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가진 차량은 2011년식 도요타 캠리다. 엔진의 실린더는 4개(4기통), 주행 거리는 15만km이며 외관상 큰 문제는 없다. 보통 한국에서는 10만km가 넘어가면 폐차를 준비하는데, 호주는 공기가 좋아서인지 20만km 즈음부터 폐차 시기로 본다. 주행거리 10만km 차량은 호주에서 현역이다.
캠리는 연비가 좋기로도 유명하다. 그의 캠리도 고속도로에서는 연비가 리터당 10km 정도다. 하지만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연비가 급격하게 떨어져서, 연료게이지 눈금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차량을 샀으니, 기름값이 들기 시작한다. 기름을 끝까지 꽉꽉 채워 넣으면 대략 70~80불 정도의 금액이 나오고, 7일~10일간 주행할 수 있다. 그는 기름값에 민감해서, 주유소 앱을 깔아 가장 기름값이 싼 곳을 찾아다닌다. 안타깝게도 그가 호주에 있을 당시는 기름값이 많이 뛰었을 때다.
호주의 주유소는 거의 대부분 셀프 주유소다. 그는 첫 주유 때 심히 긴장하고, 실수할까 봐 남들 하는 것을 힐끔힐끔 보면서 주유했다. 그런데 해보니 별 것 아니다. 그는 주유하는 법을 익힌 자신이 자랑스럽다. 주유소에는 여러 가지 연료가 있다. 그는 디젤과 LNG만 피하면 된다. 남은 기름들은 모두 가솔린인데, 가격이 다르다. 가격별로 휘발유의 급이 다르다. 고급 휘발유를 주유하면 차가 더 오래가고 건강해진다고 한다. 그는 가장 싼 휘발유로 주유한다. 이름은 E10, 바이오 매스(옥수수 발효 에탄올)를 활용한 연료라 호주 정부가 권장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
그의 차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인스펙션 때도, 구매 후 주행할 때도 차체의 떨림이 거의 없다. 주행감이 굉장히 안정적이다. 외관이 깔끔하고 이상이 없는 캠리, 그는 이 캠리를 실컷 타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비싸게 되팔 생각에 기분이 좋다. 하지만 행복한 상상은 또 한 번 그를 비껴간다.
완벽해 보였던 그의 캠리가, 한두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상한 징조가 나타난다. 눈에 띄는 것은 2가지다.
1. 캘리퍼 - 언젠가 그가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차를 운전해서 산 위로 올라갔다. 주차한 뒤 차에서 내렸는데, 더운 날씨임에도 김이 난다. 어디서 김이 나는 걸까, 그의 차 타이어에서 김이 난다. 그는 깜짝 놀라서, 일단 김이 나는 타이어를 식힌다. 재빨리 검색해보니, 캘리퍼에 문제가 있으면 타이어에서 김이 난다는 글이 있다. 캘리퍼는, 브레이크가 작동된 후 브레이크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캘리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브레이크가 약간 잡혀 있는 상태로 운전하는 모양이 된다. 브레이크가 계속 휠을 잡고 있으니, 브레이크와 휠 프레임의 마찰로 인해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 반드시 수리해야 하지만, 그는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놔둔다.
2. 냉각수 - 냉각수는 엔진의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가 연료를 연소하려면 엔진의 실린더 내에서 피스톤 운동을 해야 한다. 피스톤 운동과 연료 연소로 인해 엔진에서는 계속 열이 발생한다. 자동차든 컴퓨터든, 어떤 기계든 뜨거운 것은 좋지 않다. 열은 핵심 부품들의 오작동과 변형을 일으킨다. 자동차 엔진의 경우 피스톤 운동을 원활하게끔 해주는 엔진 오일이 항상 채워져 있다. 그런데 엔진이 식지 않아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이 엔진오일이 변형되어 점성이 생긴다. 미끄러워야 할 엔진오일에 점성이 생기면, 피스톤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엔진은 끈끈하게 엉겨붙은 엔진오일 / 과도한 열로 인해 작동을 멈춘다. 이 상태가 바로 '엔진이 떡이 된 상태'다.
냉각수는 엔진의 열을 식혀, 엔진이 떡이 되지 않도록 막는다. 냉각수는 차량 보닛을 열어 보충한다. 위치도 눈에 띄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그의 캠리는 이상한 점이 있다. 그의 캠리는, 냉각수를 너무 많이 마신다. 정상적인 차량의 냉각수는 빨리 고갈되지 않는다. 그의 캠리도 처음에는 괜찮은 듯 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냉각수 고갈 주기가 빨라진다. 나중에는 그가 매일 수돗물을 한 병씩 들이붓는 상태에 이른다. 원래 냉각수는 수돗물을 권장하지 않지만, 그의 경우 너무 빨리 고갈돼서 냉각수 살 돈이 아깝다. 그는 이상함을 감지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내리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캠리가 냉각수를 하마처럼 마신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소한 결함이 있긴 하지만, 차는 잘 굴러간다. 그는 앞으로 캠리와 많은 것을 함께하며, 각별한 우애를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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