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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55 - 목표 전환

 그의 공장 투어는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대기 인원인 그가 필립의 인솔 하에 출근하면, 새로운 파트보다 기존에 일했던 파트인 경우가 월등히 많아졌다. 새로운 파트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을 가지지 않은 일반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파트는 대부분 경험한 셈이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대로 공장에서 계속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공장을 그만두고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


 그는 모든 것을 기록해둔 노트를 펼쳐놓고, 이것저것 시나리오를 써 본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년밖에 안되므로 직업을 옮기는 환승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는 키친핸드를 다시 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비수기라고 한 Tom의 말이 생각난다. 공장에서 받는 1000불에 가까운 주급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가 키친핸드로 쓰리잡을 뛰던 때에도, 주 1000불은 달성하지 못했다. 공장일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돈을 벌기에는 공장만 한 곳이 없다.


 그렇다면, 이왕 공장에 들어온 김에 돈이라는 목표를 먼저 달성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구직 활동에 대한 귀찮음과 공장의 돈이 그를 이겼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그토록 마음고생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한다.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기도 하겠다, 이참에 돈을 제대로 벌어보겠다고 생각한다. 눈 딱 감고 몇 달 동안 죽은 듯이 일만 하면서, 돈을 모으겠다는 생각이다.

 


 그가 호주 워킹을 결심했을 당시, 이루고자 설정한 목표는 '1)경험, 1)영어, 3)돈'이다. 우선순위가 가장 떨어지긴 했지만, 돈도 목표 중 하나다. 호주의 높은 시급과 화폐가치 때문에, 돈은 한국인 워홀러들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목표다. 워홀러들은 통상, 현실적인 목표로 1만 불 세이빙을 설정한다. 쓸 것 다 쓰고, 1만 불을 저축해서 오겠다는 목표다. 1만 불이면 정확하게는 850만 원인 셈이지만, 그는 1000만 원이라고 생각한다. 1만 불, 1000만 원. 20대 초중반의 한국인 워홀러에게는 매력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숫자이며 목표다.

 


 그는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지내면서, 주워들은 정보들이 있다. 기왕 돈을 모으기로 작정했으니, 그는 공장일에 더해 다른 일까지 하고자 한다. 이는 상당히 무모하지만, 한국인 워홀러들 중에는 이렇게 하는 이들이 꽤 많다. 돈에 집중하는 워홀러들은 공장 일에 더해, 야간 청소까지 투잡을 뛴다. 몸은 고되지만 확실히 돈이 되는 방법이다. 문제는, 청소일을 모집하는 고용주들이 자차가 있는 워커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벤트 청소 때나 공장에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워홀러들을 많이 봤다. 그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이들도 차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한국에서 당연히 자차를 가져본 적이 없고, 운전 실력도 장롱 면허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조금 겁이 나지만, 또래 워홀러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남들 다 하는데 그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우선 정보를 찾아야 한다. 그는 호주 중고차 거래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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