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운동을 좋아한다. 호주에 온 뒤 바쁜 와중에도, 종종 밖에 나가 운동을 하곤 했다. 공장을 다니면서도 운운동을 한다. 공장 일에 적응하느라 체력을 쏟다 보니, 운동을 그리 강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여러 외국인을 만나는 등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고름이 차오른 오른쪽 다리가, 점점 그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고름이 차오른 곳이 발목 주위 두세 군데에서, 종아리로 올라오더니 10 군데 가까이로 늘어났다. 하나같이 짜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만지면 아팠다. 마침내 그는 운동을 하다가 오른쪽 다리가 아파, 운동을 끝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끝내는 지경에 이른다.
그는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그러면서 짜증스럽게 다리를 살핀다. 같이 운동하던 외국인들도 그에게 다가온다. 그가 다리를 살펴보고 있으니, 그들도 그의 다리를 본다. 그의 다리를 본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말로는 알겠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병원에 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그렇게 계속 참는다. 오른쪽 다리는 고름이 차오르는 상태를 넘어,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는 발목을 접질린 적이 없지만, 오른쪽 발목이 접질린 것처럼 부어올랐다. 오른발은 애기발처럼 팅팅 부어서 힘줄과 근육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슬리퍼에 오른발을 집어넣으면 슬리퍼가 꽉 조일 정도다. 그래도 여전히 그는 병원에 갈 생각이 없다. 호주의 병원비가 비싸다는 말을 몇 번이고 본 그다.
그러나 상황은 그의 고집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움직이기 불편한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는 있는대로 부풀어 오르더니, 끝내는 통증이 동반된다. 오른쪽 다리에서 형용할 수 없는 아픔과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 뛰지도 못한다. 자전거를 타도 오른쪽 다리는 그저 페달에 올려놓고 왼쪽 다리로만 추진하는 상태에 이른다.
호주의 비싼 병원비를 생각하며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하는 그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의 통증이 갈수록 더해진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통증이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서야, 그는 병원에 가봐야 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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