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를 통한 육가공 공장 취업 프로세스는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이 와중에도 전화가 오는 식당이 있으면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육가공 공장 취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식당에서 일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와 면접 경험을 쌓으려는 의도가 컸다. 한인 웹사이트로 이력서를 넣은 한인 스시 샵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그는 면접에 응한다.
그는 은근히 영악한 구석이 있다. 그는 애초에 한인샵을 좋아하지 않는다. 붙더라도 일을 하지 않을 테지만, 굳이 한인 식당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는 자신의 워킹홀리데이 생활이 어느 정도로 성공했는지 알고 싶었다. 한인 식당에 가서 그곳의 분위기와 직원들은 어떤지, 어떤 모습과 표정인지, 자신이 그들보다 더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날 면접을 보러 가는 샵은, 한인이 경영하는 스시 샵이다. 위치는 외곽에 위치해서, 자전거로 약 30분을 타고 갔다. 도착해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전 직원이 이랏샤이마세! 라고 외친다. 그는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한다. 카운터를 보는 직원은 한국인이다. 직원은 잠시 기다려달라며, 주방으로 들어가 매니저로 보이는 이에게 간다.
그는 식당 내의 분위기,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는다. 노르스름한 간접 조명에, 주방이 상점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오픈 주방이라, 모든 직원들을 볼 수 있다. 딱 봐도 직원들은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20대 청년들이다. 남녀 직원 다양하다. 직원은 약 9명 정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두 명의 외모가 조금 애매하다. 그들은 일본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 상점의 초밥은 그가 만드는 김밥말이 초밥보다 더 어렵고 맛있어 보인다. 정신없이 훑어보고 있는 그에게, 카운터의 직원이 돌아와 바깥의 자리에 앉아 기다려달라 말한다.
그는 바깥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한인 샵을 처음 들어가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는 항상 소수로 일했는데, 이 한인샵은 많은 수의 직원들이 일한다는 점이 새롭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데, 매니저라는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무렵, 매니저가 나온다.
매니저는 동그란 얼굴에, 눈매가 날카로워 인상이 좋지는 않다. 인사를 나누고, 바로 면접을 시작한다. 매니저는 그의 이력서를 보며,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 상점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우리 상점은 풀타임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다른 일은 모두 그만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재미 삼아 면접보러 왔다고 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며 모두 그만둘 용의가 있다고 답한다.
이어 매니저는, 그가 사는 곳이 상점에서 거리가 있는데 출퇴근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는 오늘처럼 자전거로 출퇴근하겠다고 답한다. 그런데 자전거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매니저의 눈빛이 바뀐다. 매니저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전거 안 돼요. 일이 힘들어서 그럴 체력 안 남아요." 라고 말한다.
그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으나 다시 삼킨다. 버스를 타던, 그가 알아서 하겠다고 답한다. 매니저는 알겠다고, 연락 주겠다고 하며 샵으로 들어간다. 면접이 끝났다.
애당초 그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면접을 보러 온 것을 매니저가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표정이나 태도에서 딱히 약점 잡힐 일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면접을 보기 전에 10~15분을 밖에서 기다린 것이 영 꺼림칙하다. 한인샵은 처음이지만, 다른 식당에서 면접을 몇 번이고 본 그다. 다른 식당에서는 이렇게 10~15분을 기다리게 한 적이 없다.
워홀러들 사이에서는, 한인샵은 지원자의 근성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밖에서 10~15분을 기다리게 한다는 말이 기정사실처럼 되어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 잘못된 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을 포함해서 그의 워킹 생활 중, 유독 한인 샵에서 면접 볼 때만 10~15분을 기다리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날의 면접은 결국 한인샵에 대한 그의 편견을 강화시키는 효과만 낳았다. 당연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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