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그는 육가공 공장 근무 시간을 고정하기 위해, 대기 인원 생활을 끝내고 내장 분류 파트에 고정으로 출근한다. 관리자의 눈에 띄기 위해 액션을 조금 크게 한 것이 먹혔다. 내장 분류 파트는 근무 강도는 보통이지만 잔업이 많다. 돈을 벌기로 작정한 그에게 제격이다. 그는 모든 잔업에 참여할 것이다.
그의 돈 벌기 계획의 마지막 퍼즐, 청소잡을 구해야 한다. 그는 한인 웹사이트에서 청소 워커 공고에 지원한다.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들었던 모든 사례는 한인잡이었으므로, 그의 머릿속에 오지(Aussie) 청소잡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 오지 청소잡이 있다 하더라도, 오지잡의 특성상 곧바로 풀타임으로 고용될 가능성은 낮다. 그는 시급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바로 풀타임으로 고용되어 시간을 들이부을 수 있는 한인 매니저의 청소잡을 찾는다.
그의 구직 문자에 답장이 속속 도착한다. 그는 사실 차량 구매 이전에도 청소잡을 알아본 적이 있다. 하지만 차량이 없다는 점에서 제일 먼저 배제되었다. 이제는 차량이 있으니 청소잡을 얻기가 훨씬 수월하리라. 그런데, 이미 워커를 구했다는 답장이 절반이다. 브리즈번에서 청소잡은 한인 워홀러들에게 은근히 인기가 많다.
한인 웹사이트에는 청소잡 공고가 많다. 청소잡은 큰 틀에서는 그가 경험한 이벤트 청소와 비슷하다. 그런데 청소잡 공고에 이상한 내용이 있다. Deposit(보증금)에 대한 내용이다. 청소잡을 시작하는 워홀러들은, 고용주에게 2주 치 급여를 예치금으로 잡힌다. 호주는 급여를 fornight(2주) 주기로 지급한다. 그렇다면 청소일을 시작하고 처음 돈을 받는 시점은 4주 후이며, 그것도 2주 치는 예치금으로 떼이고 2주 치만 받는다. 그는 처음 이 내용을 보면서, 말도 안 되는 갑질이자 횡포라고 생각했다. 일을 하는 사람이 보증금을 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1년 만기의 비자를 가진 워홀러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돈을 최대한 늦고 적게 주려는 한인 매니저들의 횡포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맞기도 하지만, 이 Deposit이 생긴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청소잡 보증금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워홀러들이 가진 생각과 행동, 고용주의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고용주들은, 여러 개의 Site(청소해야할 장소)에서 일을 따와 동시에 청소를 진행한다. 고용주 혼자서는 여러 Site들을 청소할 수 없다. 그래서 고용주는 워홀러들을 고용해서, 따온 일감을 워홀러에게 재분배한다. 고용주가 워홀러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당연히 Site와 계약한 금액보다 적다. 고용주도 남는 게 있어야 한다. 고용주는 한인 웹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고, 연락 온 워홀러들 중 일부를 골라 Site를 배정하고 일을 준다. 고용주들은 Site와 계약을 했으니, 매일매일 청소를 하면서 일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결원이 생길 낌새가 보이면 즉시 공고를 올린다. 그런데 워홀러 중에, 일하겠다는 의사를 번복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면접을 잡았는데 연락이 안 되거나, 하루 일하고 연락이 안 되는 워홀러도 있다. 이 정도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일을 하겠다고 해서 인수인계까지 끝냈는데, 갑자기 번복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청소는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만두겠다는 워홀러로 인해 당장 생긴 빈자리는, 고용주가 직접 발로 뛰면서 메꿔야 한다.
청소일은 반복적이고 더럽다. 청소잡을 만만하게 보고 지원하는 워홀러 중, 하루나 이틀 해보고 그만두는 숫자가 적지 않다. 연락조차 되지 않는 이른바 '잠수'를 탄다. 여러 청소 Site들을 돌리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고용주들은, 이런 '잠수' 사례가 쌓이고 쌓여 결국은 워홀러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듯하다. 고용주들은 워커들로부터 보증금을 받아놓아, 청소잡 워커의 탈주를 방지하고 탈주하더라도 손해를 최소화한다.
그는 돈을 벌기로 작정했고, 청소잡은 돈이 되므로 잠수탈 생각이 없다. 도심 쪽 청소일은 경쟁자가 많다.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나 생각하던 중, 운 좋게 도심 근교 청소잡 고용주와 연락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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