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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108 - Construction Worker 면접 그는 밤에는 쉐어메이트들과 놀고, 낮에는 구직 활동을 한다. 멜버른 구직 활동도, 브리즈번에서 했던 것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딱 하나, 브리즈번에서처럼 직접 상점에 들어가 이력서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는 브리즈번에서 100곳이 넘는 상점에 방문해서 이력서를 뿌렸지만, 연락이 온 것은 100곳 중 4곳뿐이다. 이력서 방문 판매는 성공 확률이 4%밖에 안 되는 것이다. 성공 확률이 낮은 것도 있지만, 더 이상 힘들게 방문해가면서 이력서를 넣을 필요가 없다. 그의 이력서에는 이미 호주에서의 경력이 화려하게 적혀 있다. 그가 검트리를 통해 이력서를 보내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전화가 오고 트라이얼 날짜를 잡는다. 하지만 그는 식당 일보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 식당일은 이미 브리즈번에서 많이 했다. 그.. 더보기
107 - 클럽 초저녁부터 5명의 무리(그, 한국인 쉐어메이트, 독일인 1/2, 이탈리아인)는 주방 식탁에 앉아 있다.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독일인 2가 클럽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생뚱맞긴 하지만, 마침 다들 클럽을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독일인 2의 한 마디가 무리 전체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5명 모두 남자인지라, 클럽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이 있다. 여자와 클럽 얘기밖에 안 하는 독일인 2는 어느 때보다 신이 나 있다. 그와 쉐어메이트들은 멜버른 도심으로 향한다. 입장료가 무료인 클럽을 찾아 들어간다. 클럽은 어두컴컴하고,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온갖 피부색, 인종, 국적을 총망라하는 곳이 클럽이다. 그는 클럽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호주의 클럽을 가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해서 따라왔다. 들어가.. 더보기
106 - 인종차별 여느 때처럼, 5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날의 주제는 여자다. 그런데 여자 얘기를 하던 독일인 2가 술에 취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여자들은 야성적인 남자를 좋아한다, 털이 많아야 한다, 자신은 털이 많아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독일인 2는 수염도 덥수룩하고 가슴털도 많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독일인 2가 그와 한국인 쉐어메이트를 보더니, 털이 적다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독일인 2는 멈추지 않는다. 털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같이 있던 이탈리아인은 놀란 눈으로 그와 한국인 쉐어메이트를 바라본다. 그와 한국인 쉐어메이트는 말이 없다. 모멸감을 느끼기보다는, 어이가 없다.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독일인이 기괴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독일인 2.. 더보기
105 - 한국인 쉐어메이트 그는 한국인 쉐어메이트 'ㅇ' 과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ㅇ은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와 ㅇ은, 처음에는 서로가 한국인인지 알지 못했다. 둘 다 외모가 특이하다. 그는 브리즈번의 햇빛 아래에서 많이 타서, 동남아를 연상케 하는 외모가 되었다. ㅇ은 반대로, 피부가 아주 하얗다.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하얘서, 그는 ㅇ을 처음 봤을 때 일본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자기소개를 하며 한국인이라고 하자, 한국말로 한국인이시냐는 말이 들렸다. 둘 다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그는 ㅇ과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둘 다 일이 없고, 그는 꽤 긴 기간 동안 홀로 여행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 뒤다. 그는 브리즈번에서의 일들을 계속해서 생각하며, 한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경계를 약간 거둔 상태.. 더보기
104 - 대담한 쉐어메이트 낡고 어두컴컴한 쉐어하우스 안에서, 5명의 쉐어메이트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를 제외한 4명을 한 명씩 뜯어보자면 성격이 밝고 명랑한 이탈리아인 조용하고 말이 없는 독일인 1 / 투박하고 거친 독일인 2 피부가 하얗고 체구가 작은 한국인 이런 구성이다. 이탈리아인과 독일인들은 모두 공사장에서 일을 했었다. 지붕 기와 작업이나, 카펫 관련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서, 현재는 일을 뜨문뜨문 나가는 형국이다. 두 독일인은 그나마 조금씩 일을 나갔고, 이탈리아인은 일을 나가지 않는 날이 많다. 한국인 쉐어메이트는 아직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한국인 쉐어메이트는 워홀 초창기의 그처럼, 영어 실력을 늘리려는 듯 이탈리아인과 독일인들에게 자주 말을 건다. 영어 실력은 조금 차이가 있다. 그와 한국인 .. 더보기
103 - 쉐어하우스 그의 멜버른 두 번째 숙소는 쉐어하우스다. 방값이 싼 만큼,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비좁은 화장실 내에 세탁기가 놓여 있고, 화장실 수압은 약하다. 따뜻한 물의 수압은 더더욱 약하다. 화장실에 샤워하러 들어가면, 세탁기 앞에 놓여있는 빨래 바구니에 옷가지들이 쌓여 있다. 빨래 바구니가 비어 있는 일은 없다. 건조기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빨래를 널어야 한다. 집 뒤쪽 마당에, 커다란 건조대가 설치되어 있다. 건조대는 쇠기둥을 박고, 얇은 쇠막대들이 쇠기둥 여기저기로 뻗어 나온 모습이다. 뻗어 나와 있는 얇은 쇠막대들을 빨랫줄이 잇는다. 빨랫줄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다. 그는 이 거대한 건조대를 볼 때마다, 커다란 거미줄 같다고 생각한다. 빨래 바구니가 비어 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 더보기
102 - 멜버른 숙소 찾기 그는 대마초 연기가 자욱한 롯지를 탈출하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숙소로 찾는다. 브리즈번에서 이미 발바닥에 불이 나게 이사를 해본 그다. 그는 브리즈번과 비슷하리라 생각하며 인스펙션(집들이)를 다닌다. 그는 멜버른에서 인스펙션(집들이)을 다니면서, 멜버른의 주거 환경이 썩 좋지 않다고 느낀다. 시드니와 비슷한 느낌이다. 멜버른과 시드니 모두 호주에서 가장 큰 대도시다. 사람이 많고 땅값이 비싸다. 그의 캠리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서, 방세가 싼 숙소는 도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멜버른 외곽에서 집들이를 다닌다. 그런데 그가 집들이를 가는 곳마다, 집주인이 중국계 사람이다. 멜버른의 부동산은 중국인들에게 장악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중국인 집주인을 많이 봤다. 중국인 집주인을 포함해.. 더보기
101 - 대마초 롯지 전체에 자욱하게 깔려있는 연기의 정체는 대마초다. 그는 처음에는 담배 연기라고 생각했다. 소파에 앉아있는 이들의 손에는 항상 연초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기의 냄새가 조금 이상하다. 그가 수없이 간접흡연했던 담배 연기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냄새다. 나중에 들어보니, 역시나 담배가 아니라 대마초다. 대마초, 영어로는 마리화나, 은어로는 위드(Weed / 잡초)라고 한다. 한국은 대마초가 완전히 불법이다. 호주의 경우, 애매하다. 호주에서도 대마초가 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용이나 오락용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고, 주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다량으로 소지하고 있거나, 차량을 통해 운반하는 경우는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이파리 몇 개를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 말아 피는 경우, 경찰이 굳..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