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도로에는 정말 다양한 차들이 돌아다니는데, 일본 자동차가 가장 많다. 그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도로에 많이 돌아다니는 차들을 보면
일본 - 도요타 (캠리) / 혼다 (어코드) / 니싼 / 미쯔비시 / 스바루 / 마쯔다
미국 - 포드
호주 - 홀덴 (호주 자국 브랜드였으나 망함)
한국 - 현대 (엘란트라 등)
이외에 BMW, 벤츠, 아우디가 등의 고급 차량도 많이 보인다. 호주에 이러한 고급 브랜드의 차가 많은 것은, 소득이 높아서가 아니라 세금과 관련 있는 듯하다. 호주는 자동차 보유세를 내지 않는다. 자동차 보유세 대신, 번호판을 받기 위해 등록세를 낸다. Registration, 호주 슬랭으로는 Rego(레죠)라고 한다. Rego가 나와야 번호판을 부여받고 운행이 가능하다. Rego 비용은 6개월에 약 350불, 1년에 약 600~700불이다. 싼 차량이든 비싼 차량이든 Rego 비용은 동일하다. 즉, 자동차 보유세를 Rego로 대체해 버리기 때문에, 처음 구입비만 다르고 등록세는 같다. 그래서 소득이 그리 많지 않더라도, 고급 차량을 타는 사람들이 있다.
워홀러인 그로서는 고급 차량은 논외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역시 일본 차량이 인기가 많다. 그중에서도 도요타 캠리가 압도적이다. 도요타 캠리는 인기도 많고 거래도 많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만큼 가격 방어도 잘 되서, 1년 동안 타고 되팔 때에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캠리를 Cash (현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가격 방어가 잘 된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그는 도요타 캠리를 1순위로 검색한다. 가끔 현대 차량 매물이 보이기도 했지만, 애국심보다 가격 방어가 우선이다.
호주는 중고차 거래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주로 검트리 홈페이지를 통해 매물이 올라온다. 숙소와 마찬가지로, 중고차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인스펙션(직접 차량을 보는 것)을 해야 한다. 구글에 검색하니, 인스펙션 시에 점검해야 하는 필수사항, 좋은 중고차 고르기 등의 정보가 넘쳐난다.
워홀러들의 예산은 정해져 있다. 제 값을 주고 새 차를 사는 것이 안전하나, 새 차는 비용이 1만~3만 불까지 치솟는다. 그는 이 정도의 돈이 없고, 있더라도 그런 거금은 쓰지 않을 작정이다. 그가 현재 수중에 가진 돈은 약 3000불, 그리고 그는 3000불을 전부 지불할 생각이 없다. 2000불 이내로 승부를 보겠다고 생각한다. 2000불이면 170만 원 정도이니, 17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중고차의 상태가 어떨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호주 워홀러들은 대부분 3000불 (250만 원) 내에서 차를 구매한다. 그래서 다들 낡고 허름한 차들을 타고 다닌다. 20대 워홀러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잘 굴러가기를, 사고 차량을 속아서 사거나 치명적 결함으로 폐차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000불 아래의 차량 구매는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가격이 낮아질수록 로또나 뽑기에 가까워진다. 차량을 계속 알아본 결과, 0~1000불 : 피해야 한다. 결함이 있어 폐차할 확률이 아주 높다. 아주 가끔 멀쩡한 차가 있다. 1000~2000불 : 권장하지 않는다. 폐차할 확률이 반반이며, 가끔 멀쩡한 차가 있다. 2000~3000불 : 보통이다. 운이 나쁘면 폐차해야 할 수 있다. 3000불 이상 : 낡은 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탈 만하다. 폐차할 확률이 많이 낮아진다.
그는 공장일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차량 인스펙션을 보러 다녔다. 도요타 캠리 이외의 차종도 가리지 않고 인스펙션을 다닌다. 초보 티를 내지 않으려 괜히 보닛도 열어보고, 무섭지 않은 척 시운전도 한다. 처음에는 보닛 여는 레버도 찾지도 못했으니 차주 입장에서는 기가 찼을 노릇이다. 인스펙션이 거듭될수록, 약간은 익숙해진다. 주행거리는 어떻고, 엔진오일은 언제 갈았고, 타이밍벨트(엔진의 중요 벨트)가 어떻고, 타이어 압력은 어떤지를 묻는다. 하지만 딱 그 정도다. 자동차 정비 경험은 물론, 자차를 가져본 적 없는 그가 인터넷 검색과 인스펙션만으로 배울 수 있는 차량 지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말로는 잘 아는 척했지만, 인스펙션을 볼수록 그 차가 그 차 같고, 결함이 있는지 없는지, 가격이 비싼지 싼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차량 인스펙션이 5회가 넘어가면서 머리가 더욱 복잡해진다. 그냥 평균적이고 치명적 결함만 없으면 당장 사고 싶다. 그가 이렇게 지쳐갈 때 즈음, 기다리던 도요타 캠리 매물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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