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상/호주

99 - 멜버른 도착 카박을 했던 장소에서 서너 시간을 달려, 그와 캠리는 멜버른에 도착한다. 이로써 그와 캠리 둘만의 로드트립은 끝이 난다. 그의 여정을 되짚어 보자면 브리즈번 - 골드코스트 - 바이런 베이 - 레녹스 헤드 - 콥스 하버 - 시드니 - 캔버라 - 멜버른 위의 경로를 거쳤다. 브리즈번이 속한 퀸즐랜드 주에서,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즈 주를 거쳐,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 주로 진입했다. 3개의 주를 넘나든 것이다. *캔버라가 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라는 별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수도라는 특별성 때문에 분리된 것이다. ACT는 오로지 캔버라 지역만을 포함하는 면적으로, 퀸즐랜드나 빅토리아 등의 주와는 크기에서 비교가 불가할 정도다. ACT는 주라고 하기보다.. 더보기
98 - 카박 그는 운전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이따금씩 그는 속도를 시속 120~140km까지 높인다. 운전 초보인 그도, 속도에 따른 차량의 흔들림이 느껴진다. 속도가 빠를수록, 차체의 흔들림이 커진다. 시속 100km를 넘어가면 그는 점점 겁이 난다. 속도가 너무 빠르고, 조그만 핸들 조작에도 차체의 흔들림이 크다. 잘못해서 핸들을 휙 꺾어버린다면, 차량 전체가 뒤집힐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는 140km에 도달해도 결코 오랫동안 지속하지 않는다. 전후방에 차량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 가끔 용기를 내어 밟아볼 뿐이다. 그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어느 졸음 쉼터에 차를 세운다. 이곳이 그가 하룻밤을 보낼 장소다. 호주는 땅덩이가 크지만,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해안가에 집중되어 있다. 도시 주변과 해안 도로는.. 더보기
97 - Couch Surfing 캔버라 중심을 돌고 나오니 어느새 늦은 오후다. 멜버른까지 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캔버라에서 멜버른까지는 약 700km, 7시간 거리다. 야간 운전을 감행한다면 닿지 못할 거리는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는 어딘가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 그는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 백패커스는 많이 겪어보았고, 이미 멜버른에도 백패커스를 예약해두었다. 백패커스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날인 오늘, 그는 새로운 숙소를 찾는다. 그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바로 'Couch Surfing'이다. 'Couch Surfing', 직역하면 '긴 의자 파도타기 / 소파 서핑' 정도로 해석된다. 카우치서핑은 어플의 이름이다. 여행객들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숙소가 필요한 여행객과 숙소를 제공하.. 더보기
96 - 캔버라 캔버라는 호주의 수도다. 시드니가 워낙 유명해서 시드니를 호주의 수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오해다.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다. 호주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런 오해가 생길 만하다. 캔버라는 크기에서 8번째 도시로, 호주의 다른 대도시들보다 작다. 실제로 호주의 수도를 정할 당시, 시드니가 거론되었는데 멜버른이 크게 반대했다고 한다. 멜버른도 나름 규모가 있고 역사가 깊은 도시이기 때문에, 시드니와 멜버른 두 도시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두 도시 모두 수도가 되지 못하고,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간 지점인 캔버라가 수도로 결정됐다. 수도 논쟁은 끝났지만, 시드니와 멜버른의 경쟁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도시 홍보 문구를 보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두 도시의 경쟁 심리를 읽을 수 .. 더보기
95 - 블루 마운틴 브리즈번 주변에 골드코스트와 선샤인코스트가 있듯이, 시드니 주변에도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시드니는 사람도 많고 관광객도 많으니, 아예 패키지 상품이 만들어져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시드니 여행 패키지 상품은, 포트 스테판과 블루 마운틴이다. 포트 스테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안가의 항구다. 시드니 북부에 위치해 있고, 돌고래가 유명하다고 한다. 포트 스테판 투어를 가면, 해안에서 돌고래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포트 스테판 주위에 위치한 사막에서 모래 썰매도 즐기고 와이너리에서 와인도 마실 수 있다. 블루 마운틴은 이름 그대로 산이다. 시드니 서북쪽에 위치한 커다란 산맥인데, 몇억 년 전에 형성된 원시림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포트 스테판 투어 패키지는, 포트 스테판과 블루 마운틴을 전부 포.. 더보기
94 -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릿지, 달링 하버다. 오페라 하우스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해져서, 시드니는 물론 호주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시드니 관광을 하기로 했으니, 오페라 하우스 / 하버 브릿지 / 달링 하버는 꼭 보고 가야겠다는 그다. 이 세 장소들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옹기종기 붙어 있다. 오페라 하우스는 육지 끄트머리에 위치한다. 바로 바다가 보이는 장소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서면, 바다를 건너는 다리인 하버 브릿지가 눈앞에 보인다. 한국의 광안리 해수욕장과 비슷한 경치인데 모래사장만 없다고 보면 된다. 그는 학교에서 건축 디자인 초급 비스무리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해당 수업의 교수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는데, 학생들에게 조형물을 디자인하라는 과제.. 더보기
93 - 영어 발음 설명회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간다. 그는 방장을 캠리에 태우고, 근처 쇼핑몰 푸드코트로 향한다. 다른 사람을 태우는 것은 처음이므로 그는 약간 긴장한다. 다행히 주차까지 잘 마친다. 그와 방장은 푸드코트에서 저렴한 음식을 먹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방장은 외국 생활을 오래 했다. 동남아에서 유학을 했고, 한국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호주 영주권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그도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에서 홀로 생활하다 보면 약간은 염세적이고 방어적 태도를 갖게 된다. 그는 한인들과 충돌을 많이 한 직후였기 때문에, 방장과 말이 잘 통한다. 방장이 한국에서 갈등을 겪었던 주된 이유는 '영어 발음'이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식 영어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영국식 영어에 노출이 많아지면서, 영국식 영.. 더보기
92 - 영주권 설명회 그는 호주 관련해서 많은 단체 카카오톡방에 속해 있었지만, 말을 하지 않는 축에 속한다. 대부분의 카카오톡방은 친목 위주, 술 마실 사람을 찾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그가 속한 방 중, 유용한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 단톡방이 딱 하나 있다. 이 단톡방에 참가한 익명의 구성원들은, 호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워홀러들이나 학생 비자를 지닌 유학생들이다. 다른 단톡방들은 대도시에 사는 이들이 절대다수다. 반면 이 채팅방은, 호주 전역, 특히 시골이나 이름조차 생소한 오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 가끔씩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다들 독립심과 생활력이 강하고, 나름의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다른 카톡방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 방에서는 가끔씩 이야기를 하곤 한다. 워킹 생활 중 꽤나 유용한 정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