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구글 맵으로, 브리즈번 시내의 병원을 검색한다. 한인 병원이 바로 눈에 보인다. 그는 망설이다가 한인 병원을 가기로 결정한다. 호주에서 한인을 피하니 어쩌니 하던 그도, 급할 때는 한인 병원을 찾는다.
구글 맵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한다. 친절한 목소리가 받는다. 그는 영어로 이야기할까 하다가, 자신의 다리를 본다. 영어 연습하고 있을 정도로 여유 있지는 않다. 목소리에게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목소리는 한국말로 그렇다고 답한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이 언제까지 운영하는지 묻는다. 목소리는 친절하게, 저녁 늦게까지 운영하니 언제든 방문하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그는 너무나도 기쁘다. 호주에서 저녁 늦게까지 운영하는 병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예약 없이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병원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즉시 한인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한다. 그의 이름, 연락처 등을 묻는다. 접수 및 수납 업무를 보는 간호사는 한국인이다. 그가 병원에 앉아 관찰하니, 이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한국인이다. 병원의 모습은 한국의 병원과 별 차이가 없다. 공장 에이전시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던 병원과도 비슷하다. 호주에서 그가 병원을 방문한 것은 이로써 2번째다.
그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다리 걱정도 잊고 사람 구경을 한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반반 정도다. 이름이 불리면 진료를 보러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온다. 접수했던 데스크에서 잠시 설명을 듣고, 결제한 뒤 병원을 떠난다. 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환자가 많아 조금 지연될 수 있다고 그에게 말한다. 상관없다. 그는 괜찮다고 말하고, 병원 정수기에서 물을 한 잔 마신다.
사람 구경이 끝나고, 그는 다시 돈 생각이 난다. 그는 한국에서도, 호주 단톡방에서도 병원비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많이 봤다. 진료만 보더라도 100불(8만~10만 원), 입원을 할 경우에는 하루에 1000불(80만 원~10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먹을 것도 안 먹고, 지하철도 안 타면서 아낀 돈이다. 그는 자신의 돈을 병원에 헌납할 생각이 없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다리가 이상하긴 하나 별 일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원인이나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병원에 온 것이다. 만일 비싼 처방이나 진단이 내려질 경우, 그는 진료비만 내고 처방과 진단은 무시할 생각이다.
그의 이름이 불린다. 그는 진료실로 들어간다. 의사는 40대로 보이고, 머리를 박박 밀었다. 머리를 박박 밀어 외모는 강해 보이나, 말투는 나긋나긋하다. 그는 속으로, 호주에서는 의사도 자유로운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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