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그의 베드버그 이야기를 듣고 유감이라고(Sorry) 말한다. 그는 새로운 숙소를 찾으면 베드버그 하우스에서 당장 나가겠다고 말한다. 집주인은 노티스는 신경 쓰지 말라며,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육가공 공장에서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가 처음 공장에 들어갈 때 인솔했던 직원 필립이다. 필립은 빈자리가 있다며, 오늘 일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는 이때, 머리가 갑자기 잘 굴러가기 시작한다. 이전에 일하던 고기 포장 파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결근한 그다. 그런데 결근한 당일, 필립은 전화까지 해가며 그에게 일을 주려 한다. 그는 공장 내의 인력 관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약간은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일단 필립에게 호감을 사 두어야 한다. 그는 자신이 잠시 휴가를 갔다올 것이니, 며칠 뒤 다시 연락을 줄 수 있겠느냐고 친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필립은 날짜를 재확인하고, 그때 다시 연락 주겠다고 하며 끊는다.
그는 도서관으로 가서 베드버그에 대해 검색한다. 베드버그의 천적은 강한 햇빛이다. 그는 베드버그 하우스에서 나가면 가지고 있는 짐을 모조리 다 일광소독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새로 숙소를 구하기도 애매하다. 베드버그는 물건이나 사람을 타고 다른 집으로 옮겨갈 수 있다. 물론 그는 자신이 베드버그에 물렸다는 사실을 새로 들어갈 집에 알릴 생각이 없다. 눈치가 없는 편에 속하는 그이지만, 이 정도의 상황 파악은 가능하다.
그는 다른 집을 속여가면서 이사할 것이냐를 잠시 갈등하지만,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는 한인 웹사이트를 검색한다. 외국인 쉐어에서 살겠다며 돌아다니다가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한국인 쉐어하우스에 들어가서 살며 잠시 휴식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인 웹사이트 메인에, 숙식제공 일자리 공고가 눈에 띈다.
공고는 이벤트 청소 인원을 구하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에서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이 페스티벌에 가서 청소를 할 인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다. 날씨가 매우 덥지만,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텐트와 식사를 제공한다고 적혀있다. 그는 눈이 반짝인다. 페스티벌을 즐기면서, 텐트 밖에서 모든 짐을 일광소독하고, 청소를 조금 하겠지만 깨끗한 자연 속에서 요양을 하다가 돌아오겠다는 청사진이 그려진다. 페스티벌이라는 단어를 보고 상상한 시점부터, 이미 그는 페스티벌을 즐기기로 결정해버렸다. 이벤트 청소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완벽한 요양이 될 것이다. 그는 공고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문자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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