호텔 주방에서 일했었으며, 이곳 비스트로에 적응할 수 있다면 모든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한다. 

 

 레너드는 중국인이다. 그는 레너드를 보면서, 수염은 없지만 관우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레너드는 호리호리한 듯하면서도 키가 크고 덩치도 컸다. 근육질의 몸은 아니었지만 마른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레너드는 통뼈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머리를 박박 밀었고, 눈썹은 숱이 많고 진했으며, 얼굴 피부가 붉었다. 술을 입에 대는 것을 본 적이 없으나 피부가 붉은 것은, 주방에서 일하면서 얼굴이 열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탓이리라.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 Bistro(3)  (0) 2021.06.22
20 - Bistro(2)  (0) 2021.06.22
18 - 주말 시장(2)  (0) 2021.06.21
17 - 주말 시장(1)  (0) 2021.06.20
16 - 아닌 밤중에 라이딩  (0) 202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