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상/호주

27 - 브리즈번의 '삼성' 그는 공장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공장과 농장의 다른 점은, 농장은 주로 시골에 위치하나 공장은 브리즈번 근교에도 위치한다는 점이다. 그는 시골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브리즈번 씨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공장을 찾아본다. 공장은 케잌 공장, 과자 공장, 해산물 공장, 닭고기 공장, 소고기 공장 등 다양하다. 그는 케잌 공장이라는 말을 듣고 아기자기한 동화나라 같은 공장을 상상한다. 케잌 공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구직 정보도, 워홀러가 일한다는 사례도 들은 바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그가 일을 얻을 수 있는 공장은, 인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육가공 공장이다. 브리즈번에는 한인 워홀러들에게 이른바 '삼성'으로 비유되는 닭고기 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 취직하면, 시급이 20.. 더보기
26 - 비수기 비수기가 다가왔다. 연말이다. 톰은 그에게, 브리즈번 사람들은 연말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집 안에서 가족끼리 보낸다고 했다. 그 말은, 레스토랑이나 외식업계의 비수기가 온다는 뜻이다. 그는 톰의 말을 듣고, 연말이나 휴가 때 외식하는 한국과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톰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초밥 샵과 주말 시장의 손님들이 급감하기 시작한다. 비까지 자주 내리면서, 주말 시장이 한가해졌다. 주말 시장 고용주 낀은 그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낀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한다. 낀도 그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아직 초밥 샵과 비스트로가 남아있긴 하나, 그는 무언가 쎄한 느낌을 받는다. 비스트로에서 그를 부르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초밥 샵도 .. 더보기
25 - Meetup Meet up(밋업)이라는 어플이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끔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어플을 다운받아 몇몇 인증을 거치고 들어가면, 관심 있는 취미나 분야를 설정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 내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의 모임이 있는지 찾아본다. 모임들은 대부분 정해진 요일, 정해진 날짜에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참가 신청을 하거나,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도 밋업 보고 왔다고 하면 대부분 친절하게 모임에 끼어준다. 호주 밋업 어플에서 인기 있는 모임은 언어 교환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독서/영화, 자전거, 요가 등이다. 그도 밋업을 통해 모임에 참가했다. 그가 친하게 지냈던 백패커스 룸메이트들은 모두 떠난 데다, 이동이 잦은 백패커스 특성상 누군가를 진득하게 오래 만나기가 쉽지 .. 더보기
24 - 각종 Share 쉐어하우스는 마스터(집을 빌려주는 사람)의 국적 및 쉐어하우스의 위치에 따라 형태나 분위기 등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쉐어하우스의 구조는 한국의 단독 주택과 비슷하다. 화장실이 딸린 안방 1개, 화장실이 없는 일반 방 1~3개, 거실, 주방, 베란다, 차고 등의 구조다. 워홀러들은 위에 언급한 공간들을 가리지 않고 생활한다. 다양한 형태의 Share가 있는데 이는, 1) 마스터룸 - 한국으로 치면 안방이다. 화장실이 딸려 있는 큰 방이다. 침대가 크고, 화장을 위한 경대나 책상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방세가 비싸며, 주로 커플들이 많이 이용한다. 2) 일반 방 - 한국 주택의 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침대와 옷장이 있고, 조그마한 책상이 있는 방이다. 독방으로 쓰거나, 룸메이트들과 2인실 .. 더보기
23 - 숙소 찾기 일자리도 생기고, 고정적인 수입도 생겼다. 숙소를 찾을 때다. 그는 되도록 한인 숙소는 멀리했다. 한인들과 함께 살면, 당연히 한국말을 쓸 수밖에 없다. 그는 호주에까지 와서 한인들과 사는 것은 기회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는 한인 숙소를 배제하고, 호주인이나 외국인들이 있는 Share house를 찾았다. 호주는 워홀러들이 많은 만큼, Share house가 많고, Share Mate를 구하는 공고도 많다. Flat mate라고 말하기도 한다. 둘 다 같은 말이다. 숙소 및 플랫메이트 공고는 검트리 웹사이트에서 가장 활발하다. 공고를 보면 집의 사진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찍은 외관 사진, 쉐어메이트를 구하는 방의 사진이 각도별로 두세 개, 화장실이나 주방 사진, 공용 수영장 등.. 더보기
22 - 쓰리잡 생활 그는 Tom의 초밥 집, 레너드의 비스트로, 낀의 주말 시장까지 3개의 일자리를 병행했다. 세 일자리 모두 파트타임이나 캐쥬얼이었으므로 가능했다. 보통 월~수에는 초밥 집에서 일했고, 목~금은 비스트로, 주말에는 시장에서 일했다. 초밥 집은 백패커스와 가까웠으나, 비스트로와 주말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그의 활동 반경이 점점 넓어졌다. 그는 자전거를 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매일같이 장거리를 타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든 자전거다.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그는 이 애정 어린 자전거를 선뜻 팔 생각이 없다. 그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바빴다. 이 시기 그의 모습을 표현하자면,1) 일을 한다.2)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도서관 컴퓨터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 더보기
21 - Bistro(3) 많은 시간을 함께하진 않았지만, 그는 레너드와 비스트로 대해 좋은 기억이 많다. 레너드는 영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했다. 동양인이 영어를 할 때 드러나는 특유의 호흡이나 억양도 찾아볼 수 없다. 눈을 감고 들으면 현지인과 전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영어가 유창했다. 레너드는 비스트로의 웨이트리스들, 손님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는 레너드만큼 호주인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동양인을 이전에도 이후에도 보지 못했다. 호주인들이 레너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유쾌함과 존중이 보였다. 황량한 브리즈번 외곽에 위치한 이 비스트로는, 그가 꿈꿨던 진정한 호주 현지였다. 레너드와 그를 제외하고는 동양인을 본 적이 없다. 웨이트리스들은 모두 인근에 사는 이들이었고, 손님들은 대형 화물 트럭을 운전하는 트럭 기사들이었다. 트럭 .. 더보기
20 - Bistro(2) 레너드는 그에게 스테이크를 구워보았느냐고 묻는다. 그는 스테이크는 안 해봤지만 '코리안 바베큐'는 해보았다고 말한다. 레너드는 same이라며, 그게 그거라며 충분하다고 말한다. 레너드는 상당히 쿨하고 쾌활하다. 레너드는 그의 몸도 풀 겸, 오이 써는 일을 시켰다. 이때 그는 두 가지로 인해 놀란다. 1) 오이가 크다. 미니 방망이같다. 길이는 40cm가 넘는 듯하고 굵기도 굵다. 그는 '호주는 땅이 크니 오이도 큰가 보다' 생각했다. 2) 레너드가 준 칼이 정말 날카로웠다. 식칼 상태는 주방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은 진짜 정통 주방이다. 그가 오이를 썰고 나니, 레너드는 그를 데리고 주방을 한 바퀴 돈다. 주방 구조는 여느 주방과 비슷하다. 왼쪽에는 그릴, 튀김기, 멜팅기(치즈를 녹이는) / 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