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호주 썸네일형 리스트형 19 - Bistro (1) 스시샵과 주말시장에서 키친핸드로 일하면서 일머리와 자신감이 생겼지만, 그런 그도 적응하는 데 실패했던 일자리가 있다. 워킹홀리데이 기간을 통틀어 그가 적응하는 데 실패했던 유일한 일자리가 바로 브리즈번 외곽에 위치한 Bistro의 Kitchenhand다. Bistro는 식당과 술집이 섞인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가족 단위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러 가기도 하는 장소다. 그가 일했던 비스트로는 브리즈번 도심에서 자전거로 약 1시간 떨어진 위치였다. 1시간이면 그에게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직접 방문해서 이력서를 준 것은 아니고, 검트리 웹사이트를 통해 이력서를 보냈던 곳이다. 생소한 지명이었으나, 대충 지도를 보니 브리즈번 주변인 것 같아 이력서를 보냈는데 연락이 왔다. 전화로 연락 온 사람의 .. 더보기 18 - 주말 시장(2) 그의 2번째 고용주, 낀은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태국인 여성이다. 그는 낀을 보며, 전형적인 태국 사람이라 생각했다. 낀은 키가 작고 말랐다. 하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또렷한 눈빛에서, 강한 생활력이 느껴졌다. 낀은 한눈에 봐도 강인한 여성이었다. 낀은 자신의 이름이 낀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비영어권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지 못하는 영어권 사람들을 위해 영어 이름을 따로 만든다. 그는, 자신은 그들의 진짜 이름 / 진정한 이름을 불러주겠노라며 다짐했다. 그는 낀의 태국식 진짜 이름을 물었다. 낀의 진짜 이름은 '낀$#!&$(@&$$*&#%수완나파안' 이었다. 그가 유일하게 알아들은 '수완나파안'이 낀의 성이었다. 그는 군말 없이 낀이라는 이름을 불렀다. 낀.. 더보기 17 - 주말 시장(1) 그가 스시 샵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전화가 울린다. 그가 이전에 돌렸던 이력서 중 하나가 뒤늦게 제 역할을 했다. 전화 속 목소리는 여자다. 자신의 이름은 낀(KIN)이라고 소개한다. 낀은 그에게 아직 구직 중이냐며, 토요일 아침 8시까지 Nunda station 앞 시장으로 오라고 한다. 그의 두 번째 트라이얼이다. 그는 이번에도, 통화한 내용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토요일, 그는 자전거를 타고 Nunda 역으로 간다. 아침 8시라니, 생각보다 시간이 이르다. Nunda 역 앞은 주말 임시 시장이 개설되고 있다. 그가 걸어가는 길 양 옆으로, 임시 상점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그중 한 임시 상점에 낀과 그녀의 동료가 있었다. 그는 들어가 인사한다. 낀은 그에게,.. 더보기 16 - 아닌 밤중에 라이딩 그는 한인들과의 접촉을 자제했다. 초밥 샵에 오는 손님 중 가끔 한인들도 있었고, 오가는 길에서도 한인을 종종 봤다. 반갑고, 괜히 아는 체하고 싶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를 위해서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런 그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속해 있었다.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는 오픈 채팅방이었고, 대부분 익명으로 참여했다. 인원은 30~40명 정도 된다. 카카오톡 단톡방은 어디나 그렇듯, 이야기하는 사람들만 이야기한다. 그는 말없이 필요한 정보가 있는지 보기만 하는 무리에 속한다. 유용하거나 특이한 정보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일상 공유, 같이 술 마실 사람을 찾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는 초밥 집에서 일을 끝내고, 백패커스에 돌아와 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배가 .. 더보기 15 - 자전거, 경찰 삐유~~웅! 경찰차다. 큰 일 났다. 그는 경찰에게 무조건 공손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사이, 경찰차가 옆으로 오더니 창문을 내린다. 젊은 경찰관이 운전을 하고 있고, 그 옆에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경찰관이 타고 있다. 젊은 경찰관이 그에게 자전거를 세우라고 요구한다. 그가 멈춰 서자 젊은 경찰관은 그의 신원 확인을 요구한다. 그는 배낭에서 여권을 꺼내서 차창 너머로 건넨다. 젊은 경찰관은 그의 여권을, 바코드 찍는 것 같은 기계로 찍는다. 잠시 동안 기계의 화면을 보더니, 여권을 돌려준다. 그는 경찰차 옆에 서 있으니,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느낌이 든다. 경찰차 위의 사이렌 불빛이 그의 얼굴빛을 계속 바꾼다. 젊은 경찰관은 그에게 말한다. 그가 자전거를 타며 위반한 것이 3가지나 .. 더보기 14 - 자전거, 새 조금이지만 돈을 벌기 시작한 그는 자전거를 구매했다. 호주 최대 중고거래 웹사이트, 검트리에 올라온 중고 자전거다.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돈을 아끼는 그였기에, 돈을 건네는 손이 벌벌 떨렸다. 그래도 막상 자전거가 생기니 신이 났다. 호주는 한국보다 안전에 철저하다. 호주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헬맷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자전거를 살 때 헬맷도 따라온다. 헬맷 이외에, 자전거 앞 뒤로 야간등을 설치하는 것도 의무다. 그의 자전거도 야간등이 달려있다. 건전지를 이용해 반짝반짝 빛나는 야간등은 아니지만, 불빛을 비추면 반짝거리는 소재로 만들어진 등이다. 그는 이 정도면 불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안전등은 그가 도서관에서 이력서를 날리는 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져 나갔다... 더보기 13 - Tom Tom이 그에게 샵을 온전히 맡긴 적은 없으므로, 그는 항상 Tom과 함께 일했다. 그와 Tom은 꽤 잘 어울리는 콤비다. Tom은 호주 시민권자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았으리라. Tom은 결혼을 한 가장이다. 가끔 Tom의 부인이 샵에 나와 일을 돕기도 했다. 그는 Tom의 부인에게도 살갑게 인사했다. Tom 부부는 자신들끼리 이야기할 때에는 중국어를 썼다. 그가 중국어를 실물로 접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언젠가 그는 Tom에게, 자신을 뽑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속으로는 내심, 칭찬을 기대했다. 하지만 Tom은 꾸밈없는 사람이었다. Tom은 그에게, 자신이 그를 뽑은 이유는 단지 '그 당시에 사람이 필요해서' 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그는 칭.. 더보기 12 - 호주 초밥, 손님들 그가 처음 얻은, 스시 샵에서의 주방 보조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 한가했지만, 점심 시간이 되면 손님들이 몰려드는 때가 있었고, 초밥이 부족하면 채워넣어야 했으며 설거지는 절대로 남아 있어선 안됬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즐거웠다. 먼 타국에서 자신의 힘으로 일을 찾고,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현지 동화, 워킹홀리데이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최저시급보다 덜 받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당시의 그는 꽤나 순수했다. 첫 술에 배부를 리는 없다며, 그래도 그가 하는 일에서 초밥을 말고 칼을 쓰는 것이 무언가 요리를 배우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그가 만들던 초밥은 엄밀히 말하자면 일식 초밥과는 다른, 호주인에게 맞게 개량된 .. 더보기 이전 1 ··· 27 28 29 30 31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