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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45 - 이벤트 청소(2)

 야간조는 저녁 7시에 집합해서 유니폼을 입고, 7시 30분에 페스티벌장 안으로 이동, 컨테이너에서 대기하며 간식을 먹고 8시부터 투입한다. 유니폼은 형광색 반팔 상의만 제공된다. 유니폼 이외에도 청소를 위한 장비가 있다. 야간조 인원들은 허리에, 주머니가 부착된 벨트를 착용한다. 주머니 안에는 비닐장갑과 타월(걸레, 행주)을 가득 넣고, 벨트에는 쓰레기 봉투를 접어 걸었다. 쓰레기 봉투는 흰색(일반)과 검은색(음식물) 두 가지이며 각각 20~30장씩 필요하다. 쓰레기 봉투가 길어서, 걸을 때마다 다리에 닿았다. 그는 이러한 유니폼이 나름 멋있다고 느꼈지만, 비가 내리는 습한 날씨 속에서 쓰레기 봉투는 자꾸 다리 맨살에 달라붙었다.

 

 야간조가 투입되면, 페스티벌 마감 전까지 현상 유지를 한다. 야간조는 조별로 페스티벌장 전체에 흩어져서, 쓰레기가 넘치지 않게 쓰레기통의 비닐봉투를 갈거나,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들을 치운다. 10시 정도에 페스티벌이 폐장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페스티벌 구석구석 뻗어 있는 넓은 도로를 야간조 12~15명이 일렬로 서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앞으로 걸어간다. 에버랜드, 남이섬 크기의 페스티벌장 전체를 이렇게 일렬로 휩쓸면서 쓰레기를 모조리 다 줍는다. 페스티벌장을 다 돌고 나면, 야간조 1인당 쓰레기 봉투가 적어도 5개씩 나왔다.

 

 

 처음 투입되면, 쓰레기가 많은 곳을 배정받아 2명씩 퍼져나간다. 어디나 쓰레기가 많긴 했지만 특히 심한 곳은 야외 푸드코트 옆 벤치 / 페스티벌장 메인 출입구 / 일정 간격으로 위치해 있는 쓰레기통 주변 등이다. 

 

 푸드코트 : 그가 일했던 주말 시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페스티벌을 즐기는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푸드코트들은 거의 쉬는 시간이 없이 바쁘다. 푸드코트에서는 음식을 1회용 포장 용기에 담아 팔았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1회용 용기, 포크, 수저, 컵과 빨대, 남은 음식물이다. 사람들은 수십 개의 벤치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데, 수십 개의 벤치가 꽉 차고도 모자르다. 푸드코트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통 / 일반 쓰레기통이 나란히 놓여있는데,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한다. 야간조 인원들이 가면 모든 쓰레기통들은 항상 쓰레기를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쓰레기를 그냥 쓰레기통 뚜껑 위나, 쓰레기통 주변에 던져두고 갔다. 쓰레기통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냥 쓰레기 더미처럼 보인다. 그나마 쓰레기통 쪽에 두고 가면 양반인데, 벤치에서 음식을 먹고 쓰레기는 그냥 둔 채 떠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누군가는 이것이 백인들의 더러운 공공 예절이라고 했는데, 이는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다. 어쨌든 푸드코트에 배정된 야간조는, 쓰레기통이 가득 찰 때마다 비닐을 갈아주면서, 동시에 벤치 위도 깔끔하게 유지해야 한다. 

 

 메인 출입구 : 메인 출입구에는 음료수 캔이나, 1회용 음료 용기가 많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메인 출입구에는 쓰레기통도 없다. 하지만 음료수 캔과 1회용 음료 용기는 계속해서 쌓였다. 그는 페스티벌 출입구의 무언가가, 페스티벌 입장 전에 가지고 있던 음료를 다 마셔버리게끔 촉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캔과 음료 용기가 많다. 이곳에 배정된 야간조는, 봉투를 펼쳐들고 우선 쌓여있는 캔과 용기들을 담는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새로이 버려지는 캔과 용기를 담아야 한다. 야간조 인원들은 아예 출입구 옆에서 봉투를 들고서 서 있는다. 그러면 입장하던 사람들이 캔과 용기를 봉투 안에 넣고 가곤 했다. 종종 야간조 인원들이 바쁘게 캔과 음료 용기를 주워담고 있으면, 간혹 입장객들이 자발적으로 캔과 용기들을 모아와서 쓰레기통에 넣곤 했다. 하지만 이 행동의 동기가 어쭙잖은 동정심은 아닌 듯하다. 캔과 음료 용기를 모아들고 오는 이들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무리인데, 표정은 해맑고 목소리는 크다. 그들은 야간조 인원들과 합세하여 쓰레기를 주우면서 괴성을 지르곤 한다. 페스티벌의 분위기에 취해, 충동적으로 야간조 인원들을 따라 육체노동을 하는 듯 보인다. 이들은 쓰레기를 모아 넣고 난 뒤, 쓰레기 봉투 주위를 빙빙 돌면서 소리를 지른다. 그럴 때면, 쓰레기 봉투 옆에 있던 야간조 인원도 같이 합세하여 빙빙 돌며 소리를 질렀다.

 

 쓰레기통 : 쓰레기통은 항상 2개가 세트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다. 에버랜드, 남이섬 만한 넓이의 대지에 쓰레기통은 일정 간격을 두고 있다. 즉 쓰레기통이 꽤나 많다. 몇 번 일을 하고 나니, 쓰레기통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녀석과 인기가 적은 녀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야간조 인원들은 처음에는 모든 쓰레기통을 일일이 점검했으나,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각 위치마다 점검 주기를 다르게 한다.

 

 

 페스티벌이 밤 10시쯤 폐장하고 나면, 페스티벌장에서 주최 측 인원과 청소 인원만 남고 모두 퇴장한다. 이때부터 매니저는 야간조 인원을 모두 모아서 1열로 세운 뒤, 페스티벌장 전체를 훑고 지나간다. 야간조 인원들은 페스티벌장 구석구석을 함께 돌면서 쓰레기를 모조리 줍는다. 쓰레기도 쓰레기지만, 그는 혹시 누군가가 흘린 지갑이나 현금이 있지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페스티벌 마감 전 현상유지, 페스티벌 마감 후 페스티벌장 전체를 청소하는 것이 야간조의 일이다. 일이 위험하진 않았으나, 쓰레기를 주워야 하니 냄새가 고약하고 더러웠으며, 계속 비가 내려 쓰레기가 진흙과 범벅이 됐다. 12시간 내내 빗속에서 페스티벌장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 일은 많은 체력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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