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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20 - Bistro(2)

 레너드는 그에게 스테이크를 구워보았느냐고 묻는다. 그는 스테이크는 안 해봤지만 '코리안 바베큐'는 해보았다고 말한다. 레너드는 same이라며, 그게 그거라며 충분하다고 말한다. 레너드는 상당히 쿨하고 쾌활하다. 레너드는 그의 몸도 풀 겸, 오이 써는 일을 시켰다. 이때 그는 두 가지로 인해 놀란다.

1) 오이가 크다. 미니 방망이같다. 길이는 40cm가 넘는 듯하고 굵기도 굵다. 그는 '호주는 땅이 크니 오이도 큰가 보다' 생각했다.

2) 레너드가 준 칼이 정말 날카로웠다. 식칼 상태는 주방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은 진짜 정통 주방이다.

 

 그가 오이를 썰고 나니, 레너드는 그를 데리고 주방을 한 바퀴 돈다. 주방 구조는 여느 주방과 비슷하다. 왼쪽에는 그릴, 튀김기, 멜팅기(치즈를 녹이는) / 주방 한복판에는 냉장고와 손질한 재료들을 올려놓는 테이블 / 오른쪽에는 식기세척기와 청소도구가 있다. 

 

 레너드는 메뉴판을 가져오며, 그에게 숙지하라고 한다. 메뉴는 호주식이며 상당히 많다. 하지만 호주의 음식들이 으레 그렇듯, 기본 골자만 파악하면 나머지는 간단한 응용이다. 대표 메뉴는 스테이크와 *파르미지아나다. 감자튀김과 샐러드를 곁들여 스테이크 자체, 파르미지아나 자체로 나가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스테이크와 파르미지아나를 빵에 끼워 버거나 샌드위치 메뉴로도 팔았다.

 

 스테이크는 Rump(우둔살), T-Bone, Sirloin(등심) 3종류를 400g과 500g으로 팔았는데, 가격이 굉장히 싸다. 그가 메뉴를 봤을 당시, 500g 티본이 32불 / 400g Sirloin이 29불이었다. 한국의 아웃백에서 파는 티본이 100g당 거의 3만원 선이니,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싸다. 그렇다고 비스트로의 스테이크가 품질과 맛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가격에서 알 수 있듯, 호주는 소고기의 공급과 소비가 풍부한 나라다.

 

 *파르미지아나(Parmigiana)는 그가 처음 본 메뉴다. 그는 호주에 와서 처음 보는 것들이 정말 많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라자냐처럼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사전적 뜻은 파르마산 '치즈를 쓴'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름이 너무 길어 레너드와 웨이트리스들은 파미(Parmi)라고 발음했다. 이 비스트로의 파미는 칼로리가 엄청난 음식이다. 돼지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돈까스같이 튀긴다. 잘 튀겨진 돈가스 위에 나폴리 소스(피자 소스)를 얹고, 파미 종류에 따라 맞는 토핑을 듬뿍 올린 뒤, 파마산 치즈를 말 그대로 산처럼 쌓아올린다. 멜팅기에 올려서 치즈가 녹으면 완성이다. 여기에 감자튀김과 샐러드를 곁들여 내보낸다. 돈까스, 피자 소스, 아보카도나 고기 덩어리 등의 토핑, 산처럼 쌓은 치즈의 조합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는 이 음식이 반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꼭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레너드는 똑똑했다. 첫 트라이얼을 일부러 한가한 날로 잡아, 그를 교육했다. 레너드는 그에게 계속 긍정의 힘을 주입했다. 레너드는 부정적인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에게 계속해서 대단하다며, 할 수 있다며, 일은 별 거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그런 레너드가 믿음직하고 멋있다. 트라이얼이 끝난 후, 레너드는 트라이얼 4시간의 대가로 80불을 지급한다. 시급 20불이다. 그의 눈이 커진다. 호주 워홀러들 사이에서 시급 20불은 최상위급에 속하는 돈이다. 레너드는 자신과 일을 한다면, 시급 20불을 지불하겠다고 한다. 주말은 쉬고, 일하는 날은 목요일과 금요일이며, 가끔 바쁠 때는 평일에 더 부른다는 조건이다. 그는 거절할 생각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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