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트리 등의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공장 공고는, 칼을 써서 발골하는 숙련자나 관리자급의 공고 뿐이다. 기술이 없고 워킹 비자인 그는 공장의 일반 노동자, 즉 Process Worker로 일할 수밖에 없다. Prcoess Worker는 굳이 웹사이트에 공고가 올라오지 않는다. 전문성이 필요 없고 대규모로 채용하는 일반 노동자는, 공장 본사에서 채용하지 않고 외부 에이전시가 외주를 받아 채용을 대행했다.
에이전시는 도심에 위치해, 공장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에이전시를 방문하니, 그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가 육가공 공장에서 일을 하려고 찾아왔다 하니, 직원이 잠시 기다리라 말한다. 에이전시 건물은 깔끔하다. 잠시 후 직원이 그를 방으로 부른다.
몇몇 질문을 하더니, 직원은 그가 공장에서 일하기에 적합한 인원인지 알아보기 위한 필기시험을 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와 답을 미리 보여주고 시험을 친다. 즉, 형식적인 절차다. 문제와 답을 보여주고, 10분 뒤 답지는 걷어가고 시험을 친다. 그는 그래도 불안해서, 직원에게 이 필기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직원은 자신은 나가 있을테니, 최대한 답을 암기하라고 한다. 정 불안하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자신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고맙다고 답하며, 직원이 나가 있는 동안 답지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직원은 그가 답지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시험을 보는 동안에도 밖에 나가 있었다.
필기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 나니, 건강 검진을 받고 오라고 한다. 고기를 가공하는 육가공 공장이니, 직원들의 건강 상태도 파악하는 것이리라. 그는 에이전시가 지정한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는다. 에이전시 직원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고, 이미 수많은 워홀러들이 거쳐간 길이라 처음 가는 사람도 알 수 있도록 표시가 되어 있다. 그는 호주에서 처음 병원을 와 보았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병원에서는 몇몇 기본적인 검사를 한다. 시력, 청력, 악력, 키와 몸무게 등이다. 이곳의 의사와 간호사로서는 수없이 해온 일이니, 자연스럽고 무관심하게 그를 통과시킨다.
신체검사가 완료되자, 에이전시에서는 일련의 서류 작업을 통해 그의 정보를 육가공 공장에 보낸다. 이제 육가공 공장에서 그에게 전화가 온다. 어느 날 몇 시까지 공장 앞으로 오라는 전화다.
약속된 날짜에 공장에 가니, 그 이외에도 약 20명의 '신입'들이 공장 앞에 모여 있다. 어색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백인 직원이 와서 이름을 호명한다. 기다리고 있던 20명이 모두 호명된다. 직원은 그들을 인솔하여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공장은 굉장히 크고, 왠지 삭막한 느낌이다. 하얀 건물이 약 4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끔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긴 하나 인적이 드물다. 신입들은 어느 프레젠테이션 룸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신입들은 넓은 테이블에 앉는다. 인솔해 온 직원 외에, 더 높아보이는 직원이 들어온다. 영어로 무어라 쓰여있는 서류 몇 장을 나눠준다. 공장 소개, 계약서, 안전 유의사항 등이다. 영상을 보고, 설명을 듣고, 서명을 한다.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은 별로 없다. 절차가 끝나자 20명의 신입은 다시 인솔받아 밖으로 나온다.
그도 이제 육가공 공장의 예비 인력이 된 것이다. 이미 시간은 3시, 햇빛이 내리쬐고 있다. 인솔하는 직원은, 다음날부터 공장에서 기존 인력이 빠질 때 전화를 줄 것이라 말한다. 그는 운에 맡겨야 한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육가공 공장의 인력 수요는 그의 상상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공장의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해서 빈 자리가 나지 않으면 어쩌나, 이는 일어나지도 않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는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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