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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39 - 건물 정면 철거, 호주 난방 철거는 계속된다. 부지가 넓고 집이 꽤 크기 때문에, 철거할 것들도 많다. 그와 데이빗은, 집 정면에 위치한 출입문과 현관, 벽, 유리창을 철거하기 시작한다. 문짝은 남겨놓고, 현관 지붕을 이루는 아치와 벽부터 철거를 시작한다. 아치와 건물 벽은 모두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현관은 네 개의 기둥을 아치로 연결해서, 네모난 지붕을 만들어놓은 형태다. 아치는 단단하고 견고한 형태이지만, 아치를 이루는 벽돌이 하나만 빠져나가도 무너진다. 물론 그 벽돌 하나를 빼기가 어렵다. 그와 데이빗은 해머를 들고 번갈아가면서 아치를 이루는 벽돌 하나를 집중적으로 때린다. 아치를 이루는 벽돌 하나하나가 모두 하중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담이나 벽을 이루는 벽돌을 때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세게 때려도, 벽돌은 꿈.. 더보기
138 - 벽 철거 바닥 골조에서 못을 뽑는 일은 하루 이틀 만에 끝난다. 전체 집 중에서 절반의 면적만이 바닥 골조가 드러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의 골조는 아직 손을 댈 수 없다. 나머지 절반의 집이 아직 철거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지붕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 철거되지 않은 건물의 지붕은 박공지붕이다. 책을 뒤집어 놓은 뾰족한 모양의 지붕이다. 박공지붕은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나무 골조를 더 박아 단단히 고정하기 때문에, 밋밋한 지붕보다 철거하기가 힘들다. 철거되지 않은 쪽 건물과 차고의 박공지붕은, 기와는 모두 제거되었지만 나무 골조가 아직 건재하다. 바닥 골조를 깨끗이 하는 작업이 끝나자, 곧바로 다음 작업으로 돌입한다. 작업의 순서는 데이빗이 결정한다. 데이빗은 그에게,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 더보기
137 - Demolisher 남사장으로부터 받은 새로운 일은, 건물을 철거하는 일이다. 남사장은 그에게 문자로, 철거할 건물의 주소를 알려준다. Frankston 주변의 외곽으로, 단독 주택이 많은 동네다. 다른 공사현장처럼, 건물 철거 일도 아침 일찍 시작해서 네다섯 시쯤 끝난다. 웨이터 일은 주로 대여섯 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투잡을 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남사장은 그에게 건물 철거 일을 맡긴 이후, 그의 레스토랑 출근 시간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해진다. 원래 급여 등은 여사장이 관리하지만, 그의 경우는 남사장이 모든 급여를 관리하기 시작한다. 의도치 않게, 남사장과 일적으로 더 많이 엮이게 된다. 그는 문자로 받은 주소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서, 캠리를 몬다. 캠리가 없었다면, 도저히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리의 외곽 지역.. 더보기
136 - Teppanyaki boss, 눈 Tappanyaki Restaurant, 철판요리 레스토랑의 사장이자 고용주는 두 명이다. 그가 면접을 보았던 중년 여사장, 그리고 함께 식당 자금을 관리하는 중년 남사장 이렇게 둘이다. 정확하게 물어보진 않았으나, 고용주들의 나이는 비슷해 보인다. 40대 초반에서 50대로 추정된다. 면접 봤을 때의 인상 그대로, 여사장은 굉장히 쾌활하고 직원들의 말을 잘 들어준다. 하지만 남사장은 여사장과 반대로, 약간 bossy(권위주의적)한 면모가 강하다.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남사장이 아니꼽게 보이기도 하지만, 남사장의 이런 면모는 사람 좋은 여사장에게는 없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이다. 그는 화목하고 단란한 두 고용주의 모습을 보며, 부부라고 생각했다. 부부가 맞긴 한데, 둘 다 돌싱이다. 여사장은 이혼했으며, .. 더보기
135 - 손님, 젓가락, 팁 웨이트리스와 철판 요리사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그는 웨이터 일에 적응해간다. 어느덧 돌발 상황도 나름 대처할 수 있게 되어 여유가 생기자, 그는 손님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꽤 비싸기 때문에, 이 레스토랑은 분위기를 내러 오는 커플이나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동창회나 생일 파티 등 잔치를 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마침 테이블마다 노래방 기계가 있고, 항상 중앙에서 노래를 튼다. 손님들이 마이크를 잡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그냥 틀어져있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와인에 얼큰하게 취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테이블을 막론하고 떼창이 시작된다. 떼창을 부르는 노래는 정해져 있다.Fun - We are young / Village People - Y.M.C.A 등 그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노래들이.. 더보기
134 - 웨이터 영어, 알레르기 식재 그는 운 좋게 얻은 웨이터 일이 자랑스럽다. 나름 말쑥하게 차려입고, 영어로 손님들과 대화하는 번듯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서빙 아르바이트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장소가 호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주에서 웨이터 일을 할 정도로 인정받는 영어 실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웨이터 일이 전반적으로 쉽긴 하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바로 영어다. 그는 자신의 영어가 능숙하다 생각했지만, 그가 할 줄 아는 영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가 구사하는 영어는, 그동안 일하면서 배운 영어가 대부분이다. 그의 영어는 간단한 일을 하는 상황에 최적화되었을 뿐, 일상 회화를 물 흐르듯 진행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한참 뒤처진다. 문제는, 웨이터 일을 하다 보면 일상 회화 정도로 영어를 구.. 더보기
133 - 철판 요리사(2) 철판 요리사 중 가장 유쾌한 이가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키는 작지만 탄탄한 체구다. 이 철판 요리사는 그에게 몇 번 요리를 해 준 적이 있는데, 그가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사실 이 요리사는 무슬림이어서, 만들어 먹는 음식도 할랄 음식이다. 그는 해당 음식이 할랄인지 무엇인지 생각도 않고 먹어치웠다. 한식과 약간 흡사한데, 강낭콩과 간 고기를 주로 이용한 볶음과 국이다.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그의 모습에 보람을 느꼈는지 이후 이 철판 요리사는, 마감 청소를 하며 요리를 할 때 꼭 그의 식사까지 챙겨준다. 그는 너무나도 고마워서, 땡큐를 연발하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설거지는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그는 이 철판 요리사가 무슬림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인도네시아에도 무슬림이 존재.. 더보기
132 - 철판 요리사 철판요리 레스토랑의 주된 볼거리는 철판 요리사들이다. 그가 일하는 철판요리 레스토랑에는 세네 명의 철판 요리사가 일한다. 바쁠 때는 4명이 전부 출근하고, 평상시에는 두세 명이 출근한다. 고급 음식점이고, 인구가 많지 않은 Frankston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레스토랑은 그리 바쁘지 않다. 보통 두세 명의 요리사가 출근해서, 테이블을 하나씩 맡아 요리한다. 먼저 요리를 끝마친 요리사가, 이어서 비어 있는 테이블에서 요리를 시작한다. 일식 철판요리 레스토랑이지만, 철판 요리사 중에도 일본인은 한 명도 없다. 요리사들은 모두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계열로 피부가 까무잡잡하다. 철판요리 경력이 꽤 쌓였는지, 다들 칼질이 현란하고 철판 위에서 화려한 쇼를 벌인다. 그는 시중을 들기 위해 손님들 뒤에 계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