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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51 - 공장(1)

 육가공 공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일한다. 백인, 흑인, 황인을 총망라하며 국적도 다양하다. 그가 판단하기에 백인들은 주로 호주인이나 유럽인으로 보이고, 흑인들은 국적을 판단하기 힘들었고, 황인들은 한국인 / 중국인 / 대만인 / 동남아를 비롯해 인도와 중동인들도 많다. 그는 흑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왔을 것이라는 무지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해진 백인이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다른 사람들과는 모두 말을 해 보았지만, 흑인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흑인들의 국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긴 하나, 공장 내에서도 은근히 인종별 국적별로 끼리끼리 모여서 일을 한다. 공장 파트마다 어느 인종이 많거나, 어느 국적이 많거나 하는 식이다.


 그가 본 관리자 중에는 백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흑인이며, 황인이나 아시아 중동계열 관리자도 간혹 보인다. 그는 자신의 눈에 얼핏 보이는 인종이나 국적 분포만을 가지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칼을 다루는 이른바 Knifehand들은 모든 인종이 골고루 보인다. 일반 노동자인 Process Worker들도, 어느 인종이나 국적이 많은지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다양하다. 그는 여러 파트를 돌아다니면서, 각 파트에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 등을 관찰한다.


 그는 아시아 계열 중에서 가장 일을 잘하거나 열심히 하는 이들은 한국인이나 대만인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동양인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인과 대만인들은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눈에 잘 띄었고,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한눈에 구별되었다. 그가 이전에 일했던 고기 포장 파트의 노동자들이 한국인과 대만인이었다.


 한국인과 대만인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화폐 가치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호주의 화폐는 호주 달러(Australian Dollar, AUD)로, 1 AUD는 약 850원 정도다.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1000원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그가 호주에 있을 당시, 최저 시급이 18불이었다. 18불에서 15%의 세금을 떼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최저 시급은 15불이다. 한국 원화로 시급 12,750원인 셈이다. 당시 한국의 최저 시급에 비해 1.5배 이상 많은 돈이다. 게다가 육가공 공장은 최저 시급보다 높은 시급 22불 이상을 지급하기 때문에, 시간당 15,000원이 넘는 돈을 받는다. 일을 많이 해서 일정 시간을 넘기면 초과근무로 시급의 1.5배를 받으며, 주말에는 2배를 지급받는다. 이곳은 공장이기 때문에 노동 법규를 확실하게 지킨다. 조금 무리해서 일을 많이 하는 경우, 초과근무수당과 주말 수당까지 합쳐 1주일에 2000 AUD(약 170만 원) 가깝게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워홀러들은 공장에서 돈 버는 맛이 쏠쏠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한국인 워홀러들이 호주 공장에서 1주일 일하면 한국에서 1달 일해야 버는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 워홀러 중 돈을 목표로 잡은 워홀러들은 대부분 공장에 취직한다.


 그는 대만인 친구에게, 대만인들은 자국의 최저시급과 화폐가치로 인해 호주 공장에서 버는 돈이 더 극대화된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에게 호주 공장 1주일 수입이 한국에서 1달 일한 것과 가깝다면, 대만인들에게 호주 공장 1주일은 본국에서의 몇 개월 ~ 1년 수입에 가깝다고 한다. 과장이 조금 섞인 것 같지만, 그만큼 호주 공장일이 돈이 된다는 뜻이다. 이 대만인 친구도, 육가공 공장에서 번 돈을 본국에서 사업 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는 대만인들이 일하는 것을 보며, 경이롭다고 느끼곤 했다. 한국인들은 일을 빠르고 열심히 하긴 하지만 그리 즐거운 표정은 아니다. 반면에 그가 본 대만인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표정이 밝다. 화폐가치 때문일 수도, 각 나라 문화의 영향일 수도, 아니면 개개인의 성격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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