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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204 - Travelmate 차주의 친척네는 10분 거리로 멀지 않다. 차주는 친척네 넓은 마당에 차를 주차한다. 차주는 친척 집으로 다 같이 들어가 인사하자고 한다. 만난 지 30분도 안 되었기 때문에, 그와 Travelmate들은 다들 몸놀림이 어색하고 말이 없다. 차주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친척이 나와 반긴다. 친척은 나이가 꽤 많은, 삼촌뻘로 보인다. 차주의 친척은, 부엌에서 과자와 물 등을 가져와 거실 테이블에 놓는다. 그와 두 명의 Travelmate들을 내버려 둔 채, 차주와 친척은 할 이야기가 있는지 여러 방을 돌아다니며 분주하다. 대강 들어보니, 로드 트립 경험이 있는 친척이 차주에게 몇몇 팁을 알려주는 듯하다. 거실에 남아있던 그와 Travelmate들은, 과자를 먹고 물을 마신다. 그가 집을 살펴보니, 전형적.. 더보기
203 - 집합, 출발 텐트를 구매한 이튿날이 출발일이다. 차주는 단체 메시지로, 만날 시간과 장소를 보냈다. 집합 시간은 오후 1시 즈음이며, 지도를 보니 멜버른 근교의 주택단지다. 도심 정중앙 쉐어하우스에서 짐을 모조리 챙겨 나온다. 그는 여태껏 하도 많이 옮겨 다녀서, 짐 싸는 것과 이사가 익숙하다 못해 귀찮을 정도다. 하지만 오늘의 짐 싸기는 다르다. 처음 이사했을 때 같은 설렘이 느껴진다. 로드 트립을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멜버른에서 다윈까지 3,400km 거리를 차로 이동한다. 4명이 함께 차를 타고, 기름값과 식비 등을 4 등분하며 유명한 장소를 방문하면서 갈 계획이다. 여행 경로가 세세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꼭 가보고 싶은 호주 정중앙의 울룰루도 방문할 예정이다. 얼마가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약.. 더보기
202 - 텐트 그의 퍼스행 캠핑카에 운명의 동료가 나타나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도 Travelmate들과 여행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서, 다윈에 도착해서 일주를 하던 반주를 하던 그때 가서 알아보자는 식으로 생각이 바뀐다. 그는 예약했던 1불 캠핑카를 포기한다. 며칠 동안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며 잡았던 캠핑카라 아쉬움이 크다. 그가 예약할 당시 잡혀두었던 보증금 100불은 돌려받지 못한다.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1불 캠핑카를 포기했으므로, 출발 직전까지 여행 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 그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머뭇거리는 사이, 차주 일행은 그를 포함해서 총원인 4명이 꽉 찼다. 차주는 메신저에서 단체방을 열어, 준비해야 할 사항을 간단히 알려준다. 그는 캠핑.. 더보기
201 - 페이스북 그는 에어컨 일을 하면서, 틈날 때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확인했다. 그가 올린 게시글에 댓글이 달리진 않았는지, 페이스북 메시지가 오진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Imoova 웹사이트에서 2인승짜리 캠핑카를 빌려놓은 상태이며, 함께 여행을 떠날 1명을 구하는 중이다. 그는 멜버른에서 퍼스까지의 기나긴 로드 트립을 한국인과 함께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외국인이 많은 페이지에 영어로 Travelmate 공고를 게시했다. 하지만 낯선 그와 단둘이 여행을 가겠다는 외국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혀 반응이 없자, 그는 급한 마음에 일단은 한국인 워홀러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Travelmate 공고를 게시한다. 한국인 페이지에 공고를 올린 직후, 한두 번 댓글이나 메시지가 날아온다. 하지만 영양가가.. 더보기
200 - 술자리 그는 며칠 더 일하고 그만둔다. 그는 자신의 실언으로 에어컨 팀의 일이 크게 늘어나진 않을지 걱정했지만, 이는 본인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었다. 상황은 똑같다. 일하다가 호출되어 모이면, 건설사 직원들은 이전과 똑같이 왜 이렇게 조립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물론 그는 입을 닫고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매니저를 통해 고용된 인부였으므로, 기술자와 관리자는 그가 그만두는 사실을 모른다. 그는 관리자와 기술자에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말한다. 관리자는 그의 실수를 까맣게 잊은 듯, 평소와 같이 웃는 얼굴로 다시 보자고 말한다. 기술자는 표정 변화는 별로 없지만 놀란 눈치다. 한국인 인부들이 그만둔 후, 그는 매일같이 기술자와 같이 일하며 점심을 먹었다. 기술자는 빌딩 근처 일식집의 라멘을 좋아한다... 더보기
199 - Small man, Big mouth 한국인 인부들이 떠난 뒤, 현장 상황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끊이지 않는 건설사의 요구사항에, 관리자와 기술자의 스트레스는 높아만 간다. 건설사 직원들은 에어컨을 점검하면서 트집을 잡는다. 이전의 그는 매니저를 비롯한 한국인 인부들 속에 묻어가는 일종의 보호를 받았지만, 이제는 한국인 인부들이 없다. 건설사 직원들의 압박이 그에게까지 슬금슬금 영향을 끼친다. 관리자가 에어컨 팀을 불러 모으는 횟수가 자꾸만 늘어난다. 관리자의 호출을 받고 모이면, 어김없이 건설사 직원들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 에어컨 팀 전체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건설사 직원들은 이것저것 따지며 묻는다. 왜 조립을 이렇게 했느냐, 왜 일이 이렇게 되어 있느냐는 식이다. 에어컨 재시공팀 중 남아 있는 초창기 인부는 그밖에 없다. 그는 자신.. 더보기
198 - 고층 빌딩 현장 그는 멜버른 도심 정중앙의 쉐어하우스로 이사한다. 좁은 공간에 2층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그는 이 쉐어하우스를 이른바 '닭장 쉐어'라고 생각한다. 공간은 비좁고, 주방 또한 음식을 요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쉐어하우스의 위치가 좋다. 멜버른 대로변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2분이며, 그가 일하는 고층 빌딩까지는 걸어서 15분이다. 출퇴근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니,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긴다. 일이 끝나고 거리를 오가면서도 볼거리가 많다. 그는 가족들과 멜버른 도심 여행을 해보긴 했으나, 살면서 매일같이 보는 도심 거리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숙소가 위치한 뒷골목에는 카페가 많다. 그는 항상 인파를 헤치며 집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숙소 앞 뒷골목.. 더보기
197 - 이사 그는 나레 워른의 집주인에게 이사 갈 것이라 말하고, 향후 여행 일정도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집주인과 5분 이상 이야기를 한다. 집주인은 그를 응원해주며, 그동안 즐거웠다고 말한다. 집주인은 그가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날 따뜻한 쪽지를 써준 사람이다. 그는 무엇이라도 보답을 하고 싶었지만, 짐도 챙겨야 하고 이사도 해야해서 정신이 없다. 결국 별다른 보답은 하지 못한다. 그저 방을 깨끗이 청소한다.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들이기 위해 굳이 청소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더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방을 청소하고, 짐을 챙겨서 나오니 어느새 해가 떨어졌다. 그는 도심의 새로운 숙소까지 어떻게 갈까 하다가, 기차를 선택한다. 버스는 계단이 있어서 짐을 들고 오르락내리락해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