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상/호주

49 - 한인 쉐어하우스, 공장 복귀

 4박 5일 동안의 이벤트 청소가 끝나고, 브리즈번 공장지대로 복귀했다. 그는 입주일을 이벤트 청소 끝나는 날로 잡아두었던 집으로 향한다. 이 집은 한인 웹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정한 한인 쉐어하우스다. 마스터(집세를 받는 사람)도 한국인, 집에 사는 세입자들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가끔 일본인이나 동양인이 섞이기도 한다. 한인 쉐어하우스는 대부분 한국인 워홀러들이 거주하고, 마스터들도 한국인을 선호한다.

 

 먼 타국에서도, 언어와 문화와 생활 방식이 같은 사람들끼리 생활하는 것이 편하다. 그는 이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살며, 그의 호주 워킹 생활 전체를 통틀어 가장 요리를 많이 해먹었고 가장 편하게 지냈다. 한인 쉐어하우스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가스 레인지, 주방 조리도구, 세탁기, 에어컨, 선풍기 등이 구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주방에는 밥솥이 있다. 밥솥의 존재는 의미가 크다. 한인 쉐어하우스가 아닌 외국인 쉐어하우스의 경우, 밥솥이 있는 집이 거의 없다. 쌀을 조리해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집에서는 냄비밥을 해먹어야 한다.

 

 그는 외국인 쉐어하우스에서 밥솥 없이 냄비밥을 해먹다가 냄비를 몇 차례 태워먹었다. 그래도 냄비밥은 괜찮다. 진짜 문제는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베드버그(빈대)다. 한국인은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깨끗한 축에 속한다. 그러므로 한인 쉐어하우스에는 빈대가 거의 없다. 그는 외국인 쉐어하우스에서 빈대에 물려 고생했다. 잠시 휴식기를 가질 겸, 한국인 쉐어하우스에서 지내야겠다고 생각한다.

 

 낯선 타국에서 간만에 듣는 한국말, 같은 외모의 한국 사람들은 그의 가슴 속에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룸메이트인 워홀러도 인상이 좋다. 그는 룸메이트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든다. 백패커스의 외국인들과 영어로 이야기할 때에 비해 룸메이트와 한국말로 이야기할 때의 깊이는 차원이 다르다. 그의 본래 워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젠가는 외국인 쉐어하우스로 옮겨야겠지만, 일단은 오랜만에 한국인들끼리의 정을 느껴보려 한다. 하지만 이후 그가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살면서 한국 사람들과 부대끼는 동안, 정을 느끼기보다는 갈등과 충돌이 훨씬 많이 일어났다. 물론 이때의 그는 아직 이를 알지 못한다.

 

 

 입주 다음날 아침, 공장 에이전시의 필립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늘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전화다. 타이밍이 좋다. 그는 당연하다고 답하고 공장으로 간다. 공장 문 앞에는 그를 포함해 신입들이 일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신입들은 무작위로 차출되어 가지만, 그의 경우는 필립이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는 이미 신입이 아니다. 공장 내부에서 일을 어느 정도 해본 '중고 신입'인 셈이다. 

 

 필립은 그에게, 휴가는 잘 다녀왔느냐고 묻는다. 그는 필립의 기억력에 감탄하며, 잘 다녀왔다고 답한다. 필립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두어야 한다. 그가 휴가(이벤트 청소)를 떠날 때, 공장에 이야기도 하지 않고 결근했었다. 그런데 필립은 무단 결근한 당일 아침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일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필립의 전화와 이야기를 듣고, 공장의 인력 관리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아직 확실하진 않고 어렴풋한 밑그림 정도지만, 필립의 복장과 근무하는 위치를 보니 그의 추측이 맞는 것 같다. 그는 필립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점수를 딴다. 필립도 그의 이름을 외운 것 같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 - 공장(1)  (0) 2021.07.12
50 - 공장 인적자원관리 체계  (0) 2021.07.11
48 - 이벤트 청소(5)  (0) 2021.07.08
47 - 이벤트 청소(4)  (0) 2021.07.08
46 - 이벤트 청소(3)  (0)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