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 폭식
워킹 시절의 그는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돈을 아꼈다. 헝그리 잭스에서 햄버거를 먹고 나면, 항상 너무 아쉽다. 하나만 더 먹을까, 저거 하나만 더 먹을까, 수없이 고민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 억눌렸던 스트레스가 폭발한다. 공장일이 끝났는데 배가 고프다. 청소잡 시작 전에 잠시 버거킹에 들른다. 드라이브 스루 입구 즈음에 서서 메뉴판을 본다. 5분, 10분, 그는 헝그리 잭스에 갈 때마다 메뉴판을 계속 훑는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다 먹고 싶다. 그래도 그가 먹을 것은 정해져 있다. 20불짜리 커다란 햄버거를 정말 좋아하지만, 돈을 낼 때는 아깝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렇게 평소처럼 계속 메뉴판을 본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그는 갑자기 화가 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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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 면접, 인수인계
청소잡은 대부분 야간에 일한다. 청소 인력을 고용하는 장소는 식당, 술집, 클럽, 사무실 등등 다양하다. 청소잡 워커들은, 이런 장소들의 운영이 끝난 뒤 새벽 시간에 들어가서 청소한다.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브리즈번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의 건물이며, 면접 시간은 새벽 5시다. 그는 처음으로 새벽에, 낯선 장소로 차를 몰고 간다. 새벽 4시 30분, 안 그래도 한적한 호주의 도로가 새벽이라 더 한적하다. 캠리의 창문을 열고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운전한다. 그는 생애 첫 새벽 드라이브에서 보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에 심취한다. 문자로 받은 장소에 도착한다. 무슨 건물인지 알 수 없다. 다른 건물은 모두 깜깜한데, 이 건물만 불이 환하다. 잠시 기다리니, 건물에서 남자가 나온다. 청소잡 매니저다. 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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