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 명의 이전, Rego

 거래가 성사됐지만, 아직 도요타 캠리가 그의 소유가 된 것은 아니다. 차주가 그에게 명의 이전을 해야 하고, 명의 이전된 차를 등록해서 번호판을 달아야 정식으로 운행할 수 있다. 차주는 차량을 팔려고 내놓기 전, 남은 기간에 대한 등록세를 환급받고 번호판을 반납해버린 상태다.

 

 명의 이전은 차주와 그가 함께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명의 이전 신청 양식(form)을 둘 다 작성해야 하며, 명의 이전받을 사람은 여권과 은행 서류 등도 가져가야 한다. 많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서류가 많아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는 명의 이전하러 교통국(Transport)까지 굳이 같이 와준 차주가 고맙다. 같이 가는 차주도 있고, 귀찮으니 그냥 서류만 주고 알아서 하라는 차주도 있다고 한다.

 

 그는 호주의 공공기관 서비스가 느리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일처리는 늦고, 자동화가 덜 되어 있는데 마감 시간을 칼 같이 지켜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돌아왔다는 글을 몇 번 봤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왔는데, 이 지역은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서 그런지 교통국이 그리 붐비지 않는다. 일처리도 생각보다 빠르다. 차주는 영어 한 마디 안 하는데도, 직원들에게 자신의 방문 목적을 잘 이해시킨다. 

 

 Registration(Rego, 차량 등록)도 동시에 진행한다. 호주에서는 교통국에서 차량을 등록해야 번호판을 받는다. 등록하지 않은 차량으로 번호판 없이 운행하거나 등록 기간이 만료되면 경찰에게 잡힌다. Registration을 위해 필요한 것은 4가지다.

 1) 운전면허 (국제 운전면허증 or 호주에서 발급 가능한 운전면허 공증)

 2) RWC

 3) CTP (Compulsory Third Party = 대인 보험, 차량 등록 시 강제로 가입)

 4) 등록비 (6개월에 약 350~400불, 1년에 약 700~800불)

  나머지는 어렵지 않으나, RWC라는 것이 있다. RWC는 Road Worthy Certificate, 직역해서 도로 위에서 달릴 수 있다는 증명서다. 교통국이 지정한 정비소에서 발급 가능하다. 해당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없으므로, 등록하기에 적합하다는 정비소의 인증이다. RWC의 경우 검사비가 150불 정도 들기 때문에, 차량 구매 전에 RWC를 차주가 부담할 것인지 구매자가 부담할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의 경우, 차주가 검사와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RWC 서류를 받아왔다. 

 

 호주는 여러 개의 주로 나뉘어 있어서, 주마다 쓰는 용어가 조금씩 다르다. 그가 속한 퀸즐랜드 주는 RWC, CTP라고 부르지만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는 핑크슬립, 그린슬립이라고 부른다. 생소한 용어들이라서 헷갈리나 뜻하는 바는 같다. 정비소 인증서(RWC, 핑크슬립)와 보험(CTP, 그린슬립)을 칭하는 용어다. 엄밀히 따지면 퀸즐랜드의 CTP와 NSW의 그린슬립은 조금 다르지만, 차량 보험인 것은 맞다.

 

 

 명의 이전을 위한 서류들, 등록을 위한 서류들을 제출한다. 조금 기다리니 절차가 끝났다고 한다. 차주가 웃으면서 your car 라고 말한다. 그도 차주에게 줄 것이 있다. 차값 2200불을 지불해야 한다. 그는 2200불을 현금으로 인출해서 가져왔다. 그가 키친핸드 시절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2200불의 현금다발은 생각보다 두껍지도, 무겁지도 않다. 그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주위를 계속 경계하고 있었다. 이제 돈을 차주에게 넘겨주며, 불안에서 해방된다. 그와 차주는 차를 몰아 처음 만났던 정비소로 향한다. 차주는 정비소에서 펜치를 가져오더니, 번호판을 달기 시작한다. 그도 차주에게서 펜치 하나를 받아서 다른 쪽 번호판을 단다. 번호판을 달면서 그는 신바람이 난다. 그의 생애 첫 차가 생긴 것이다. 

 

 차주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그는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 숙소인 한인 쉐어하우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