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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60 - 호주 자동차 보험

 호주의 자동차와 도로는 한국과 정반대다. 영국과 일본처럼, 운전석은 우측에 있고 차량은 좌측통행한다. 그래서 호주에서 처음 운전하는 한국인 중 역주행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는 이들이 꽤 있다. 이제 갓 장롱면허를 탈출한 그에게는 이 상황이 오히려 유리하다. 그는 아직 한국의 운전석과 도로 방향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므로 딱히 혼란스러울 것이 없다. 운전자로서 그는,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다.


 차가 생겨 신이 나긴 하지만, 그는 걱정이 많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신뢰할 수 없고, 차를 몰고 다니다가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할 때부터, 최악의 상황을 염두하고 대비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가 사고가 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대비책이 있다. 차량 보험이다. 그는 차량을 사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보험을 생각하고 있었다.


 차량을 등록하면 일단 CTP에 가입된다. CTP는 Compulsory Third Party, 강제로 가입되는 대인 보험이다. 대인 보험은,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의 인명에 대한 보험이다. 즉,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상하게 하는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다. 이 보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만일 차량과 사고가 날 경우, 상대방 운전자에 대해서는 CTP가 적용되지만 상대방 차량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타인의 재물을 상하게 했을 경우를 대비하는 보험은 대물 보험이다. 그는 대물 보험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가 알아본 결과, 보험 회사에서는 대물 보험과 Comprehensive 보험을 판매한다. 대물은 상대방의 차량의 수리비를 지원해주는 보험이고, Comprehensive는 상대방 차량 / 그의 차량 / 그의 신체까지 모조리 지원해준다. 보험에 대한 워홀러들의 선택은 3가지로 나뉜다.


 1. Only CTP - 등록 시 강제로 가입된 대인 보험 외에는 어떤 보험도 추가로 들지 않는 경우다. 가장 많은 유형이다. 설마 사고가 나겠나 생각하는 이들이 선택하곤 한다. 보험비가 추가로 들지 않아 좋지만, 사고를 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만약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벤츠나 아우디 등을 들이박을 경우, 상대방 운전자의 치료비는 보장이 되나 상대방 차량 수리비는 보장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도망가야 한다. 

 2. CTP + 대물 - 등록 시 강제로 가입된 대인 보험에, 대물 보험을 추가로 드는 경우다. 혹시 사고가 나면, 본인의 차는 폐차한다 치더라도 상대방 운전자와 차량의 피해는 보상할 수 있다. 자신의 몸과 차량의 피해는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3. CTP + Comprehensive - 등록 시 강제로 가입된 대인 보험에 더해, 대물 / 본인 신체 / 자차 전부 보장하는 보험을 추가로 든다. 보험비가 가장 많이 들지만, 사고가 나도 걱정 없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행운을 믿지 않았으므로 가장 안전한 보험인 Comprehensive Cover를 택한다. 그는 벌써부터 자신의 캠리에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다면 그의 친구인 캠리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 캠리도 고쳐줘야 한다.

 


 호주에는 차량 보험이 많다. 일반 은행을 비롯해서 보험 회사, 심지어 식료품점인 Coles와 Woolworth에도 차량 보험 상품이 있다. 평소대로라면 가장 싼 것을 고르겠으나, 보험은 안전과 연관있는 상품이다. 그는 가격과 조건들을 비교하다가, 보험 회사인 Suncorp을 선택한다.


 전화로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지만, 그는 일부러 직접 방문한다. 공장에 다니고 있는 지금, 이런 식으로라도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보험사 직원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방문한 Suncorp(썬콥)의 직원은 너무나도 친절하다. 예전 Nab에서 받았던 감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친절하다. 보험을 가입하려 한다고 하자, 직원은 친절하게 그의 차량 정보를 묻는다.


 직원이 정보를 입력하고, 그에게 모니터를 보여준다. 그의 캠리에 대한 모든 정보가 상세히 나온다. 2011년식 도요타 캠리, 주행거리 15만, Rego 번호 XXX 등이다. 놀라운 것은, 차량의 Market Value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모니터에는 그가 가진 차량의 Market Value가 2400불로 적혀있다. 직원이 그에게 얼마에 차를 샀느냐고 묻는다. 그가 2200불이라고 답하니, 직원은 Good Deal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더 깎았어야 했는데, 등록세를 포함해서도 마켓벨류보다 낮았어야 했는데 생각한다.


 그와 친절한 직원은 혜택을 고르기 시작한다. 직원이 그에게 선택 가능한 혜택을 알려주면, 그는 그 혜택이 무슨 뜻인지와 그 혜택이 포함됬을 때의 보험료를 묻는다. 직원은 혜택들을 설명하면서, 그의 까다로운 선택을 전부 반영해서 일일이 가격을 보여준다. 그는 Tow Truck(견인) 1회 무료, 앞유리 손상 시 교체 1회 무료, 고속도로에서 타이어 교체 서비스 등을 선택한다. 한참을 따지고 고르며 그의 차량 보험을 완성시킨다.


 직원이 완성된 보험료를 보여주는데, 마켓벨류가 낮아서인지 보험료가 싸다. Comprehensive인데도 보험료가 한 달에 40불 언저리다. 그렇다면 1주일에 10불인 셈이다. 그는 대인 / 대물 / 자신의 신체 / 캠리까지 보장해주는 보험인데 이 정도 금액이면 무조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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