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생기고, 고정적인 수입도 생겼다. 숙소를 찾을 때다. 그는 되도록 한인 숙소는 멀리했다. 한인들과 함께 살면, 당연히 한국말을 쓸 수밖에 없다. 그는 호주에까지 와서 한인들과 사는 것은 기회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는 한인 숙소를 배제하고, 호주인이나 외국인들이 있는 Share house를 찾았다.
호주는 워홀러들이 많은 만큼, Share house가 많고, Share Mate를 구하는 공고도 많다. Flat mate라고 말하기도 한다. 둘 다 같은 말이다. 숙소 및 플랫메이트 공고는 검트리 웹사이트에서 가장 활발하다.
공고를 보면 집의 사진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찍은 외관 사진, 쉐어메이트를 구하는 방의 사진이 각도별로 두세 개, 화장실이나 주방 사진, 공용 수영장 등 어필할 시설의 사진을 같이 올린다. 공고에 올라온 사진 속 집들은 모두 이쁘고 넓게 보인다. 하지만 정말 이쁘고 넓을지는, 직접 가서 봐야 한다.
우선 사진으로 느낌을 대강 파악하고, 사진 아래의 글을 읽는다. 글에는 공고를 올린 사람이 원하는 조건이 써 있다. 1주일당 가격, 물세나 전기세가 포함인지 별도인지, 방은 같이 쓰는지 독방인지, *Notice(노티스)는 몇 주인지, 또 집에서 제공하는 것이 있을 시 적혀 있다. 마지막에는, 우리 집은 이러이런 집이며 이러이런 사람이 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노티스는 상호 간의 강제된 예의라고 보면 된다. 집주인이 방을 빼라고 하는 경우나 세입자가 방에서 나간다고 하는 경우, 상대방을 배려해서 얼마의 기간을 두고 이야기해야 한다. 즉 '오늘 당장 나가라' 또는 '오늘 당장 나갈테니 보증금 달라'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노티스다. 보통 노티스는 2주로 잡는다. 노티스가 2주라면, 방을 나가고 싶다면 2주 전에 이야기해 놓아야 하고, 집주인도 세입자가 마음에 안 든다면 2주 전에 방을 나가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 노티스 2주를 지키지 않으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집주인이 노티스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도 보증금을 더 주진 않는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는 호주에서도 상하 관계에 가깝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검트리에 적혀 있는 연락처를 통해 연락한다. 집을 직접 보겠다는 약속을 잡아야 한다. 집의 상태를 확인하러 방문하는 것을 Inspection(인스펙션)이라고 한다. 집주인과 시간을 조율해서 방문한다. 집을 처음 방문해도, 크게 확인할 것은 없다. 대부분의 쉐어하우스는 비슷비슷하다. 그렇다해도 인스펙션은 필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두 눈으로 보고, 같이 사는 사람 중 하나인 집주인을 만나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는 인스펙션을 갈 때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지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봤다. 집마다 수압은 달랐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호주는 집세를 한 달이 아닌 2주마다 지불한다. 호주에서는 2주의 주기를 fornight이라고 한다. 일에 대한 돈도 2주 단위로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주에서 일을 구하면 돈을 자주 받는다고 느끼고, 집세를 낼 때는 자주 낸다고 느낀다. 일을 구하지 못할 경우 2주마다 내야 하는 집세는 큰 부담이다. 집세 외에도, 입주 시에 보증금(Deposit)을 낸다. 보증금은 보통 2주치~4주치 집세로 한다.
예를 들어, 1주일 방세가 150불, 보증금은 4주치 방세인 독방에 입주하려면,
2주치 방세 + 보증금(4주치 방세) = 900불(6주치 방세)
즉 900불을 내야 한다. 물론 보증금은 그 집에서 나갈 때 다시 받을 돈이다.
그는 방세가 싸면서도 전기세와 수도세가 포함되어 있고, 노티스는 최대한 짧고, 보증금은 적으며, 미니멈 스테이 등의 조건이 걸려 있지 않은 집만을 골랐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고르는 집은 비교적 열악한 편이었고, 그는 집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으며, 이사를 자주 했다.
워홀러들이 숙소를 결정하는 것도 엄연한 부동산 계약이다. 하지만 호주 워홀러의 쉐어하우스 입주 계약은, 전적으로 구두로 이루어진다. 복잡한 서류 작업 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거래는 간편하고 좋다. 하지만 구두 계약은 필연적으로 위험성을 안고 있다.
계약이 구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워홀러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당한 계약을 맺고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힘들다. 그야말로, 집주인이 사기를 치려고 작정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행히도 그런 사람은 극소수다. 하지만, 극소수이긴 해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잘 걸러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보통 쉐어하우스를 이용한 사기는 보증금이나 계약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1) 공고에 보증금 관련해서 여러 조건을 다는 경우 - 소위 밑밥을 까는 것이다. 이러이런 조건들이 있었는데 세입자가 잘 지키지 않았으니,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식이다. 퇴실 시 카펫 상태 점검이라던지, 미니멈 스테이를 지켜야 한다던지의 조건이 많을수록, 의심의 여지가 있다.
2) 계약금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집을 보지도 않았는데, '원래 다들 계약금을 얼마 걸어 놓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는 워홀러들이 집주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피곤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의심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그 의심이 불필요했던 것이 되지만, 의심하지 않고 믿을 때에는 반드시 일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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