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상/호주

75 - 작별, 지역 이동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는 쉬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다. 일을 그만둔 날로부터 3일 뒤를 출발 날짜로 잡는다. 3일 뒤면 그와 브리즈번은 영영 작별이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준비할 것이 많다. 호주 지도를 보며 경로를 설정하고, 비상식량과 짐들을 캠리에 차곡차곡 싣는다. 그는 브리즈번에서 출발해서,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왕 지나는 김에, 도중에 있는 유명 관광지는 모두 들를 예정이다. 골드코스트, 바이런베이, 콥스 하버가 유명하다고 한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가면 시드니가 나온다. 시드니에서 정착을 시도해보고, 여차하면 더 남쪽의 멜버른으로 가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여행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는 자동차 여행이 처음이므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차에서 자야 하는 경우도 생길 .. 더보기
74 - 목표 달성, 중단 하루 16시간 노동하는 생활이 계속되자, 마침내 그는 공장에서 졸기 시작한다.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의 주변에 위험한 기계가 없고 운이 따랐기에 망정이지, 너무나도 위험하다. 공장에서 오래 일한 워커와 관리자급 직원들 중에는, 손가락 마지막 마디가 없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의 체력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의 정신과 신체가 무너지기 전에 그만두어야 한다. 돈을 벌기로 작정한 시점부터 이미, 언젠가는 그만둘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지낼 수는 없다. 언제 그만두는지가 관건일 뿐이다. 그는 더 버틸까, 그만둘까 고민한다. 목표액은 이미 달성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돈은 사람을 홀린다. 목표액 1만 불을 달성했지만, 더 많은 금액을 벌고 싶다. 2만 불을 벌어.. 더보기
73 - 밤하늘 차에서 밤을 보내며 잡은 한인 쉐어하우스에 입주한다. 당장 집이 없어 급한 상황이다 보니 깐깐하게 보지 못한다. 일터에서 거리가 꽤 멀고, 방세가 130불인 독방이다. 1주일 방세 130불이면 그의 기준에서는 비싼 편이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다. 그는 인스펙션 당일날 즉시 입주한다. 독방에서 지내보니, 왜 사람들이 룸메이트 없는 독방을 선호하는지 깨닫는 그다. 보통의 쉐어하우스들은 최대한 돈을 벌기 위해, 남는 방은 모조리 세를 준다. 그렇게 되면 한 집에 최소 네다섯 명에서 많게는 여덟아홉 명이 같이 산다. 방은 룸메이트와 같이 써야 하고, 인원이 많을수록 지켜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떠밀리듯 선택한 곳이었으나, 이 쉐어하우스는 꽤 괜찮다. 우선 도심으로부터 거리가 꽤 멀어서, 독방임에도 방.. 더보기
72 - 마스터와 세입자 사람이 모여서 생활하다 보면, 여러 잡음이 생긴다. 같은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생전 처음 보는 20살 넘은 성인들이 갑자기 한 집에서 모여 살면 갈등이 생긴다. 쉐어하우스 내에서도, 특히 마스터와 세입자 관계는 좋은 사이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스터는, 세입자로부터 방세를 받는 사람이다. 쉐어하우스를 소유한 집주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집을 소유하지 않은 마스터는, 집을 임대해서 세입자들에게 재임대를 주는 경우다. 그가 충돌한 마스터들은 대부분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재임대를 주는 마스터들이다. 낯선 사람과 집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내키지 않는 일이다. 물론, 젊은 20대 워홀러들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세를 주는 마스터도 존재한다. 호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돈도 많이.. 더보기
71 - 이사 중독 첫 이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그는 다양한 이유로 갈등을 겪으며 이사를 다닌다.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길 즈음 어김없이 일이 터진다. 마스터는 그에게 나가 달라고 하고, 그는 보증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집을 나간다. 이사를 하도 많이 다녀, 짐 싸는 것이 익숙하다. 몇 번이고 이런 패턴이 반복되자, 그는 아예 처음 입주할 때부터 이사 갈 것을 전제하고 짐을 전부 풀지 않는다. 필요할 짐들만 최소한으로 꺼내 놓는다. 이렇게 자주 이사하면서도, 방세가 싸고 생활이 편하니 한인 쉐어하우스를 고집한다. 그가 돈을 벌기로 작정한 기간 동안에는 계속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지낸다. 그는 정말 다양한 마스터를 만났고, 다양한 이유로 갈등을 겪는다. 그와 가장 격렬하게 부딪힌 유형의 마스터는, 보.. 더보기
70 - 빨래 횟수 제한 일터도 일터지만, 주된 갈등은 숙소에서 터졌다. 워홀 기간 중 외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 외국인 사대주의에 빠졌다고 볼 수 있었던 그가,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생활하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놓고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그는 은근히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지내는 한국인을 얕잡아 봤다. 본인도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생활하지만,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돈을 위해 잠시 머무는 것,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계속 지내는 한국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호주에서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는 상당히 오만하고 몰상식한 견해다. 그를 대하는 한국인들이 이를 눈치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는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살면서 .. 더보기
69 - Fuck You 스트레스와 피로가 극에 달하면서, 서서히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가 호주에서 악하게 소리 지르며 욕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이 시기와 맞물린다. 그는 공장의 내장 파트에서 고정으로 일한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내장을 분류해서 담는 역할이다. 같이 일하는 일반 노동자 중, 암묵적으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외국인이 있다. 이 외국인은 내장 파트에서 꽤나 오래 근무한 듯하다. 어느 날,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외국인이 그를 눈여겨본다. 그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에게 빠르게, 제대로 일하라고 소리친다.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다. 그는 계속 그렇게 일해왔고, 전체 공정을 보았을 때 그의 방식이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외국인은 자꾸만 그에게 소리를 지른다. 처음에는 알겠.. 더보기
68 - 폭식 워킹 시절의 그는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돈을 아꼈다. 헝그리 잭스에서 햄버거를 먹고 나면, 항상 너무 아쉽다. 하나만 더 먹을까, 저거 하나만 더 먹을까, 수없이 고민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 억눌렸던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공장일이 끝났는데 배가 고프다. 청소잡 시작 전에 잠시 버거킹에 들른다. 드라이브 스루 입구 즈음에 서서 메뉴판을 본다. 5분, 10분, 그는 헝그리 잭스에 갈 때마다 메뉴판을 계속 훑는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다 먹고 싶다. 그래도 그가 먹을 것은 정해져 있다. 20불짜리 커다란 햄버거를 정말 좋아하지만, 돈을 낼 때는 아깝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렇게 평소처럼 계속 메뉴판을 본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그는 갑자기 화가 나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