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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68 - 폭식 워킹 시절의 그는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돈을 아꼈다. 헝그리 잭스에서 햄버거를 먹고 나면, 항상 너무 아쉽다. 하나만 더 먹을까, 저거 하나만 더 먹을까, 수없이 고민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 억눌렸던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공장일이 끝났는데 배가 고프다. 청소잡 시작 전에 잠시 버거킹에 들른다. 드라이브 스루 입구 즈음에 서서 메뉴판을 본다. 5분, 10분, 그는 헝그리 잭스에 갈 때마다 메뉴판을 계속 훑는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다 먹고 싶다. 그래도 그가 먹을 것은 정해져 있다. 20불짜리 커다란 햄버거를 정말 좋아하지만, 돈을 낼 때는 아깝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렇게 평소처럼 계속 메뉴판을 본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그는 갑자기 화가 나기 .. 더보기
67 - Hungry Jacks 호주식 영어는 줄임말이 많다.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이름도 호주에서는 조금씩 다르다. 호주에서는 맥도날드가 Macca's (마카스), 버거킹은 Hungry Jacks (헝그리 잭스)로 불린다. 버거킹이 Hungry Jacks로 등록된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호주가 영국의 영향으로 Queen과 King을 함부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추측성 발언이고, 실제로는 버거킹이라는 상호가 이미 존재해서 Hungry Jacks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것이다. 그는 차가 생긴 이후, 햄버거를 먹는 횟수가 급증한다. 차가 없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굳이 상점들이 모인 곳까지 가야 했지만 차로 가는 건 너무나도 편하다. 공장일과 청소일을 병행하면서 늘어난 수입, 또 늘어난 스트레스도 그를 .. 더보기
66 - 주 1000불 생활 그의 계획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그는 오후 2시 ~ 새벽 2시 이후까지 육가공 공장에서 일하고, 새벽 4시~8시에는 청소일을 한다. 청소는 시간을 조금 단축해서 7시~7시 30분 사이에 끝난다. 청소일이 끝난 뒤에는 숙소로 돌아가 씻고, 아침 먹고, 공장에서 먹을 저녁 도시락을 싸고 바로 잔다. 자다가 12시 즈음 일어나 점심을 먹고 공장으로 출근한다. 그는 공장에서 12시간, 청소 시간 4시간을 더해 하루 16시간 일한다. 숫자로 들으면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하루는 24시간이니, 16시간 일하고 남은 8시간 동안 잠자고 밥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도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물렁하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다르다. 8시간이 남는다고는 하지만, 공장과 청소 Site에 왔다갔다하는 출퇴근 시간이.. 더보기
65 - Cleaner 호주의 한국인들에게서는, 한국에서라면 보지 못했을 독특한 모습이 보이곤 한다. 그를 포함한 청소잡 워커들(특히 워홀러)은 한국이었다면 청소잡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들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가서는 오히려 청소일을 간절히 원하곤 한다. 워킹 비자가 끝난 후 학생 비자나 영주권을 취득한 한국인 중에서도 청소에 종사하는 이가 많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 현상을 보며, 다른 나라 가서 청소나 하고 사느냐고 질타하기도 한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으나, 듣기에 썩 좋은 말은 아니다. 평균적인 한국인들도 호주에 가면 갑자기 청소일을 하는 현상,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은, 번듯한 직업을 가지려는 노력을 포기한 게으름이거나 한국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더보기
64 - 무도회장 청소 그는 둘째 날이 되어서야 그가 청소하는 건물의 정체를 파악한다. 이 건물은 무도회장이다. 서양 영화에서 남녀가 서로 껴안은 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왈츠 등의 춤을 추는 곳이다. 이곳은 도심 외곽으로, 호주 어르신들을 위한 무도회장이다. 젊은 사람들은 클럽을 선호하기 때문에, 무도회장에 가진 않는다. 이는 청소잡 측면에서는 대단히 다행인 일이다. 그가 본 청소 후기 중, 클럽 청소잡이 가장 고역이다. 클럽이라는 장소는, 어두운 조명 아래서 신나게 춤을 추면서 담배도 피우고, 침도 뱉고, 여기저기 구토를 하기도 한다. 클럽을 청소하는 워커들에게 토사물은 일상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도회장은 클럽에 비해 깨끗하다.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청소가 쉽지는 않다. 호주는 땅이 .. 더보기
63 - 면접, 인수인계 청소잡은 대부분 야간에 일한다. 청소 인력을 고용하는 장소는 식당, 술집, 클럽, 사무실 등등 다양하다. 청소잡 워커들은, 이런 장소들의 운영이 끝난 뒤 새벽 시간에 들어가서 청소한다.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브리즈번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의 건물이며, 면접 시간은 새벽 5시다. 그는 처음으로 새벽에, 낯선 장소로 차를 몰고 간다. 새벽 4시 30분, 안 그래도 한적한 호주의 도로가 새벽이라 더 한적하다. 캠리의 창문을 열고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운전한다. 그는 생애 첫 새벽 드라이브에서 보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에 심취한다. 문자로 받은 장소에 도착한다. 무슨 건물인지 알 수 없다. 다른 건물은 모두 깜깜한데, 이 건물만 불이 환하다. 잠시 기다리니, 건물에서 남자가 나온다. 청소잡 매니저다. 매니.. 더보기
62 - 청소잡 구하기 돈을 벌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그는 육가공 공장 근무 시간을 고정하기 위해, 대기 인원 생활을 끝내고 내장 분류 파트에 고정으로 출근한다. 관리자의 눈에 띄기 위해 액션을 조금 크게 한 것이 먹혔다. 내장 분류 파트는 근무 강도는 보통이지만 잔업이 많다. 돈을 벌기로 작정한 그에게 제격이다. 그는 모든 잔업에 참여할 것이다. 그의 돈 벌기 계획의 마지막 퍼즐, 청소잡을 구해야 한다. 그는 한인 웹사이트에서 청소 워커 공고에 지원한다.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들었던 모든 사례는 한인잡이었으므로, 그의 머릿속에 오지(Aussie) 청소잡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 오지 청소잡이 있다 하더라도, 오지잡의 특성상 곧바로 풀타임으로 고용될 가능성은 낮다. 그는 시급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바로 풀타임으로 고용되.. 더보기
61 - 캠리 그가 가진 차량은 2011년식 도요타 캠리다. 엔진의 실린더는 4개(4기통), 주행 거리는 15만km이며 외관상 큰 문제는 없다. 보통 한국에서는 10만km가 넘어가면 폐차를 준비하는데, 호주는 공기가 좋아서인지 20만km 즈음부터 폐차 시기로 본다. 주행거리 10만km 차량은 호주에서 현역이다. 캠리는 연비가 좋기로도 유명하다. 그의 캠리도 고속도로에서는 연비가 리터당 10km 정도다. 하지만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연비가 급격하게 떨어져서, 연료게이지 눈금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차량을 샀으니, 기름값이 들기 시작한다. 기름을 끝까지 꽉꽉 채워 넣으면 대략 70~80불 정도의 금액이 나오고, 7일~10일간 주행할 수 있다. 그는 기름값에 민감해서, 주유소 앱을 깔아 가장 기름값이 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