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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63 - 면접, 인수인계

 청소잡은 대부분 야간에 일한다. 청소 인력을 고용하는 장소는 식당, 술집, 클럽, 사무실 등등 다양하다. 청소잡 워커들은, 이런 장소들의 운영이 끝난 뒤 새벽 시간에 들어가서 청소한다.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브리즈번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의 건물이며, 면접 시간은 새벽 5시다. 그는 처음으로 새벽에, 낯선 장소로 차를 몰고 간다. 새벽 4시 30분, 안 그래도 한적한 호주의 도로가 새벽이라 더 한적하다. 캠리의 창문을 열고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운전한다. 그는 생애 첫 새벽 드라이브에서 보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에 심취한다.

 

 문자로 받은 장소에 도착한다. 무슨 건물인지 알 수 없다. 다른 건물은 모두 깜깜한데, 이 건물만 불이 환하다. 잠시 기다리니, 건물에서 남자가 나온다. 청소잡 매니저다. 매니저의 인상이 나쁘지 않다. 매니저 뒤에서는 한 외국인이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매니저는 그의 면접 때문에 온 것이다. 그가 일을 시작하면 매일 함께 청소할 워커는 뒤의 외국인이다. 

 

 매니저는 그에게 일을 할 의향이 있는지 묻고, 건물 구석구석을 같이 돌아다닌다. 여기저기 따라다니긴 하지만 구조가 꽤 복잡하고 여러 공간이 있다. 청소하다보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매니저가 말한다.

 

 그는 매니저에게, 혹시 다른 청소 Site가 있으면 일을 더 줄 수 있는지 묻는다. 매니저는 단박에 그가 청소일을 못해 혈안이라는 것을 눈치채곤, 이 장소에서의 청소일이 익숙해지면 다른 곳의 일도 주겠다고 말한다. 

 

 그가 확고한 의지를 밝혔으니, 매니저는 면접 당일날 인수인계까지 모조리 끝내고자 한다. 매니저도 사실 다른 곳에서 청소를 하고 있어서, 이 건물은 잘 모른다. 매니저는 그에게, 가장 빠르게 청소를 끝낼 수 있는 그만의 경로와 청소 방법을 익히라고 말한다. 기본적인 청소 방법은 알려주겠으나, 이후에는 매니저 없이 그가 혼자 해야 하니 모든 것은 그의 몫이다. 트집 잡히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만 한다면, 시간을 얼마든지 줄여도 상관없다고 매니저가 말한다. 실제 청소 시간에 관계없이 그는 4시간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그는 청소를 너무나도 빠르게 해서, 여러 개의 Site를 최단시간에 끝내고 돈을 쓸어담는 상상을 한다. 청소잡이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이벤트 청소보다는 쉬울 것이다.

 

 

 3시간에 걸쳐 인수인계가 끝났다. 매니저는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떠난다. 이벤트 청소 때의 매니저와 정반대로, 그를 무시하지 않고 존대한다. 매니저와 같이 일하지 못해 아쉽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고개를 젓는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같이 청소할 외국인 워커는 말수가 적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외국인 워커는 다른 Site에서 또 청소가 있다고 말하면서 차를 타고 가버린다. 친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현재 그의 목표는 돈, 오로지 돈이다. 

 

 그가 세운 '돈 벌기' 계획의 마지막 퍼즐인 청소잡이 구해져서 기분이 좋다. 청소하는 일이 편하고 깨끗하진 않겠지만, 공장과 병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다. 눈 딱 감고 조금만 버티면 목표액을 거뜬히 달성할 것이다. 그는 또한, 호주 워홀 시기의 청소잡은 인생에 있어서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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